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북촌 겨울 나들이, 설 연휴에 떠나볼까

시민기자 박분

Visit1,293 Date2020.01.21 16:24

북촌한옥마을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한옥의 아름다움은 차고 넘친다

북촌한옥마을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한옥의 아름다움은 차고 넘친다 ⓒ박분

정겨운 골목이 있는 북촌한옥마을

어느덧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폭 수묵화 같은 설 풍경에 고즈넉한 한옥마을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연일 봄날 같은 날씨가 이어져 발걸음도 가볍게 한옥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안국역에 인접해 있는 북촌한옥마을이다. 북촌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점입가경으로 한옥이 즐비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가회동 11번지 일대 한옥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쭉쭉 시원하게 이어진 한옥골목길은 언제 찾아가도 정갈한 모습이다. 방금 전 청소라도 마친 듯 말끔해 여느 도심 속 골목길 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북촌한옥의 매력은 골목에서 시작해 골목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옥이 즐비한 골목길은 북촌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돌담과 회벽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담장, 버선코처럼 날렵한 처마, 포근해 보이는 나무창틀 등 한옥에 꼭 들어가 보지 않더라도 골목길에서 볼 수 있는 한옥의 아름다움은 차고 넘친다.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골목 끝을 울리더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습을 보였다. 왁자한 소리에 골목길은 금방 생기가 돈다. 원래 골목길은 아이들 차지였다. 아이들이 뜀박질하며 놀던 놀이터였다. 색색의 한복을 갖춰 입은 아이들은 한옥청에서 예절교육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서둘러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아이들이 있는 정겨운 골목길 풍경을 오래도록 담고 싶었다.

   동림매듭공방

동림매듭공방 ⓒ박분

북촌로 12길(가회동 11번지)일대는 숙련기술전수자들이 운영하는 매듭공방, 색실누비공방, 민화공방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공방들이 포진해 있으니 참여해 볼 수 있다. 시민 공유공간인 북촌한옥청과 전통공예체험관도 문화예술 공간으로 시민에 개방하고 있다.

전통공예체험관

전통공예체험관 ⓒ박분

전통공예체험관에서는 전시된 공예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염색, 단청 등 다양한 전통공예를 북촌장인에게 직접 배워볼 수 있다. 전통공예체험 비용은 5,000원~2만 원 내외로, 종로구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고 개인은 현장 접수 후 당일 체험도 가능하다. (문의 : 02-741-2148)

가회동 31번지 북촌 전망대

가회동 31번지 북촌 전망대 ⓒ박분

가회동 31번지 언덕길로 오르면 마을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른다.  기와지붕들이 촘촘히 머리를 맞댄 지붕 위의 풍경은 골목길과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북촌4경’으로 불리는 이 멋스런 풍경은 빽빽한 아파트 숲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시원하고 따사롭고 정감어린 것이라 눈에 꾹꾹 새겨 담아본다.  이곳부터는 골목길마다 탐방객들로 붐비는 지점이기도 해 관광 에티켓을 지켜달라는 표지판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생활공간이기도 한 북촌에서 ‘조용한 관광 에티켓’은 필수다.

북촌 6경이 펼쳐지는 골목길

북촌 6경이 펼쳐지는 골목길 ⓒ박분

드디어 북촌 5,6경이 펼쳐지는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한옥과 어우러진 도심 속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경사진 골목길은 엇비슷해 연거푸 오르내리게도 된다. 북촌이 초행길인 경우 북촌안내소에서 받은 지도를 참고하더라도 거미줄처럼 엮인 골목길에서 북촌 8경을 모두 찾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하지만 굳이 어렵게 찾지 않더라도 간단한 방법이 있다. 탐방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십중팔구 찾으려던 그 곳이라는 것. 

