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 식물원이? 종각역·녹사평역의 싱그러운 변신

시민기자 박찬홍

Visit584 Date2019.12.23 13:58

서울시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종로타워 지하2층)으로 이어지는 지하 유휴 공간(850㎡)을 ‘종각역 태양의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2월 13일 태양광으로 식물을 키우는 광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증가하는 도심 속 유휴공간에 대해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 그 일환으로 종각역 지하 유휴공간에 지하정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년여 간의 공사를 거쳐 관련 시설을 완공한 것이다. 평소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 역할만 해오던 종각역 지하공간이 시민들을 위한 녹색 공간,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공간이 새롭게 바뀌고 나니 바쁜 걸음으로 이동만 하던 많은 시민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설을 살펴보고, 감상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 입구 전경 ⓒ박찬홍

종각역 태양의 정원 입구 전경 ⓒ박찬홍

이번 종각역 태양열 광장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은 지상의 햇빛을 지하로 끌어들여 지상과 유사하게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게 구현해내는 ‘태양광 채광시스템’이다. 천장의 8개 채광시스템을 통해 자연광을 지하로 끌어들여 마치 햇빛이 스며드는 동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태양광 채광시스템’은 2개의 비구면 거울을 이용해 태양광을 고밀도로 집광한 후 특수 제작한 렌즈를 통해 장거리 전송하는 원격 채광 방식이라고 한다. 지상부(종로타워 앞 광장)에 설치된 집광부는 투명한 기둥형태로 설치해 집광된 태양광이 지하로 전송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야간에는 내장된 LED광이 경관등 역할을 한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 내부전경 ⓒ박찬홍

종각역 태양의 정원 내부 전경 ⓒ박찬홍

태양광 채광시스템은 야간시간대, 비가 오거나 흐려서 태양광이 비추지 않는 날에는 자동으로 LED광원으로 전환돼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 조도 확보가 가능하며 천장에는 빛이 반사· 치해 식물원에 들어온 것 같은 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설계와 시공 과정 등을 통해 서울시의 유휴 공간 활용과 녹색도시, 친환경도시로의 발로를 만들어 가는 의지와 모범이 되는 사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하 정원에는 광량이 많아야 재배 가능한 상큼한 과실수까지 볼 수 있다 ⓒ박찬홍

지하 정원에는 광량이 많아야 재배 가능한 상큼한 과실수까지 볼 수 있다 ⓒ박찬홍

이러한 과학적인 시스템으로 식물이 식재되는 정원은 전체 공간의 약 6분의 1 규모(145㎡)이다. 이 지하정원에는 광량이 많아야 재배 가능한 레몬트리, 오렌지나무 같은 과실수와 이끼 등 음지식물을 포함해 다양한 식물을 식재해 사계절 내내 푸른 ‘도심 속 작은 식물원’을 만날 수 있다. 

식물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식물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 ⓒ박찬홍

정원 사이사이에는 식물 체험·교육, 공연, 모임, 직장인 힐링 프로그램(요가, 명상) 등이 가능한 가변공간을 조성해 지나가는 공간이 아닌 머무르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현재 지하 공간 양쪽 끝에 위치한 계단은 시민들이 앉아서 쉬거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스탠드 형태로 개조되어 있다.
이렇게 조성된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자연광 및 지하공간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 등 지역 커뮤니티를 연계한 문화, 교양교실에서부터 식물체험, 식물 도스튼 운영, 주말, 점심시간 등을 활용한 명상, 요가 등 힐링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홍보, 판로, 교육 지원 사업을 제공하는 청년창업 지원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정원 상부에서 바라본 태양의 정원의 모습 ⓒ박찬홍

정원 상부에서 바라본 태양의 정원 모습 ⓒ박찬홍

한편, 서울의 특별한 지하 정원공간으로는 ‘녹사평역’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3월 14일에 녹사평역은 자연광과 식물,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정원이 있는 미술관’으로 새 단장하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녹사평역 지하 4층 지하예술정원의 전경 ⓒ박찬홍

녹사평역 지하 4층 지하예술정원의 전경 ⓒ박찬홍

녹사평역이 종각역 태양열 광장처럼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7년 8월 ‘서울은 미술관’ 일환으로 녹사평역 프로젝트 착공식을 하면서부터다.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는 ‘시민의 보다 아름다운 삶’이라는 공공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도시공간에 예술적인 상상력과 인간적 정취를 담고자 2016년부터 진행해온 공공미술 프로젝트이다.

지하예술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의 모습 ⓒ박찬홍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의 모습 ⓒ박찬홍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녹지 정원 ⓒ박찬홍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녹지 정원 ⓒ박찬홍

녹사평역은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라는 역명에 걸맞게 곳곳을 예술작품과 지하정원으로 개선했다. 역사 지하 1층부터 5층까지는 국내 중견, 신진 작가들의 공공미술작품 6개를 전시하였고, ‘빛-숲-땅’이라는 주제로 각 층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숲을 지나 땅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의미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넓은 면적을 갖췄지만 그동안 방치되었던 지하 4층 대합실에서는 ‘숲’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지하 4층 원형홀은 600여 개 식물이 자라는 정원으로 탈바꿈했는데 낮에는 천장의 유리 돔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이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눈으로 보고 힐링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정원사들이 상주하면서 화분을 가꾸고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녹사평역에서 실시한 생태가드닝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 모습 ⓒ박찬홍

녹사평역에서 실시한 생태가드닝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 모습 ⓒ박찬홍

지난 12월 실시한 생태가드닝 프로그램 진행 모습 ⓒ박찬홍

지난 12월 실시한 생태가드닝 프로그램 진행 모습 ⓒ박찬홍

금번 종각역 태양의 정원과 함께 녹사평역 지하 예술정원은 그 동안 방치 되었던 유휴공간을 시민들의 힐링과 건강, 행복을 위한 시설로 재탄생시킨 특별한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공통점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시현하고 발전해 가는 서울의 미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그 공간 속에서 잠시나마 힘든 하루의 여정을 잠시 풀어내며 휴식과 명상을 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체험을 하는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행복과 미래를 만들어 가는 특별한 공간으로 진화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별한 쓰임 없이 비어 있던 공간, 그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 역할에만 머물렀던 곳이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지상의 태양광을 지하로 끌어 들여 나무가 자라고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면서 “종각역 태양의 정원은 혁신기술의 테스트 베드다. 서울의 지하 유휴공간 재생에 대한 비전이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서울 시내 곳곳에 이러한 유휴 공간이 더욱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발전되고 개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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