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책박물관에서 만나는 '한국대중가요 100년사'

시민기자 박세호

발행일 2019.12.31. 10:45

수정일 2019.12.31. 16:27

조회 4,241

송파책박물관에서는 한국대중음악 100년의 이야기가 담긴 유물들이 전시된다 Ⓒ박세호

송파책박물관에서는 한국대중음악 100년의 이야기가 담긴 유물들이 전시 중이다 Ⓒ박세호

한국대중가요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회가 2020년 새해 3월 3일까지 송파책박물관에서 개최된다. 기획 특별전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를 주제로 대중가요 음반, 음향기기, 가사·악보를 담은 노래책 등 유물 20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대중가요는 일반 대중의 희로애락과 오랜 세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대중가요를 광복 이전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구분해 보여준다. 나라를 잃은 설움과 한이 담겨 있는 조선가요집, 조선속곡집 등 광복 이전의 자료부터 6·25전쟁의 아픔을 노래한 음반과 삽화도 볼 수 있다. 전시품 중 한국 최초의 댄스가수로 1960년대에 활약한 이금희가 입었던 화려한 의상이 눈에 띈다. 이금희는 1960년대 미8군 무대와 클럽을 통해 외국 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며, 당시 부동자세로 노래하던 국내 가요계에 춤 열풍을 일으켰다.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무대의상도 전시되어 있다 Ⓒ박세호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무대의상도 전시되어 있다 Ⓒ박세호

근·현대의 노래책을 토대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한 자리에 모아 100년의 역사를 구성해본 것이다. 우리의 대중음악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역사와 시대를 반영하면서 발전해 왔다. 특히 각 시대의 생활에 따라 기쁨과 슬픔, 꿈과 희망을 노래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래책에는 노래 외에 인기 가수의 화보와 시대별 인기순위, 애독자 참여마당 등 다채롭고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래책에 깃든 다양한 사연을 이해하고 애환에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연령대별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를 써서 붙이는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박세호

연령대별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를 써서 붙이는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박세호

광복 이전(~1945년)은 일제강점기 시대이며 젊은이들을 비롯한 모든 한국 민족의 활동이 위축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1910년대에 외국 대중가요를 번역, 번안한 행태로 시작되었다. 1920년대에는 유성기(축음기)의 확산으로 유성기 음반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1930년대에는 일본 음반회사들이 한반도에 진출하면서 직업가수가 등장했다. '유랑인의 노래'를 부른 채규엽은 한국 최초의 직업가수이면서 작사·작곡에도 참여해 인정 받았다. 1920년대에는 무성 영화의 주제가나 연극 속의 노래들이 유통되었으며, 1927년대의 무성영화 <낙화유수>의 주제곡 '낙화유수'는 한국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로 평가받는다.

"강남달이 밝아서 님이 놀던 곳 ...."  노래가 심금을 울린다 Ⓒ박세호

세월이 흘러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 그 시절의 악보와 신문, 방송 등 언론 보도들을 구색을 맞춰 전시관 요소요소에 배치했다. 모든 내용들은 시대에 따라 구분되어 전시되고 있는데, 관람객은 순서에 따라 각방을 돌아 나오면 된다.

1950년대 중하반에는 한반도에 주둔하던 미국 군인들을 위한 공연의 여파로 ‘미8군 쇼’가 등장했다. 이것은 미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일정한 수준을 갖춰 등장한 대형 밴드, 가수, 댄서, MC 등이 모인 종합적인 공연이었다. 1960년대에는 미8군 무대 출신의 음악인들이 점차 일반 무대에 진출했고, 팝 계열의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에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었다. 1970년대에는 음악다방이 명동, 충무로 등 서울의 도심에서 인기를 끌었다. 음악다방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쳥년들이 모여 어울리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문화기지의 역할을 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 라는 음악이 전국을 강타했다(좌), 방송금지 사유가 한 시대 전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우)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 라는 음악이 전국을 강타했다(좌), 방송금지 사유가 한 시대 전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우) Ⓒ박세호

1970년대 금기와 억압 속에서 청춘과 낭만을 노래했던 청년들의 상징은 포크송과 록으로 대변된다. 1970년대는 기성의 대중가요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음악이 위상을 높이는 시기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상징되는 당대 청년들의 문화로 포크송과 곡 음악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포크송 문화는 기성세대의 대중가요와 구분되는 순수하고 비상업주의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기성세대는 물론 중·고등학교 세대로까지 점차 확대되어 대중가요의 새로운 주류가 되었다. 포크송 문화의 중심에 있던 대표적인 가수로 한대수, 김민기, 윤형주, 송창식, 양희은 등이 있다.

