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담긴 기록 '소리, 역사를 담다' 전시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0.02.07. 09:29

수정일 2020.02.07. 15:38

조회 3,249

글을 읽고,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살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떨까? 삶의 매순간 소리는 존재하지만,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린다. 그러한 특성을 가진 소리도 우리의 삶을 기록할 수 있을까? 녹음 기술 발달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휘발적 숙명을 타고난 소리 역시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소리, 역사를 담다' 전시는 역사적인 순간과 사회의 변화를 포착한 소리를 모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이다.

소리 역사를 담다

'소리 역사를 담다' 전시회장 내부 ⓒ 김수정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이 한쪽 귀를 어딘가에 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리를 담아낸 전시이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역사의 소리를 들려준다. 서랍을 열면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스피커, 전화기, 헤드셋, 영상 등을 통해 다양한 소리의 기록들을 청취하게 된다.

서랍에서 나오는 소리

서랍에서 나오는 현대의 소리를 듣고 있다 ⓒ 김수정

가장 먼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마치 유선 전화기의 스피커 부분만을 확대한 것 같은 구멍들이다.  ‘광장의 소리’ 길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따라 걷다 보면 때로는 환희와 기쁨이 넘쳐나고, 때로는 갈등과 대립으로 팽팽했던 역사적 다양한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IMF 외환위기를 시작으로 88서울올림픽, 6월 항쟁, 민중 가요, 통금 사이렌, 10·26 사태와 12·12 군사 반란, 국민 체조, 국기 하강식 등 근현대사에 담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광장의 소리

광장의 소리를 느끼고 있는 아이의 모습 ⓒ 김수정

소리길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극장 입구가 나타난다. 2부 '소리극장'이다. 15분 분량의 소리극 ‘그날의 우리’가 30분마다 상영된다. 일제강점기를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굴곡진 시간 속에 각인된 소리를 모아서 만든 영상이다. 둥근 벽면과 천장뿐만 아니라 바닥에까지 영상이 흘러 나와 마치 역사적인 현장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소리극장

소리극장의 모습 ⓒ 김수정

극장에서 나와 계속해서 소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1939년 가요 ‘낙화유수 호텔’이다. 총 3절로 이루어진 노래로 1절은 바이올린을 켜며 길거리에서 노래 책을 파는 장사꾼의 내용, 2절은 무성 영화 변사에 대한 내용, 3절은 엿장수의 이야기다. 이들은 이름만 호텔인 여관방에 묵으면서 각기 노래책 팔기, 변사 사설, 엿 팔기를 연습하고 있다. 1930년대, 허름한 여관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가요다.

낙화유수 호텔

낙화유수 호텔의 모형 ⓒ 김수정

마지막 3부 소리창고에서는 나라의 독립을 염원하며 라디오 등을 통해 어렵게 접하던 나라 밖 소식부터 청취자를 웃기고 울렸던 라디오 방송까지, 다양한 소리를 전하는 장비들이 모여 있다. 또한, 그 소리를 담아내는 음향 기기들도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장비의 나열, 소리의 모음이 아니라 소리의 기록이 우리의 역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 메시지를 함께 나누는 공감의 공간이다.

소리창고

소리창고 내부의 모습, 다양한 장비들이 눈길을 끈다 ⓒ 김수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유물과 함께 첨단 전시 콘텐츠로 근현대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 상설전시만 봐도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수 있지만, 소리를 주제로 하는 특별한 전시를 통해 조금 더 현장감 있는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핸드셋

헤드셋을 통해 듣는 역사의 소리 ⓒ 김수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또 다른 특별전도 전시 중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1950년대 한국영화, 새로운 시대를 열다’가 진행 중이다. 2019년은 최초의 한국영화로 평가되는 연쇄극 ‘의리적 구토’(1919)가 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9년 10월부터 특별전이 시작되어 2020년 2월 29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 역시 놓치지 말고 함께 관람하면 재미난 박물관 나들이가 될 듯하다.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 특별전 ⓒ 김수정

'소리, 역사를 담다' 전시 안내
 ○ 관람 기간 : 2019년 11월 21일 ~ 2020년 3월 1일
 ○ 관람 장소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 관람 시간 : 10시 ~ 18시 (수요일 21시 까지)
 ○ 관람 문의 : 02-3703-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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