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싣고 달린 '서울의 전차' 를 만나다!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0.01.08. 09:29

수정일 2020.01.08. 11:29

조회 2,953

“전차에서 첫 눈에 반해 결혼했지”, “전차 타고 뚝섬으로 물놀이 갔었어"…태어나기도 전에 생겼다가 없어진 전차 이야기는 어르신들의 추억 속에 오롯이 존재한다. 사진과 자료만으로 전차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요즘 세대들과,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어르신 세대들을 위한 전차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기획전시실 입구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기획전시실 입구 ©김은주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전시실 내부의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의 전차' 전시실 내부의 모습 ©김은주

3월 29일까지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20년 전인 1899년에 개통되어 서울의 요긴한 교통수단이었던 전차의 시작부터, 1968년 마지막 전차의 이야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더불어 서울역사박물관과 한국전력공사가 공동으로 개최해 한국전력공사 소장 보스트위크 사진첩들을 보며 전차를 추억하고 알아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다.

'서울의 전차' 전시에서는 전차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서울의 전차' 전시에서는 전차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김은주

우리나라의 전차 역사는 세계의 전차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세계에서 전차가 실용화된 시기가 1881년이었고, 우리나라의 전차가 개통된 시기가 1899년이니, 한성 사람들에게 전차는 얼마나 낯설고 멋지게 보여졌을까? 고종의 근대화 정책의 하나였던 전차는 여러 면에서 삶의 변화를 일으켰다. 전차로 인해 근대화의 가속도가 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70년 간 서울을 누볐던 전차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1899년 5월 4일, 전차 8대가 돈의문에서 흥인지문까지 개통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교토와 나고야에 이어 세 번째였다. 전기철도라 불리는 전차의 시대가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가족단위로 전시를 구경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가족 단위로 전시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 ©김은주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은 전차는 양반과 평민 모두 돈만 지불하면 탈 수 있었으며 남성과 여성 간의 공간 구별도 없어지면서 의식에 변화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노선에서 타야 하는 전차의 규칙에 맞춰갔고 이 모든 것들은 근대 도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시실에서 자료를 살펴보니 전차의 시작은 평탄치 않았다. 개통 9일 만에 어린아이가 전차사고로 죽게 되어 전차를 불태우는 사건이 일어난 후 연이은 사건들로 2개월 간 운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경성전기회사 제복과 여성전차 안내인의 사진

경성전기회사 제복과 여성전차 안내인의 사진 ©김은주

전차는 운전자와 차장이 있었다. 초기에는 현금을 냈으나 이후 승차표 제도로 바뀌었다. 이 시기에 4개였던 전차 노선은 한일합병 이후 16개로 늘어났고, 노선의 증가는 서울의 경관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도성의 성문과 성벽이 훼손되었고, 도심과 외곽을 오갈 수 있게 되며, 생활권의 확대를 가져오기도 했다. 1930년대 들어서는 전차를 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이용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송곳 한 개 꽂을 데 없을 만큼 대만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판넬의 그림과 다양한 자료들로 채워진 전시실 내부

판넬의 그림과 다양한 자료들로 채워진 전시실 내부 ©김은주

해방 이후, 서울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만원전차의 문제는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28년 부영버스가 등장하면서 전차와 버스의 경합이 시작되었다. 버스 승객이 증가하면서 전차 승객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적자 문제로 한국전력으로부터 인수한 전차의 운영을 맡은 서울시는 1968년 전차 운행을 중단하게 되면서 전차 시대는 끝이 나게 되었다.

전차와 관련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민의 모습

전차와 관련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민의 모습 ©김은주

1968년 11월 29일 저녁 8시 12분, 전차는 70년이라는 세월을 마감했다. 한 때 50만 명이 넘는 서울 시민의 발이 되어 200여 대의 전차가 72개 역을 누비며 전성기를 누렸었다. 어찌 보면 매일의 일상 속 시민들과 함께 한 전차였기에 운행 중단은 큰 아쉬움이 되었을 것이다.

전차 운행의 마지막을 알리고 있는 시청각 자료 ©김은주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등록문화재 제467호인 전차 381의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에는 등록문화재 제467호인 전차 381호가 전시되어 있다 ©김은주

위 사진의 전차는 1930년경부터 1968년 11월까지 약 38년 간 서울 시내를 운행한 서울의 마지막 전차 중 하나다. 전차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서는 1930년대 서울 전차관광체험과 전차의 역사, 구조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전차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는 전차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큰 울림이 되었다.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전차를 찾아 떠난 여행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우리네 삶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 온 가족이 함께 서울의 전차 여행을 떠나 그 의미를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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