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는 취업 후 후불로! 청년스타트업 ‘학생독립만세’
발행일 2020.01.07. 13:08
‘알바하며 취준하니 빠른 취업 될리 있나, 학생독립 만세하며 후불제로 취준하세.’ 어디선가 본 듯한 문구다. 2019년 상반기 서울시가 선정한 후불제 교육 서비스 업체 ‘학생독립만세’의 희망광고였다. ‘희망광고’와 ‘후불제 교육 서비스’ 라니 생소한 말들이 처음엔 낯설었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희망광고를 운영해 오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사회적 기업 등의 공익소재를 선정해 지하철 전동차, 가로판매대, 구두수선대 등에 5개월 이상 홍보하는 거다. 시민의 공익활동 활성화와 영세소상공인 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tbs TV방송 광고와 시 공식 온라인 매체 '내 손안의 서울'에 단체 소식이나 활동사항 등을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광고가 실적과 연결되는 세상에서 귀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학생독립만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5층에 위치해 있다 ⓒ박은영
‘학생독립만세’ 업체는 이름만 봐서 언뜻 역사가 떠올랐지만, 아니었다. 먼저 배우고 취업 후에 돈을 낸다는 교육비 납부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신생기업이었다. 비용 부담 없이 교육 받고, 취업에 성공한 뒤 월 소득의 n%를 n개월 간 납부하는 방식으로 ‘국내 최초 소득공유 후불제’를 도입한 업체다.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기회 균등의 혜택을 마련해 준다는 방침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이같이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업체 학생독립만세를 찾아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여러 스타트업 회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박은영
학생독립만세는 서울시 종로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5층에 위치했다. 창업 허브 및 플랫폼 역할을 하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학생독립만세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등 여러 스타트업 회사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상 좋은 모습으로 맞이한 최고운영책임자 박준우 씨는 학생독립만세를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배움을 누릴 방법을 만들자’라는 미션을 통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소개했다. 반드시 선불로만 결제가 이루어진 교육시장에 후불제라는 선택지가 당연히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 포괄적인 미션이라며 말이다.
학생독립만세는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배움을 누릴 방법을 만들자’라는 미션을 통해 만들어진 회사다 ⓒ박은영
“먼저 배우고 나중에 낸다는 개념이 말은 매우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실무적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많은 것들을 다뤄야 합니다. 일반적인 교육기관이 자체적으로 이 모델을 도입하는 데는 힘이 굉장히 많이 들기 때문에 저희 같은 관리업체가 교육업체와 협업을 하면서 ‘후불제를 위한 학생의 ’온라인 인증 심사’, ‘학생들과의 법적인 계약’, 그리고 ‘납부관리’ 등 세 가지 업무를 위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독립만세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개설되어 있는 과정에 한해서만 수강이 가능했다. 현재는 ‘항공사 지상직’, ‘디지털 마케팅’, ‘UX, UI 디자인(웹디자인)’, ‘모션 그래픽 디자인(영상)’, ‘웹 개발자’ 이 다섯 개 분야에서 소득공유 후불제라는 지불방식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독립만세에서는 현재 5개 분야의 개설된 교육에 한해 소득공유 후불제 지불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박은영
”처음엔 입시 쪽에 포커스를 맞춘 과외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한 기술 교육 과정을 배우는 쪽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을 했고, 교육 자체도 국영수의 사교육보다는 직무교육이 좀 더 회사의 가치를 표현하기 좋다고 생각을 해서 2019년부터는 과외를 제외한 취업준비 쪽으로 포커싱을 옮겼습니다.“
서울시 희망광고는 처음에 안 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지원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작성해 보자는 생각에 스토리텔링이 잘된 케이스의 학생 사례를 지원서에 녹였는데 운 좋게 선정됐고, 그때부터 학생독립만세 자체를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홈페이지 관리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학생독립만세는 국내 최초 소득공유 후불제 교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박은영
”희망광고 효과는 만족합니다. 오프라인 광고다 보니 엄청난 결과를 기대한다든가 하는 욕심은 없었어요. 100명이 지원해도 20명밖에 수업을 들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절대적 전환율은 없지만, 지금도 광고 효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오래 전 광고를 봤는데, 이제 론칭을 해서 지원해요.’ 이런 말을 듣기도 하거든요. 광고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5개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 실제 교육을 이수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하나의 실험을 한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개발을 원하는 학생들을 특정해서 광고를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냥 ‘청년’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교육과정이 끝나고도 취업이 안될 경우 교육비를 받지 않는다 ⓒ박은영
청년의 대상은 대학교 졸업반이자 만 34세 미만이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청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가능하다고 했다. 단, 상환의지를 중심으로 정직성 및 성실도를 평가하는 심사를 받아 통과해야 하고, 한 학기에 준하는 모든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취업이 안 될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했다.
“교육과정을 끝나고도 취업이 계속 안 될 경우 교육비를 받지 않습니다. 그 기한은 교육 과정이 끝나는 분야마다 다를 수 있는데, 교육기간과 취업 예상기간에서 2.5배 정도의 시간을 따로 설정을 하고 있어요. 일례로 항공분야의 경우, 교육이 3개월이고 취업이 늦어도 3~4개월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총 6~7개월 과정인 경우 교육비 납부 기한을 24개월까지로 합니다.”
후불제 방식이라 해도 교육비를 납부하지 않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박은영
교육비를 납부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먹튀’를 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어떤 학생들이 어떤 과목에서 어떤 소득 분위에서 먹튀가 발생하는지, 여러 과정을 경험하면서 데이터 수정했고 이제는 99.2%프로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제일 중요한 건 교육의 ‘퀄리티’였다. 받은 교육이 만족스럽고 진짜 없어서 못내는 게 아니면 다 낸다는 거다. 협력업체의 교사들의 채용 기준 역시 중요했다.
“저희는 선불로 100% 취업률을 자랑하시는 분들과 함께 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그 모델링은 계약관계에 따르면 교육 용역을 하고 학생들은 저희와 별도 납부 계약을 맺는 형태인데 사실은 후불제에 대한 노하우는 저희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커리큘럼을 같이 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독립만세의 최종목표는 학생이 원하기만 한다면 후불제 교육을 발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박은영
박준우 씨는 학생독립만세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데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들은 도움을 받는 게 아니고 선불보다 후불이 더 좋아서 당당하게 후불제를 선택한 것이고, 그것은 선불제와 똑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만 심사를 통과한다면 말이다.
“처음 지원부터 교육, 납부의 마지막 단계까지 데이터를 관통하는 게 내년에 목표입니다. 아울러, 제휴 없이 교육자체를 후불제로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하는 마켓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최종목표라고 한다면 학생이 원하기만 한다면 후불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100만 원짜리 기술 교육을 돈 없이 들을 수 있고, 교육비도 취업이 된 후에 받는다. 이 신박한 생각을 해낸 학생독립만세의 박준우 씨는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게 기업이 할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희망광고를 통해 교육을 받고 취업에 성공하는 청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학생이 학생만의 힘으로 원하는 배움을 누릴 때까지 학생독립만세가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지길, 그래서 경제적 이유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학생독립만세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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