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 생동감을 더했다” 마곡문화관 ‘빛의조우’전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0.01.14. 14:20

수정일 2020.01.14. 18:06

조회 1,816

이이남 작가의 '빛의 조우'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마곡문화관 입구 모습

이이남 작가의 '빛의조우'전이 열리는 마곡문화관 ⓒ 최용수

와! 그림에서 눈이 내린다. 새도 날아다니고... 엄마, 이런 그림은 어떻게 그려요?
쉽게 갈 수 없는 개성의 박연폭포는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정선의 '양천팔경첩'과 '인왕제색도_사계'가 빛으로 재탄생했다. 17세기 조선의 겸재와 서양화가 고흐가 그림 속에서 만난다. 서울식물원 마곡문화관 기획전 이야기이다.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입구 전경

마곡문화관은 서울식물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식물원 전경 ⓒ 최용수 

겨울에도 인기몰이 중인 서울식물원, 북쪽자락에는 바닷가 염전의 소금창고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 마곡문화관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세운 목조 구조의 옛 ‘서울 구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이하 배수펌프장)’이다. 1925년 대홍수를 겪은 양천수리조합이 1928년 완공한 펌프장 건물로, 마곡지역이 서울의 마지막 농경지였음을 보여주는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63호)이다. 2018년 서울식물원 조성과 함께 ‘마곡문화관’으로 재탄생하였다. 바로 이곳에서 '이이남, 빛의 조우'기획전(展)이 열리고 있다. 

서울식물원의 호수원과 습지원 사이에 있는 마곡문화관

마곡문화관은 옛 ‘서울 구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을 새롭게 단장하여 조성했다 ⓒ 최용수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8번출구에서 약 10여분, 걷다보니 서울식물원 호수공원이 보이고 습지원으로 향하는 모퉁이에 거무스레한 건물이 보인다. '이이남, 빛의 조우 '기획전을 알리는 배너가 전신주에 걸려 바람에 흔들린다. 철거덕, 묵직한 철문을 여니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수려한 수채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새소리·바람소리·물소리가 잔잔한 음악에 실려 '양천팔경첩'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림에서 물방울이 솟아나고 함박눈이 내린다. 얼핏 그림인데 한 걸음 다가서니 영상이다. 

양천의 사계가 디지털로 재탄생하고 있다

마곡문화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겸재의 그림이 펼쳐진다 ⓒ 최용수

'양천팔경첩'은 양천고을의 풍광을 그린 그림이다. 본래 ‘양천(陽川)’은 햇빛이 잘 들고 물이 맑은 고장이라는 뜻이다. 삼이 많이 나던 어촌은 ‘마곡(麻谷)’이었고, 기름진 골짜기마다 벼가 익어간다 하여 ‘화곡(禾谷)’이었다. 붙여진 지명만큼이나 옛 양천현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이 65세부터 70세까지(1740~1745) 양천현령(강서구)을 지내면서 그린 그림이 '양천팔경첩'이다. 

빛의 조우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마곡문화관

17세기 겸재의 그림을 미디어기술로 다시 재조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 최용수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시간을 거슬러 17세기의 화가 겸재 정선을 만난다. 양천의 사계와 더불어 마곡의 역사를 빛을 소재로 한 기획전 '다시 태어나는 빛, 양천'으로 이야기한다. 겸재의 시각예술인 '양천팔경첩'이 미디어기술로 새롭게 태어난다. 

높이 3미터의 거대한 박연폭포가 디지털로 실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3m 높이의 '연폭포'가 물줄기를 쏟아낸다 ⓒ 최용수 

맞은편 벽면에는 3m 높이의 '박연폭포'가 물줄기를 쏟아낸다. 우측에서는 3대의 55인치 LED TV에서 겸재 정선이 고흐를 만난다. 1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오르면 '인왕제색도_사계'가 펼쳐져있다. 빔 프로젝트를 통하면 ‘그곳에 가고 싶은 작가’를 만난다. 내부가 뻥 뚫린 복층형(1, 2층) 마곡문화관 기획전 관람은 2층에서 마무리된다. 출구를 나와 건물 지하를 둘러보면 이 건물이 배수펌프장임을 알 수 있다.  

“소금창고 같은 외양 때문인지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대부분 지나칩니다. 희귀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문화관 관계자는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외진 곳이라는 장소적 한계와 홍보부족이 원인 아닐까. 이번 특별 기획전 '이이남, 빛의 조우'은 전시는 4월 16일까지 계속된다.

디지털로 재탄생한 인왕재색도

이이남 작가가 새롭게 탄생시킨 '인왕제색도' ⓒ 최용수   

자칫 웅크리기 쉬운 겨울이다. 이럴 때 고전 미술과 현대 미디어의 특별한 만남이 있는 마곡문화관을 추천한다. 양천의 사계절과 지역의 모습이 겸재의 ‘양천팔경첩’이 디지털화되어 보여준다.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과 작가가 관객에게 주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장이이다. 겸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길 건너 ‘겸재정선미술관’을 방문하자. 진경산수화와 겸재의 삶까지 만날 수 있다. 마곡문화관과 겸재정선미술관을 관람한다면 하루나들이 코스로도 넉넉하다.

■ 마곡문화관
○ 홈페이지 : botanic.seoul.go.kr, 페이스북 : seoulbotanicpark
○ 관람시간 : 화~일, 10:00~17:00(11월~2월) ~17:30(3월~4월), 관람료 무료
○ 교통편 :
 -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2~15분
 - 버스 672, 6631, 6642, 6712번(겸재정선미술관 정류소 하차 도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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