오르락내리락 우여곡절 끝에 찾은 골목길에서 마주한 ‘북촌 6경’은 단연 백미다. 한옥골목 너머 고층빌딩이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서울 속 근대와 현대가 만나는 절묘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북촌 가회동 화랑 '일백헌'에서 '감성풍경화첩'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북촌 가회동 화랑 ‘일백헌’에서 ‘감성풍경화첩’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박분  

북촌 한옥골목길에는 널찍한 한옥화랑도 있어 쉬어가면 좋다. 골목길을 내려오다 모퉁이에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가 있어 찾아가니 도시풍경을 스케치한 작가(임진우)의 그림전을 열고 있었다. 북촌 가회동 화랑 ‘일백헌’에서 진행하는 그림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옥골목길에서 만난 깜짝 장터

한옥골목길에서 만난 깜짝 장터 ⓒ박분

호젓한 한옥 골목길에서 담벼락에 옷을 진열한 깜짝 장터도 구경할 수 있었다. 장터 주인은 자신이 직접 실로 짠 모자와 옷도 있다고 했는데 한옥과 어우러진 북촌의 멋진 풍경이 되었다.

한옥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를 이룬 가회동성당

한옥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를 이룬 가회동성당 ⓒ박분

북촌한옥마을에서는 성당도 한옥으로 옷을 입었다. 한옥과 현대적 건물이 조화를 이룬 가회동 성당이다. 성당 두 채의 건물 중 앞 쪽이 고전미 넘치는 한옥으로 지어졌다. 북촌한옥마을의 성당은 역시 좀 다르다는 생각부터 들게 한다. 나지막한 한옥이 뒤 쪽의 높은 건물과 서로 잘 받쳐주고 있는 듯 보여 보기가 좋다. 누구든 길가다 미소 띠며 가회동 성당을 바라볼 것 같다.

북촌로7길에 위치한 '백인제가옥'

북촌로7길에 위치한 ‘백인제가옥’  ⓒ박분

근대 한옥양식을 잘 보전하고 있는 백인제 가옥도 북촌에서 만날 수 있다. 북촌로 7길에 위치한 백인제 가옥은 1913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져 북촌을 대표할 수 있는 가옥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높은 석축 위 높다란 솟을 대문부터 수려한 모습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근대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백인제가옥'

근대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백인제가옥’  ⓒ박분

안쪽 깊숙이 자리한 안채와 아담한 뜰, 유리창이 많아 볕이 잘 드는 사랑채와 멋스런 별당까지… 집안 구석구석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참을 머물다가게 한다. 백인제 가옥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북촌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가슴에 담아볼 수 있다. 근대 한옥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백인제 가옥 외에도 북촌에는 계동 배렴 가옥, 원서동 고희동 가옥 등이 있다.

정독도서관‧첨성대 닮은 유물… 볼거리 많은 북촌

하얀 건물의 정독도서관

하얀 건물의 정독도서관  ⓒ박분

북촌 나들이에 정독도서관을 놓칠 수 없다. 백인제 가옥에서 담 하나를 넘으면 정독도서관이다. 화동 언덕에 오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건물의 정독도서관이 모습을 보인다.

정독도서관은 본래 구 경기고등학교의 건물로 역사가 깊다. 1900년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조선 최초로 들어선 ‘관립중학교’가 경기고등학교의 전신이다. 그 후 1938년에 최신 건축방식으로 경기고등학교가 새로 세워졌으며 정독도서관은 1976년 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경기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한 다음 해인 1977년에 개관했다. 경기고등학교의 본관을 포함한 별관, 음악당, 강당 등 부속 건물들을 정독도서관으로 사용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독도서관은 1938년에 지어진 근대건축물로서 등록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어 건축사적 가치도 크다.

정독도서관 앞 잔디밭에 세워져있는 동화책 조형물  ⓒ박분  

도서관 앞 잔디밭에는 동화책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도서관 주변으로는 너른 숲과 잔디밭이 펼쳐져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곳곳에 벤치도 있어 호젓한 사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회원증 없이 신분증만으로도 책을 빌려 야외에서 볼 수 있어 한결 여유롭다.

정독도서관 입구에 위치한 '서울교육박물관'

정독도서관 입구에 위치한 ‘서울교육박물관’  ⓒ박분

정독도서관 입구에는 1996년에 개관한 서울교육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붉은 벽돌건물은 한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경기고등학교 시절 교육관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이곳에 남아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됐다. 서울교육박물관은 개관 당시 ‘교육사료관’으로 불리다 2011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서울교육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발전의 모습과 교육제도, 교육과정 등을 전시된 자료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과 공휴일에 휴관한다.

