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도심 속 쉼터 ‘선릉’에서 힐링 산책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02.24. 08:08

수정일 2020.02.25. 09:59

조회 3,462

선릉은 왕과 왕비의 능을 서로 다른 언덕에 만든 동원이강릉의 전형을 보인다

선릉은 왕과 왕비의 능을 서로 다른 언덕에 만든 동원이강릉의 전형을 보인다 ©염승화

계절은 겨울이지만 화창한 봄 날씨 같던 2월의 어느 날, 조선왕릉 선릉을 찾았다. 도심 속 공원으로 녹지가 잘 가꾸어져 있는 이 능은 조선왕조 제 9대 임금인 성종과 비 정현왕후를 모신 곳이다. 선릉은 제11대 임금 중종을 모신 정릉과 같은 경내에 있다. 이 두 능을 합쳐 선정릉이라고 부른다.
중종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아들로 부모와 자식을 한 곳에 모신 흔하지 않은 경우다. 사적 제 199호인 두 능은 여느 조선왕릉들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강남구 삼성동 도심 빌딩 숲에 둘러싸인 고요한 겨울 선릉을 탐방했다.

강남구 도심 한복판, 빌딩 사이에 둘러싸인 선릉 둘레길

강남구 도심 한복판, 빌딩 사이에 둘러싸인 선릉 둘레길 ©염승화

선릉은 문화재 보호와 관리에 대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은 유산이다. 임진왜란 때 왜적들에게 능침이 파헤쳐져 시신이 불타 버린 것으로 알려진 수난을 당했기에 더욱 그렇다. 인조 때는 정자각과 능침에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해 쉽게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신성한 왕릉 주위를 혼잡한 주택과 빌딩들이 둘러싼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특이하게 축대 위에 조성된 선릉과 정릉 재실

특이하게 축대 위에 조성된 선릉과 정릉 재실 ©염승화

재실 옆 500년 된 은행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눈길을 끈다

재실 옆 500년 된 은행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눈길을 끈다 ©염승화

선릉 입구에 들어서니 크게 두 갈래로 길이 나왔다. 왼편 선릉 방면으로 길을 잡고 한적한 오솔길을 지나 약 500m 정도 걸어가면 제법 큰 기와집과 재실이 보인다.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축대 위에 재실이 지어졌다고 한다. 그 옆으로 야트막한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가 눈길이 간다. 500살이 넘은 이 수호수는 잎이 떨어지고 맨 줄기를 드러냈지만 높이 24m, 둘레 5.5m의 웅장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푸릇푸릇한 싹들이 돋아날 4월 무렵이나 샛노란 가을 단풍이 질 때 참 볼만할 것 같다. 

선릉의 신로는 정자각 앞에서 성종릉(좌), 정현왕후릉(우)로 갈라진다

선릉의 신로는 정자각 앞에서 성종릉(좌), 정현왕후릉(우)로 갈라진다 ©염승화

정현왕후릉에서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신로 모습

정현왕후릉에서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신로 모습 ©염승화

선릉과 정릉에 대한 자료를 전시해 놓은 역사문학관을 지나 선릉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홍살문 뒤편으로 참도와 정자각, 수복방, 비각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왕과 왕비의 능침으로 통하는 신로가 정자각 앞에서 y자로 갈라지는데 이는 특이한 사례로 선릉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정자각 옆 비각 안의 표석은 1755년에 세워졌는데 ‘조선국 성종대왕 선릉 정현왕후 부좌강(왼쪽 언덕에 모셨다는 뜻)’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성종왕릉은 병풍석, 난간석이 모두 설치되어 있고 규모가 웅장하다

성종왕릉은 병풍석, 난간석이 모두 설치되어 있고 규모가 웅장하다 ©염승화

정현왕후릉은 선종릉에 비해 조금은 조촐한 느낌이 든다

정현왕후릉은 선종릉에 비해 조금은 조촐한 느낌이 든다 ©염승화

선릉은 왕과 왕비의 능침 공간을 가깝게 볼 수 있다. 자연스레 왕과 왕비의 능침의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왕의 봉분이 왕비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차이를 보인다. 능침을 사방에서 보고 싶지만 한쪽 측면만 개방된 점은 아쉬웠다.

정현왕후릉 아래에 있는 난간석주의 조각이 섬세하다

정현왕후릉 아래에 있는 난간석주의 조각이 섬세하다 ©염승화

정현왕후의 능 아래에서는 흥미로운 유물을 발견했다. 쓰려져 있는 난간석주 한 점이다. 봉분을 둘러 난간석을 세울 때 군데군데 세우는 돌기둥인데 땅속에 오랜 기간 묻혀 있다가 어느 날 빗물에 노출되었다고 한다. 섬세한 조각술이 돋보이는 난간석주는 울타리 안에 발견되었을 때 모습 그대로 사실감 있게 놓여 있다.

성종왕릉 곡장과 주변 소나무가 멋진 장면을 자아낸다

성종왕릉 곡장과 주변 소나무가 멋진 장면을 자아낸다 ©염승화

고요한 겨울 선릉은 어느 왕릉보다 아름다웠다. 능침 주변으로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숲은 계속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성종 왕릉을 에워싼 곡장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아늑한 선릉의 산책로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는데 이 길은 선릉과 정릉을 잇는 둘레길로도 조성돼 있다. 울창한 산림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흙길이 뚫려 있다. 선릉과 정릉은 전체 둘레가 약 2km인데 산책로는 3.5km에 달한다. 번잡한 도시와 달리 고요한 경내는 천천히 음미하며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정현왕후릉 옆으로 난 산책로, 아늑한 둘레길이 마련되어 있어 걷기 좋다

정현왕후릉 옆으로 난 산책로, 아늑한 둘레길이 마련되어 있어 걷기 좋다 ©염승화

숲과 자연이 살아 있는 도시인들의 쉼터이자 역사와 문화를 골고루 만날 수 있는 선릉에서 힐링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선릉과 정릉 관람 안내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00길 1(삼성동)
○ 교통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10번 출구(도보 7분), 9호선 선정릉역 3번 출구(도보 15분)
○ 운영시간 : 2월 06:00~18:00, 3월~10월 06:00~21:00, 11월~1월 06:30~17:3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1,000원(만25세~만64세) 단체 800원(10인 이상),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무료 관람
○ 문의 : 02- 568-1291(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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