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 ‘안녕마을’…벽화가 만든 변화 '안심'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2.17. 13:39

수정일 2020.02.17. 16:43

조회 4,584

‘잘 자요’, ‘그리고 낼 다시 만나요.’ 파란색 벽에 쓴 인사가 다정하다. 골목길마다 하루의 안녕을 바라는 인사가 쓰여 있다. 회기동에 위치한 안녕마을의 따스한 풍경이다. 

마을 이름이 '안녕'이라니, 마을 이름만 들어도 미소가 번진다. 서로 먼저 인사하고 반겨주는 분위기를 만들자며 주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이란다. 안녕마을은 동대문구 회기로 12길 일대를 일컫는다. 

안녕마을은 셉테드 사업을 통해 밝고 안전한 주거 환경으로 재탄생했다

안녕마을은 셉테드 사업을 통해 밝고 안전한 주거 환경으로 재탄생했다 ©이선미

회기파출소 뒤편으로 올라가다보면 안녕마을 탐방 안내도가 벽에 붙어 있다. 안녕마을은 2013년 서울시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 셉테드) 사업을 통해 새롭게 조성되었다. 주민 안전모임과 구청이 협력해 안전활동과 마을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마을 환경개선 사업은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힘을 얻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방치하면 법과 질서가 무시되는 곳이라는 메시지로 읽혀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환경개선을 통해 안전을 도모하자는 움직임이다. 

서울시 역시 건축물을 비롯한 도시시설물에 디자인을 입혀 범죄를 예방하고자 2013년부터 '셉테드' 기법을 적극 활용해왔다. '안녕마을'도 '자연적 감시, 접근통제, 영역성, 활동성 강화, 유지관리'라는 셉테드의  5가지 원리를 적용하면서 크고 작은 범죄들이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한다.

안전거울과 양심거울, 마을 게시판 등이 골목을 안전하고 환하게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안전거울과 양심거울, 마을 게시판 등이 골목을 안전하고 환하게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선미

좁은 골목에도 환한 벽화가 그려져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좁은 골목에도 환한 벽화가 그려져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이선미

어두웠던 골목에 LED 가로등이 켜지고 낡은 무채색 담에는 형형색색의 벽화가 그려졌다. 음침했던 마을이 밤에도 환해졌다. 마을 곳곳에 30여 개가 설치된 안녕상자도 밤이면 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보안등 역할을 한다. 

특히 모퉁이와 사각지대에 세워진 안전거울은 주민들이 골목을 걸으면서 충분히 주변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양심거울도 곳곳에 있다.

안전거울은 주민들이 걸을 때 주변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안전거울은 주민들이 걸을 때 주변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이선미

마을 곳곳에는 ‘경찰 특별순찰구역’이라거나 ‘골목에서는 잠시 이어폰을 빼주세요’라는 표지도 붙어 있다. 주민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장치이다. 표지만 봐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긴급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상벨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한 표지들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한 표지들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다 ©이선미

좁고 가파른 계단에는 도색작업을 했다. 튼튼한 난간을 설치해 주민들이 밤에도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했다. 안녕마을의 개선사항들은 모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계단에는 그림을 그리고, 난간을 설치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계단에는 그림을 그리고, 난간을 설치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이선미

마을의 자투리 공간에는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빈 공간에 쌓이는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서다. 구석진 곳에는 화분을 놓아 작은 꽃밭을 조성했다. 흡연을 하거나 쓰레기로 더러워질 여지를 미연에 없앴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우물도 깨끗하게 단장해 마을의 명물로 만들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우물’에는 금빛 잉어가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소원을 들어주는 우물’에는 금빛 잉어가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선미

밤에 불이 켜져 보안등 역할을 하는 안녕상자

밤이 되면 불이 켜져 보안등 역할을 하는 안녕상자 ©이선미

안녕마을의 벽화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밝고 예쁜 마을에서 살다 보면 마음도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범죄 예방은 물론 주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은 안녕마을을 걷다 보니 잠시 동화 속 나라를 다녀온 기분이다.

섬세한 정성이 느껴지는 안녕마을 벽화들

섬세한 정성이 느껴지는 안녕마을 벽화들 ©이선미

■ 범죄예방디자인
○ 디자인을 통해서 우범지역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범죄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발생 기회를 사전에 예방하는 디자인
○ 서울시는 2012년 부터 2017년까지 53개소에서 추진.
○ 서울시 홈페이지>문화>디자인(http://news.seoul.go.kr/culture/archives/1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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