헌법재판소 건물 뒤편의 재동 백송

헌법재판소 건물 뒤편의 재동 백송  ⓒ박분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면 커다란 백송(柏松)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신 백송은 고고하면서 위엄이 서린 모습이다. 높이 14m로 60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온 재동 백송은 천연기념물 제8호로 지정되어 있다. 

백송 옆으로 ‘박규수의 집터’와 ‘제중원 터’라고 쓰인 표석이 보인다. 박규수는 김옥균과 박영효 등 개화파 지식인들을 길러내면서 사회를 개혁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1885년에 건립된 최초의 서양식 병원인 ‘제중원’ 또한 역사에 길이 남을 사료이다. 백송만으로도 충분히 빛이 나는데 이처럼 역사적 인물과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 그리고 법을 심판하는 헌법재판소가 현재 자리해 있으니 새삼 주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현대그룹 계동 사옥 마당에 자리한 '관상감 관천대'

현대그룹 계동 사옥 마당에 자리한 ‘관상감 관천대’  ⓒ박분

헌법재판소에서 북촌로를 따라 안국역 방향으로 걷다보면 현대그룹 계동 사옥이 보인다. 이곳 마당에는 여간해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 역사유물이 하나 세워져 있다. 보물 제1740호로 지정된 관상감 관천대(觀象監 觀天臺)이다. 세종 16년(1434)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관상감 관천대는 잘 다듬어진 직사각형의 돌을 쌓아 올린 모습이 경주 첨성대를 언뜻 떠오르게 한다. 관상감은 조선시대 천문현상을 관측하던 관청으로 기상청 역할을 했다. 관상감 관천대는 조선 시대의 천체관측 시설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기구를 올려놓던 대(臺)를 말한다. 창경궁에 있는 또 하나의 관천대와 더불어 우리나라 천문관측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창경궁 관천대와 구분해 관상감 관천대로 불리고 있다. 창경궁 내 관천대는 왕이 관측하던 시설이고 계동 현대 사옥 앞, 관상감 관천대는 관리들이 관측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키 낮은 한옥들은 주변의 큰 건물들 사이에서 더욱 눈에 띈다

키 낮은 한옥들은 주변의 큰 건물들 사이에서 더욱 눈에 띈다  ⓒ박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옛 서울의 정취를 담은 한옥이 잘 보존되어 있는 북촌에서는 아담한 카페와 빵가게 앞에 네댓 명 쯤 줄 서서 기다리는 광경도 종종 보게 된다. 계동 현대사옥 옆 길가로 낮은 한옥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상가가 한 곳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비교적 큰 건물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더욱 눈에 띄었다. 허름한 기와지붕과 칠이 벗겨진 간판들이 어릴 적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옛 풍경을 소환하며 지나는 길손의 감성을 두드린다.

삼일대로변에 기다랗게 이어진 운현궁 담장

삼일대로변에 기다랗게 이어진 운현궁 담장  ⓒ박분  

안국역에 인접한 삼일대로변에 기다랗게 이어진 운현궁 담장이 보인다.

사적 제 257호 운현궁(雲峴宮)은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집이다. 고종이 태어나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살던 곳이며 명성황후와 가례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운현궁은 고종이 왕위에 오른 뒤, 궁궐에 버금갈 만큼 크게 지어졌지만 대원군의 몰락과 함께 현재의 모습으로 축소되었다. ‘운현궁’이란 이름은  ‘구름 고개 너머에 있는 궁’이라는 뜻으로 풀이 되는데 공교롭게도 조선말 흥망성쇠를 지켜 본 풍운아 흥선대원군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현궁 옆에 자리한 서울교동초등학교

운현궁 옆에 자리한 서울교동초등학교  ⓒ박분

운현궁 옆으로 서울교동초등학교가 자리해 있다. 학교 담장 따라 교동초등학교의 교육변천사가 벽화처럼 나열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고종31년), 황실의 자녀들에게 신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인 관립 교동소학교로 개교하였다. 초등교육이 처음으로 시작된 곳으로 중등교육의 발상지인 정독도서관과 함께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전당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으로 1950년대 초 일정기간 휴교했을 뿐 왕실학교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학교의 변천사는 우리교육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한다.

북촌한옥마을에서 만난 명소와 유물, 풍경까지 어느 것 하나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이었다. 북촌한옥마을에서 새해 소중한 보물들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꿈을 다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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