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집회·시위 문화와 광장… 제3차 공개토론회

대학생기자 이하은

Visit246 Date2019.11.29 11:21

광장은 집회·시위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민주주의의 장’으로서의 광화문 광장은 시민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결집해 목소리를 내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간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가려 소음으로 고통 받는 인근 주민들의 고충은 다뤄지지 못했다. 최근 광화문과 청와대 일대 주민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 며 집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 고궁박물관 앞 토론회 안내 배너 ©이하은
국립 고궁박물관 앞 토론회 안내 배너 ©이하은

집회의 자유와 지역주민의 기본권 문제를 논하기 위해 전문가와 인근 주민, 시민들이 모였다. 광화문광장 재조성을 위한 ‘제 3차 공개 토론회’가 지난 11월 27일(수) 오후 3시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열렸다. 각종 분야의 전문가와 지역주민은 ‘광장 민주주의와 성숙한 집회·시민 문화’를 주제로 3시간가량 발제와 토론을 이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토론회에 참여해 발표를 경청했다. 광장 재구성에 관심 있는 시민들도 함께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는 광화문 시민위원회 김원 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광장 이용에 대해 논의하고 이에 대한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대표공간으로서 광화문 광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광장 구성에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의 최소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는 이희훈 교수 ©이하은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의 최소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는 이희훈 교수 ©이하은

토론회에 앞서 발제자들의 발표가 있었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법적인 관점에서 집회로 인한 인근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얘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의 이분법적 구분을 개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주간-야간으로 구분되는 시간대에 심야 시간을 추가해 소음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주거지역과 종합병원에 대해 별도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이 교수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으로 ‘집회 소음 기준 위반시 과태료 부과’를 제안했다. 현행법상으로는 집회에 대한 법적 통제는 중간단계의 처벌 없이 기소만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실질적인 통제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과태료 부과는 집회 당사자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상징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태료 안이 담긴 집시법 개정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마무리 발언으로 이 교수는 존 스튜어트의 말을 인용해 “나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라며 “본인의 과도한 주장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집회자와 주민들이 모두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중인 패널들의 모습 ©이하은
토론에 참여중인 패널들의 모습 ©이하은

발제가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6명의 토론 패널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인근 주민으로 구성됐다. 최범 미디어 평론가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이전에 재의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광장은 그간 지배권력이 역사적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곳”이라며 “이제라도 광장은 공화국 시민 권력이 작용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광장을 비울 것을 요구했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서 광장이 재편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권력자의 정치가 아닌 시민의 정치까지 배제하자는 것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한편, 윤성진 한강몽땅 총감독은 광장에서 얻어낸 민주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윤 감독은 “집회·시위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며 “지금 무제한적인 집회는 문제가 있고 이는 시기가 지나면 바로잡힐 것”이라 평했다. 그러나 윤 감독은 현재 광장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습관화된 시위나 광장 이용 행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보았다. 그는 재구조화 논의와 함께 광장의 가치, 인식의 문제, 사용의 문제도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감독은 “사실 광장은 과거부터 있어왔고, 결국 사람에게 달린 가치와 인식의 문제다”라며 물리적 재구조화와 운영의 재구조화가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집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오민애 민변·법무법인 율립 변호사는 법률로 집회를 제한하는 일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 변호사는 “획일적으로 집회를 규제했을 때, 이게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 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법률적 규제가 후에 시민의 자율성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그는 “집회로 인해 피해를 받는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며 “경찰이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방식 말고 정부 차원의 보상과 예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청운효자동에 사는 김승주 토론자는 지역 주민으로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불합리함을 표현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데는 동의한다”고 집회의 자유에 대해 인정했다. 그는 이내 “교통의 불편과 소음을 어느 정도 감수해왔지만 올해에는 과도하게 많다”며 지나친 소음에 대해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토로했다. 김승주 토론자는 “자유를 주장하기에 앞서 책임과 의무가 있는데, 현재 집회참여자는 이를 지려 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한다”며 “이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증이다”고 현재 집회 행위를 비판했다.

이윽고 시민들이 참여한 플로어 토론에서도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마이크를 잡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청운효자동 맞은편에 위치하는 팔판동 주민은 “저는 집회 최전방에 거주하고있다. 2m 안에 경찰차가 서있다”며 “2년 전에 고혈압 진단을 받고 올해 당뇨 진단을 받았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가 주장한 것은 주민의 기본권이었다. 그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집시법보다 개인의 생존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하은
토론회 마무리 발언을 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 ©이하은

모든 토론 과정을 들은 박원순 시장은 집회의 자유와 지역 주민의 기본권을 모두 인정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내버려 둘 수 없기에 제 3의 길을 모색해 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다양한 구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법적 접근, 전문가들에 기반한 주민들의 객관적 고충 조사, 시민의식에 기초한 시민위원회 구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박 시장은 “위대한 도시는 위대한 시민들이 만들어간다”며 누구나 다른 생각들을 협의해가는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은 최선의 결론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번 3차 토론회는 집회의 자유와 개인의 기본권 양립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이 강조하는 권리는 개인마다 차이가 존재했지만 어느 하나의 가치를 부정하는 참여자는 없었다. 합의점을 찾기까지 쉽지는 않아 보이나 타협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추후에 있을 4차 공개토론회는 12월 4일(수) 오후 3시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1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토론회의 모든 과정은 서울시 공식 유튜브 계정 ‘서울시·Seoul’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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