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서 꺼내 본 대한민국공화국 100년의 역사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1.22. 12:15

수정일 2020.01.22. 14:41

조회 1,156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이다. 이 선언은 1911년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정한 임시 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제로 한다"와 동일한 것이다. 임시정부에서 이미 왕의 나라, 황제의 나라를 벗어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공표한 것이다.

지난 15일 개막한 ‘새로운 백년, 지켜야 할 약속-민주공화정 서랍전’

지난 15일 개막한 ‘새로운 백년, 지켜야 할 약속-민주공화정 서랍전’ ©이선미

이 헌장을 기초로 하는 조소앙 선생의 기념사업회와 서울시의회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헌장과 임시의정원 문서 등 역사적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의 시작을 돌아보고 자치분권의 여정을 살펴보는 전시를 마련했다. 바로, 지난 15일 시민청 갤러리에 문을 연 '새로운 백년, 지켜야 할 약속' 민주공화정 서랍전이다. 전시는 21일까지 진행 예정이었지만, 많은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2월 8일까지 연장을 결정했다.

윤상길 선생이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며 탄생시킨 청화백자가 전시되어 있다

윤상길 선생이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며 탄생시킨 청화백자가 전시되어 있다 ©이선미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새’가 당당하게 맞이하는 전시실에는 백 개의 서랍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각각의 서랍에는 임시헌장에 처음 등장한 '민주공화국'이 5차례 개헌을 거쳐 1948년 제헌헌법으로 계승되기까지의 과정과 이후 역사가 담겨 있다. 서랍에 들어있는 자료들을 모아 자신만의 ‘대한민국 민주공화정 역사자료집’을 만들 수도 있다.

시민들이 서랍에서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의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시민들이 서랍에서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의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이선미

또한, 광복 이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역사를 대한민국 역대 헌법개정안, 김대중 대통령 사료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약헌’, ‘대한민국 임시헌장 개정안 전문’, ‘건국강령 초안지초고’, ‘대한민국임시정부 포고문’, ‘대한민국임시의정원법’, ‘대한민국 임시헌장’ 등 20여 점의 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대한민국 임시약헌'과 '대한민국 임시헌장 개정안 전문'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료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최초헌법) 초고, 종이의 보관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코팅을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임시헌장(최초헌법) 초고, 종이의 보관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코팅을 했다고 한다 ©이선미

이 밖에도 약산 김원봉의 손도장이 찍혀 있는 '임시의정원 긴급제안', '홍진 선생 약사' 등의 자료가 공개된다. 전시에서는 민주공화정 백 년을 빛낸 세명의 인물로 1917년 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작성한 ‘대동단결선언’에서 ‘민국’의 정신을 녹여낸 신규식 선생과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이동녕, 조소앙 선생을 조명한다. 특히 임시의정원 의장을 세 번이나 지낸 이동녕 선생은 민주공화정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둥이자 대들보였다. ‘개인과 민족과 국가는 모두 평등하다’는 삼균주의를 제창한 조소앙은 임시헌장뿐만 아니라 제 3, 4, 5차 헌법 또한 기초하였고, 임시의정원법(개정안), 대한민국 건국강령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 결과는 제헌헌법(1948)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헌법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에 공개된 자료 대부분이 중국 대륙을 떠돌아야 했던 노정에도 임시정부 문서를 목숨처럼 귀히 품어 간직한 조소앙의 문고에서 나왔다.

민주공화정 백 년을 빛낸 세 인물로 신규식, 조소앙, 이동녕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민주공화정 백 년을 빛낸 세 인물로 신규식, 조소앙, 이동녕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이선미

민주공화정의 자취는 일제강점기 위태로운 조건 속에서도 임시정부를 꾸리고 독립운동을 하며 나라를 온전히 되찾기 위해 분투한 독립운동가들의 역사 자체다. 말 그대로 선각자였던 선현들의 수고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국회) 역대 의장

대한민국 임시의정원(국회) 역대 의장

바로 어제 쓴 것처럼 생생한 독립운동가와 임시정부 어른들의 글씨를 직접 보는 것은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오늘날의 국회인 ‘임시의정원 긴급제안’ 등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첨삭은 치열하게 국정을 살펴온 생생한 흔적이었다. 명칭은 ‘임시의정원’이었으나 일을 임시로 한 건 아니었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토론하고 고쳐가며 만들고 쌓아온 역사가 눈앞에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강령 초안지 초고

대한민국 건국강령 초안지 초고 ©이선미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자신이 속한 현시대에 대한 고찰과, 전시작품을 통해 민주공화정의 역사를 성찰하고 기억을 재생함으로써 그 역사적 정통성을 이어가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인사했다.

시민들이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민주공화정, 100년의 약속’을 감상하고 있다

시민들이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민주공화정, 100년의 약속’을 감상하고 있다 ©이선미

전시를 주최하고 자료를 공개한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조인래 님에게,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딱 한마디를 물었다. 그는 1초도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답했다. 일제강점기에 ‘민국’을 선언한 것은 당시 정세에 비춰볼 때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나라를 잃고 임시정부를 꾸린 상황에서 매일, 매순간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이토록 놀라운 일을 해온 독립운동가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조소앙 선생의 후손 조인래 님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한마디로 이 전시를 설명했다

조소앙 선생의 후손 조인래 님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한마디로 이 전시를 설명했다 ©이선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는 독립운동가들이 ‘꿈꾸던’ 나라였다. 지난해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 백 년을 기념했다. 이제 새로운 백 년, 우리가 써가는 역사의 시작이다. 백 개의 서랍 가운데는 열리지 않는 서랍도 있다. 그 서랍에 오늘의 역사가 담길 것이다.

독립운동가가 꿈꾼 나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독립운동가가 꿈꾼 나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이선미

■ 민주공화정 서랍전
- 장소 : 서울시청 지하1층 서울시민청갤러리
- 기간 : ~2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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