한편, 1970년대에는 록 음악이 청년 문화의 하나로 정착한 시기이기도 하다. 키보이스, 히식스, 영사운드 등의 록 밴드와 김추자 등이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신중현, 윤항기 등은 한국의 록 음악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대에는 트로트, 팝송, 포크송 등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하는 한편 발라드와 댄스 음악, 록 음악, 언어그라운드 음악, 민중가요 등 다양한 개성의 음악들이 서로 결합되거나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채로운 음악들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트로트에서 헤비메털까지의 다종다양함을 과시하던 시대이다.

자녀를 데리고 구경할 수도 있고, 아이들은 별도의 프로그램을 가질 수도 있다 Ⓒ박세호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있다 Ⓒ박세호

당시 대중가요계를 선도한 것은 가왕으로 불리던 조용필이었다.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발표하며 전 국민의 호응을 얻었던 조용필은 1980년 후반기에는 이문세, 변진섭, 이선희 등 발라드 가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대중가요계의 주류를 형성했다. 1980년대의 또 다른 특징은 라이브 콘서트나 음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포크, 발라드, 록, 헤비메탈 등 장르가 다양했고, 대중들의 다채로운 음악적 정서를 제공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 레코드판 오리지널. 반세기의 역사가 흘렀다 Ⓒ박세호

양희은의 '아침이슬' 레코드판 오리지널. 반세기의 역사가 흘렀다  Ⓒ박세호

여러 가지 세월의 흔적을 직접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양희은, 펄시스터즈의 오래된 음반도 신기하고,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초기 활동 대두장면도 의미가 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춤사위가 곁들인 공연실황을 볼 수도 있다. 동영상을 틀어 무대 매너와 춤사위를 보는 동시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수와 노래들은 한명숙의 ‘노란셔츠의 사나이’, 김상희의 ‘단벌신사’, 패티김의 ‘태양이 뜨거울 때’, 봉봉사중창단의 ‘육군 김일병’, 이시스터즈의 ‘서울의 아가씨’, 김시스터즈의 ‘올 슈크 업(All shook up)' 등이다.

전시장 건물은 송파책박물관 2층인데, 바로 옆이 큰 열람실이다 Ⓒ박세호

전시장 건물은 송파책박물관 2층인데, 바로 옆이 큰 열람실이다 Ⓒ박세호

1990년대에서 현재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대중음악의 시대이다. 1990년대는 댄스음악의 바람이 한국대중가요의 주류를 이룬다. 90년대 후반에는 H.O.T, 젝스키스, SES, 핑클, god 등 대형기획사가 키운 댄스가수들이 대중가요계를 주도했다. 이로써 이전까지 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대중가요가 10대 청소년들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었다.

대중가요계의 변화와 발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국의 대중가요는 k-pop이라는 이름으로 전자음원, 유튜브 등이 인터넷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곳곳으로 활발히 유통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입구의 안내판이 전시장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박세호

입구의 안내판이 전시장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박세호

관객층을 보면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다. 부모를 따라 송파책도서관에 왔다가 같은 건물 2층에서 전시되는 이 전시회를 보려고 같이 왔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 때문에 도서관에 나왔는데, 책 이외에도 청춘 시절 깊이 감동을 받았던 가수와 노래를 다시 살펴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연신 메모를 하면서 보는 사람도 있고, 그냥 동네 쇼핑센터 들리듯이 신속하게 한 번 휙 둘러보고는 금방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다. 다른 전시회와 달리 모두가 자신이 귀 기울이던 음악에 대한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듬뿍 즐기는 듯하다.

좋아하는 가수의 가요 하나를 선정해 스티커에 써서 붙이는 재미도 있다 Ⓒ박세호

좋아하는 가수의 가요 하나를 선정해 스티커에 써서 붙이는 재미도 있다 Ⓒ박세호

남녀노소 누구나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한 번쯤 들려볼 만한 재미있는 전시회다. 무엇보다도 그 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특별한 감회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 각자 어떤 대중음악이나 히트곡 등에 몰입되었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1월 8일(수) 10시 30분에는 송파책박물관 어울림홀에서 이러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강좌도 하나 개최될 예정이다. 제목은 ‘노래책으로 보는 대중음악사 100년’이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직접 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음악 다방의 DJ도 되어 볼 수 있고, 함께 갔던 일행은 홀의 의자에 앉아 기념촬영을 할 수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의 이름을 스티커를 찢어서 거기에 적고, 자기의 연령대가 표시된 벽에다 부착하면 된다. 음악 퀴즈 문제도 풀어볼 수 있고, 헤드폰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다큐 프로 및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있다.

송파책박물관은 9호선, 6호선 송파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두 정거장을 가거나, 10분 걸어서가도 된다. 2019년 5월 신축해 시설도 좋고, 보다 자세한 정보는 송파책박물관 홈페이지(www.bookmuseum.go.kr)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 송파책박물관

○위치 : 송파대로 37길 77

○문의 : 02-2147-2486

○홈페이지 : www.book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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