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억하는…성평등도서관 '여기'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19.12.20. 11:12

수정일 2019.12.20. 16:12

조회 1,441

2016년 전국민을 경악하게 한 ‘강남역 공용화장실 여성 살해 사건’을 기억하시는지. 이 사건은 여성의 안전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불러일으키며 우리 사회 속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대한 담론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의 성평등 운동은 어디까지 달려왔을까.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 자리하고 있는 성평등 도서관 '여기'를 찾았다.

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록하는 성평등 도서관 ‘여기’ ⓒ강사랑
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록하는 성평등 도서관 ‘여기’ ⓒ강사랑

도서관 내부 모습 ⓒ강사랑
도서관 내부 모습 ⓒ강사랑

서울여성플라자 내 2층에 857㎡ 규모로 자리잡고 있는 성평등 도서관 '여기'. 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억하는 공간, 바로 '이곳(her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페미니즘 관련 대중 서적부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여성정책 자료와 여성운동, 여성단체, 여성기관 자료들이 빼곡하다.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관 ⓒ강사랑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서관 ⓒ강사랑

일반 도서관과 비교해 다소 독특한 공간 구성이 눈에 띈다. 성평등 도서관 '여기'는 책장의 높이가 일률적이지 않고 높낮이가 있어서 전체가 시원하게 트인 열린 공간의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 가치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또한 낮은 곳에서 때로는 높은 곳으로 움직이고 역동하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즘 입문자를 위한 도서들을 소개하는 코너 ⓒ강사랑
페미니즘 입문자를 위한 도서들을 소개하는 코너 ⓒ강사랑

사건기록으로 보는 성평등 운동 코너 ⓒ강사랑
사건기록으로 보는 성평등 운동 코너 ⓒ강사랑

또하나 주목할 것은 '사건기록으로 보는 성평등 운동' 코너이다. 성폭력에 대한 침묵의 역사를 깬 반(反) 성폭력 운동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요약하고 정리해 놓았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1986),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1993),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2000) 관련 기증 자료의 사본 등 사료적으로 가치가 높은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다.

 '기억ZONE:강남역 10번 출구' 모습.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들이 가득하다. ⓒ강사랑 '기억ZONE:강남역 10번 출구' 모습.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들이 가득하다. ⓒ강사랑
'기억ZONE: 강남역 10번 출구' 모습.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들이 가득하다 ⓒ강사랑

이곳은 도서관이면서 기억 공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 한켠에는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기억ZONE이 마련되어 눈길을 붙잡는다.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이 서울 강남역 등 전국 9개 지역 추모공간에 붙였던 추모 쪽지 3만 5,000건과 관련 미디어 자료, 시민 활동 자료 등 198일간((2016년 5월 17일~11월 30일)의 기록들이 모여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없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묻는 공간이다.

페미니즘 관련 대중 도서들 ⓒ강사랑
페미니즘 관련 대중 도서들 ⓒ강사랑

오직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모토로 도서관이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서울여성가족재단 강경희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보존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는 여성단체들의 낱장 자료부터 시작해서 많은 정책 연구 결과들을 모으고, 의미를 재조명하고, 다시 정책으로 재생산하는 과정에 필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성차별의 격차를 좁히는데 주력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했(cpbc 뉴스 인터뷰 기사 中) 국내 유일무이한 도서관으로서 한국 페미니즘과 성평등의 역사를 총정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성운동계의 큰 별 故 박영숙 선생과 관련된 기증자료를 바탕으로 여성운동사를 살펴볼 수 있는 '영원한 현역 박영숙'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강사랑
여성운동계의 큰 별 故 박영숙 선생과 관련된 기증자료를 바탕으로 여성운동사를 살펴볼 수 있는 '영원한 현역 박영숙'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강사랑

도서관 이용자들은 주로 성평등 관련 연구자나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찾아 인근 지역과 먼 타지역에서 발걸음하는 일반 시민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기억존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성평등 도서관 '여기'는 일요일과 월요일, 법정 공휴일을 제외한 화~토요일 9~12시, 13시~18시까지 운영한다.

서울여성플라자 로비에 걸려있는 현수막.
서울여성플라자 로비에 걸려있는 현수막.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강사랑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기억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신교수 성희롱 사건,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미투(Me too), 82년생 김지영 열풍.... 현재 페미니즘과 성평등 운동이 어디에 와 있으며 또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장소, 성평등 도서관 '여기'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다.

■ 성평등 도서관 '여기'
△주소 :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54길 18
개관 : 2015년 7월 14일
설립 주체 : 서울특별시청
운영 기관 :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 : www.genderlibrary.or.kr
문의 전화 : 02-810-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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