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공원’ 성곽길, 오롯이 시간을 마주하다

시민기자 김혜민

Visit1,340 Date2020.01.07 16:03

낙산 한양도성 순성길 ⓒ김혜민
낙산 한양도성 순성길 ⓒ김혜민

성곽을 걷다 보면 6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성곽의 안팎은 많이도 변했지만, 성곽은 옛 모습 그대로다. 이 성곽은 ‘한양도성’이다.

서울 주변을 둘러싼 성곽과 문을 일컬어 한양도성(사적 제110호)이라고 한다. 평균 5~8m 높이로 무려 18.6㎞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중 낙산공원 구간은 2.1㎞정도에 해당된다.

낙산은 낙타의 등과 비슷하다 하여 예전에는 ‘낙타산’이라 불린 곳이다. 또한, 조선 왕실에서 쓸 우유를 공급하는 소들을 이곳에서 키웠다고 하여 ‘타락산’이라고도 불렀다. 여기서 타락은 우유의 다른 말이다. 이제는 엉기적엉기적 걸었을 소도 없고, 그저 오래된 성곽만이 우두커니 그 자리를 지킬 뿐이다.

한양도성은 조선 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면을 표시하고,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인데, 이제는 주말 저녁이면 데이트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양도성 순성길(369마을) 이정표와 한적한 오르막길 ⓒ김혜민
한양도성 순성길(369마을) 이정표와 한적한 오르막길 ⓒ김혜민

낙산공원 전망대에 가기 위해서는 혜화역에서 출발해도 되고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해도 되지만, 어디에서 향하든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느긋느긋 올라가도 1시간이면 정상에 도달한다.

내가 선택한 곳은 4호선 한성대입구역(4번 출구)이다. 역에서 나오면 가장 먼저 ‘성곽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성곽마을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를 것 같은 오르막이 나오고, 오르막 계단길 양옆에는 촘촘히 들어선 집들이 우리를 반긴다. 그리고 마주한 것이 ‘369 성곽마을’이다.

369성곽마을의 마실 카페 ⓒ김혜민
369성곽마을의 마실 카페 ⓒ김혜민

모든 것이 빌딩 숲 안으로 사라져버린 평일 오전, 운동 삼아 나온 몇 명의 사람들이 오고 갈 뿐 한적하기 그지없다. 마을의 이름이 궁금했는데 표지판을 보니 ‘369 성곽마을’이라 적혀 있다.

‘369 성곽마을’은 삼선 재개발 6구역의 첫 소리를 따서 ‘369 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또한 마을의 정체성과 문화를 바탕으로 주민이 화합하여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언덕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삼육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369 성곽마을’에서는 지역 작가 작품 전시, 마을 예술전과 한성대 청년작가 연계 수업 등이 진행되는 ‘369 예술터’를 운영 중이다. 전통주나 전통 음식 등을 체험할 수 있는 ‘369 마실’도 있다.

장수마을 ⓒ김혜민
장수마을 ⓒ김혜민

성곽을 따라 걷는 길 ⓒ김혜민
성곽을 따라 걷는 길 ⓒ김혜민

‘369 마을’을 지나 오른편으로 쭉 가면 혜화문이 나오고, 왼편으로 가면 이제 성곽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성곽을 따라 햇살도 받고 고양이도 마주하고 떨어지는 낙엽이 마지막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장수마을’에 도달한다.

장수마을을 지나 올라가면 성곽 안길이 드러난다 ⓒ김혜민
장수마을을 지나 올라가면 성곽 안길이 드러난다 ⓒ김혜민

‘장수마을’까지 지나 올라가면 이제 성곽의 안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늘어선 성곽을 따라 그리 오랜 시간을 걷지 않았는데 ‘제2전망광장’에 오르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어둠이 내리 깔리면 성곽을 밝히는 조명과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이에 맞춰 성곽 밖의 마을에서도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면 마치 영화 <라라랜드>가 생각나는 밤의 낭만이 시작될 것이다. 은은하게 밝히는 주황빛 파도가 일렁이는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성곽을 따라 낙산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김혜민
성곽을 따라 낙산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김혜민

물론 낮에도 탁 트인 풍경이 마음에 위안을 준다. 오밀조밀한 낙산 아래 마을들은 추운지 서로 엉켜 있고, 그 너머 도시는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그 숲에 숨어 있다. 대학로에서 빠져나온 한 무리와 운동 삼아 나온 주민, 그리고 데이트 삼아 올라온 한 커플이 ‘낙산공원’을 채운다. ‘낙산공원’에는 세 개의 전망대가 있다. 그 중 ‘제2전망광장’이 개인적으로는 으뜸으로 꼽고 싶다.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우니 타박타박 걷기 좋은 계절은 아니다. 그나마 달려있던 잎들도 하나 둘 다 떨어졌으니 아쉽고 아쉽다. 그럼에도 성곽길을 걸었다. 차가워진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두꺼운 목도리를 칭칭 감은 채 조용히 걸었다. 그리고 정상에 도달하니 또 그런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또 와야지.”

■ 서울한양도성 ‘낙산구간’
– 구간 : 혜화문~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나무계단~가톨릭대학 뒷길~장수마을~낙산공원 놀이마당~낙산정산~이화마을~한양도성박물관(서울디자인지원센터)~흥인지문공원~흥인지문(2.1km)
– 소요시간 : 약 1시간
– 홈페이지 : seoulcitywall.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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