겸재의 진경산수화 감상하며 산책! 이색 공원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3.06. 11:41

수정일 2020.03.09. 10:08

조회 2,112

“이보게 겸재, 이렇게 헤어지다니 아쉬움이 참 크구려!”
“섭섭하기야 나도 한량없지만 별 방도가 없지 않는가, 사천?”
“내게 좋은 생각이 있네”
“좋은 생각이라니, 그게 뭔가?”
“내가 시를 지어 보내면 자네는 그림을 그려 보내시게. 우리 서로 시와 그림을 바꾸어 보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보세나” 

조선 후기 진경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과 제화시의 1인자 사천 이병연(1671-1751)이 이별을 앞두고 나눈 대화이다. 북악산 아래 순화방에서 당시 진경시문학의 선두주자 김창흡의 제자로 시회 활동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의 '시화환상간(詩畫換相看), 시와 그림을 서로 바꾸어 보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선두암공원에 설치된 겸재와 사천의 '시화환상간'

선두암공원에 설치된 겸재와 사천의 '시화환상간' ⓒ최용수

겸재는 영조의 배려로 65세 때인 1740년 양천현령으로 발령을 받는다. 양천은 한양도성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지금의 강서구 마곡동, 가양동에 있었다. 겸재와 평생지기 친구인 사천은 헤어짐의 섭섭함을 달래기 위해 시와 그림을 서로 바꾸어 보는 '시화환상간’을 제안한다. 이병연이 제화시를 써서 보내면 겸재가 그림을 그려 화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주고받은 시와 그림을 모아 화첩으로 엮은 것이 보물 제 1950호 '경교명승첩'이다.

겸재정선의 진경산수화에 사천 이병연으의 제화시를 넣은 '경교명승첩'의 진경산수화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이병연의 제화시를 넣은 '경교명승첩' ⓒ최용수

경교명승첩은 양천현령으로 부임한 이후 5년간 서울근교와 한강변의 명승명소를 그린 그림이다. 경기도 양수리 근처에서부터 한강 하류 양천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풍경을 33폭의 진경산수화로 담았다. 

이 중 양천지방을 그린 작품 10편을 그림과 영상(미디어월)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옛 양천고을인 마곡중앙8로 3길에 생긴 '선두암공원'이다. 시화정 정자, 전통마당, 화계, 시화환상간, 진경산수화 양천의 사계와 경교명승첩, 영상으로 만나는 미디어월의 진경산수화 등 다양한 볼거리로 속이 꽉 찬 문화공원이다.

선두암공원에 가면 겸재의 진경산수화 '양천팔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두암공원에 가면 겸재의 진경산수화 '양천팔경'을 감상할 수 있다 ⓒ최용수

공원 이름은 세종대왕의 둘째 형인 효령대군에서 유래하였다. 당시 수많은 유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도를 모아 불경을 강론토록 하는 등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효령대군은 강서구 궁산 서쪽에 있던 ‘춘조정’에서 수도하였다. 

당시 정자가 있던 장소가 후포리 산줄기의 ‘선두암’이다. 88올림픽도로 개설공사로 사라졌지만 이제 선두암은 마곡에서 공원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선두암문화공원에 있는 공연마당과 '시화정' 정자

선두암문화공원에 있는 공연마당과 시화정 정자ⓒ최용수

표석을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전통기와로 담장을 둘렀고, 정자 ‘시화정’은 효령대군의 ‘춘조정’을 떠올려준다. 정자 앞쪽에 전통마당이 펼쳐 있고, 도로 변을 따라 겸재의 진경산수화 양천팔경과 양천의 사계, 경교명승첩, 이병연의 제화시가 조형물로 전시되어 있다. 

미디어월 양쪽에는 양천지방의 산수화 10편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월 뒷면에는 주민들이 직접 그린 다양한 진경산수화를 모아 전시중이다.

시민들이 그린 진경산수화(선두암문화공원 스마트월)

시민들이 그린 진경산수화가 전시된 선두암공원 스마트월 ⓒ최용수

“빼곡한 빌딩숲으로 갑갑한 느낌을 주는 마곡인데, 색다른 문화공원이 생겨서 좋아요. 동료들과 대화하며 구경하면 기분전환이 되고요..” 점심시간 공원에서 만난 인근 회사원들의 귀띔이다.

“참 예쁜 공원 같아요. 시민들로부터 널리 알려져 사랑받는 공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곡동 일대 안전사고 예찰활동을 펼치던 강서구안전보안관들은 전시물을 둘러보며 선두암공원 주변을 꼼꼼히 점검한다.

선두암문화공원에 설치된 겸재의 '양천의 사계'

선두암문화공원에 설치된 겸재의 '양천의 사계' ⓒ최용수

누마루 난간에 기댄 채 한강에 흘러드는 조수의 소리를 듣고, 새하얀 눈 덮인 양천평야에서 나귀를 타던 옛 선비가 될 수 있는 '선두암공원' 이다. 더구나 조선 후기 시화의 쌍벽인 겸재와 사천을 '시화환상간'을 통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영상으로 보는 진경산수화 10편 ⓒ최용수

봄이 오는 길목에서 겨우내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시고 싶다면 '선두암공원' 나들이도 한 몫 해줄 것이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펼쳐지는 지금, 가볍게 운동을 하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도 코로나19를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선두암문화공원 위치 : 강서구 마곡중앙8로 3길 FITI시험연구원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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