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나누는 특별한 기회, 조혈모세포 기증을 아시나요?

시민기자 최창임

발행일 2020.01.21. 16:10

수정일 2020.01.21. 18:33

조회 2,222

백혈병이란 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35년 전이었던 것 같다. 전학을 가 낯설었던 나에게 친구가 되어 준 친절했던 나의 어린친구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발병을 해서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다시 볼 수 없는 슬픈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어린 기억에 혈액을 생성하는 과정에 중요한 성분을 스스로 만들지 못해 수혈을 하고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약을 먹어야 겨우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앙상하게 말라 움직임조차 힘들어지는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죽음의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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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최창임

힘들었던 그 기억을 다시 꺼내어 보게 된 것은 같은 병으로 기증을 기다리는 많은 환우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찾아 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백혈병, 혈액암 등의 환우와 기증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역할을 한다. 1994년 3월 한국골수은행협회로 출발해 20041, 지금의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설립 이래 오늘도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기증 및 이식조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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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가 발간하는 소식지 나누는 사람들과 리플렛 ⓒ최창임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세포라는 뜻으로 정상인의 골수혈액 속에는 이 조혈모세포가 1% 가량 존재한다. 정상인이면 누구나 건강한 조혈모세포가 생성되지만 백혈병 등의 혈액암은 건강한 조혈모세포가 생성되지 못하거나 조혈기능의 장애가 생겨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이 질병의 치료방법은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으로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킨 후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으면 완치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혈모세포의 기증이 중요하다. 건강한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조건은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하는데 부모와는 5% 이내, 형제자매와는 25% 이내, 타인과의 일치확률은 수천에서 수만 분의 1로서 우리나라는 약 2만분의 1의 확률로 일치한다. 과거 이식은 혈연간으로 많이 진행됐지만 한 자녀 가족이 대부분인 오늘날은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이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만나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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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희망광고로 조혈모세포 기증을 알리고 있다 ⓒ최창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는 많은 시민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는 조혈모세포 기증입니다’란 서울시 희망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지하철 4호선과 가로판매대, 구두수선대를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광고를 만날 수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누군가에게 기적을 선물하는 일이다. 새 생명을 선물 받아 삶이란 꽃을 피울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기증자에게도 특별한 경험이다.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서는 우선 기증희망등록을 해야 하는데, 18세부터 40세까지 가능하며 실제 기증은 만 55세까지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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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 신청서류들 ⓒ최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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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사무실 내부 ⓒ최창임

조혈모세포기증 신청은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전국 헌혈의집),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생명나눔실천본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 5개 기관에서 가능하다

기증신청은 등록 기관에 방문하여 신청서 작성 및 유전자검사용 혈액 샘플을 채혈하면 완료된다. 기증자는 기증 시에 발생하는 건강검진, 입원, 채취 등의 의료비용에 대한 부담은 없으며, 금전적 보상 또한 없는 순수 기증이다.

또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322(장기 등 기증자에 대한 지원 등)에 근거하여 공무원은 병가처리하고 공무원을 제외한 근로자의 경우는 유급휴가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질환은 백혈병, 재생불량선빈혈, 악성림프종, 선천성대사장애질환 등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말초혈을 통한 조혈모세포 채취방법과 골수 채취방법이 있는데 이는 기증자가 선택하며, 현재는 99% 이상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으로 기증하고 있다.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취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혈장, 혈소판 헌혈과 같은 성분헌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채취시간은 3~5시간 소요되며, 혈액성분채집기라는 기계를 이용해 진행한다. 한쪽 혈관을 통해 채취한 혈액이 기계를 통과하며 필요한 조혈모세포만 분리 채집되고, 나머지 혈액은 반대쪽 혈관을 통해 다시 들어가는 방식이다. 기증 하고 나서 뻐근한 통증이 있을 수 있으나 채취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조혈모세포는 2~3주 후면 자연재생된다. 단 채취 후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증 2주 후에 혈액검사를 해주기에 기증 전의 건강했던 수치와 비교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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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을 위한 채혈 모습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아직 우리 사회는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못한 편이다. 나 또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를 방문해 조혈모세포 이식에 관한 내용을 안내 받기 전까지 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실제 기증을 한 기증자는 성분헌혈을 해본 적이 있다면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헌혈보다 좀 더 오랫동안 헌혈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사람들이 우려하는 기증 후 허리통증도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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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경영지원부 기증증진팀 팀장 박충민 ⓒ최창임

물론 헌혈을 할 때보다 준비과정도 길고 2~3일의 입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기증자의 말처럼 잠깐의 수고와 불편함으로 새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용기가 생길 것이라는 말,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행운이 있지만 내가 만드는 기증의 행운은 가장 아름다운 행운이란 말을 되새겨 보게 된다. 

나만 건강하고 행복하면 되는 것이 아닌 함께 나누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기증자에게는 나눔의 행복이, 수혜자에게는 새 생명의 소중함과 감사함으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어 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궁금증에 노크해 보는 건 어떨까?

문의 :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02-737-5533 , 블로그(https://blog.naver.com/kmdp0311)

■ 서울시 ‘희망광고’란?
‘서울특별시 홍보매치 시민개방에 관한 조례(‘14.1.9.제정)에 의해 비영리민간단체, 사회적기업 등 공익소재를 공모하여 선정된 기업(단체)를 서울시 보유매체에 홍보해주는 사업. ‘홍보매체 시민개방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청년스타트업이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다. 지하철 전동차 내부, 구두수선대 등 인쇄매체 및 시립시설DID 영상매체 등을 통해 홍보물을 광고하고 있다.
– 응모자격 : 시 관할구역 안에 주소를 두고 있는 비영리법인· 단체, 전통시장, 장애인기업, 여성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공유기업 등
– 응모시기 : 상하반기 각 1회씩, 시 홈페이지(고시공고란) 통해 공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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