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새로워졌다! 가을의 도보해설관광 성북동 코스

시민기자 전슬기

발행일 2019.10.31. 20:03

수정일 2019.11.12. 20:04

조회 1,090

서울도보해설관광 코스 신설 및 개편

서울에 산다한들 서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은 내가 사는 곳, 다니는 직장 혹은 학교 주변 등 항상 가던 곳만, 아는 곳만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은 생각보다도 더 넓고 서울토박이들도 모를 숨겨진 명소들이 무궁무진하다. 서울시에서는 그런 명소들로 알차게 꾸려진 코스를 전문가의 해설까지 들으며 탐방할 수 있는 서울도보해설관광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보해설관광은 수일 전에 홈페이지(korean.visitseoul.net/walking-tour)에서 무료로 예약한 후 이용할 수 있다. 도보해설관광코스로는 '역사문화/생태복원/전통시장/테마코스/서울로/서울순례길'의 6가지 테마에 37개 코스가 있으며 각 코스마다 서울의 역사, 문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용자는 다양한 코스들 중에서 끌리는 명소, 끌리는 이야기를 골라 탐방하면 된다. 해당 명소에 얽힌 이야기나 역사 등의 지식을 갖춘 서울문화관광해설사가 안내하고 해설해주시기 때문에 같은 곳을 방문하더라도 더 유익하게 관광할 수 있다. 특히 얼마전 기존 코스 중 일부를 개편하고 4개 코스를 신설하면서 서울도보해설관광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성북동의 주요 명소가 지도로 정리되어있다.

성북동의 주요 명소가 지도로 정리되어 있다 ⓒ전슬기

성북동 코스는 역사문화 테마 안에서도 근대에 속한다. 근현대 한국의 역사, 종교, 문학 등의 측면에서 의미가 깊은 성북동 명소들을 둘러보며 배경지식도 쌓고 가을의 운치도 즐길 수 있다.

길상사의 범종각과 극락전이 보인다.

길상사의 범종각과 극락전이 보인다 ⓒ전슬기

단풍이 멋들어진 길상사에서부터 한양도성까지, 가을의 성북동

출발지는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이곳에서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첫 번째 목적지 길상사에 도착한다. 길상사 대문을 넘자마자 예스러운 한옥 건물과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는 멋진 풍경이 눈길을 끈다. 길상사는 원래 고급 요정 대원각이었지만 이곳의 주인이던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감명 받아 1997년 당시 천억원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던 대원각을 시주하면서 탄생한 절이다. 법정스님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곳답게 진영각에 그의 유골이 모셔져있고 유품도 전시되어있다.

길상사의 독특한 탄생 비화도 흥미롭지만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영한은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집안이 망하여 기생 진향이 되었고 재능이 출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야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연인이던 시인 백석이 부르던 아호다. 백석과의 사랑은 그녀의 신분과 분단으로 인해 이어지지 못했지만 평생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길상사 한편에는 그녀를 향한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적혀있어 이 둘의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골목에 올라 본 풍경이다.
성북동 언덕 골목길에서 바라본 풍경 ⓒ전슬기

길상사에서 나와 이번엔, 맞은편에 즐비한 고급주택들과 대비되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로 발길을 옮긴다. 해설사를 따라 굽이굽이 좁아졌다 넓어졌다하는 길을 걷다가 어느 정도 높이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도보로 이동하는 길에도 정겨운 서울과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상허 이태준 가옥이다.

이태준 가옥 ⓒ전슬기

언덕을 지나 도착한 곳은 상허 이태준 가옥이다. 이태준은 복덕방, 달밤, 돌다리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소설가이다. 동시에 글쓰기에 관하여 고전으로 내려오는 문장강화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태준은 월북 작가이기도 해서 분단 후 오랫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이 가옥은 전통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우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해 한용운 동상이 있다.

심우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한용운 동상 ⓒ전슬기

심우장의 모습이다.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 ⓒ전슬기

다음 목적지는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이다. 이곳은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한용운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으로 옥살이를 치룬 후 살았던 집이다. 심우장은 특이하게도 북향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남향일 경우 조선총독부를 바라보게 되어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건물 내부를 구경해볼 수도 있다.

이종석 별장의 모습이다.

이종석 별장 ⓒ전슬기

이태준 가옥이 있던 쪽으로 되돌아오면 덕수교회 안쪽에 이종석 별장이 있으니 지나칠 수 없다. 조선 말기에 큰 부자였던 이종석의 여름 별장으로, 양반이 아니어도 양반가옥을 짓고 별장으로 썼던 것으로 보아 신분사회가 흔들리던 당시 모습을 알 수 있다. 누마루와 아기자기한 정원 덕에 여름에 찾아와 휴식을 즐기기 제격이다.

간송미술관 입구이다.

간송미술관 입구 ⓒ전슬기

이어서 간송미술관선잠단지를 지난다.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부자였던 간송 전형필이 우리 민족이 억압받던 일제강점기에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개인이 나서서 큰 공을 세운 경우인데 훈민정음등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문화재들을 치열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수집하고 보호해냈다고 한다. 봄가을로 단 몇 주 열리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휴관이기 때문에 전시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편 선잠단지 역시 지금은 공사 중이라 위치만 확인할 수 있었다.

최순우 옛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최순우 옛집 ⓒ전슬기

서둘러 도착한 최순우 옛집’, 2시에 시작한 도보관광을 여유 있게 즐기다보니 어느덧 4시가 다되어 하마터면 입장시간을 놓칠 뻔했다. 이곳은 화가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냈던 혜곡 최순우가 별세하기까지 살았던 집이다. 사랑방 문 위에 적힌 두문즉시심산이라는 글귀가 인상 깊은데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다라는 뜻이다. 실제로 열린 방문을 통해 보이던 뒤뜰이 식물들로 푸르게 가꿔져있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절로 이해되었다.

서울 한양도성의 모습이다.

서울 한양도성 모습 ⓒ전슬기

성북동 코스는 서울 한양도성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조선의 도읍이 한양으로 정해진 후 태조 때 처음 지어져 세종, 숙종 때 대대적으로 보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쌓인 돌들을 자세히 보면 아래쪽이 더 까맣고 더 투박하다. 다 같은 돌인 줄 알고 지나쳐왔는데 잘 관찰해보니 층이 진 모습이 보이는 것에 600년의 세월이 느껴지면서 새삼 놀라웠다.


서울도보해설관광, 이번엔 당신이 이용해볼 차례

성북동 코스는 모두 둘러보았지만 아직 36개나 되는 코스가 남아있다. 잘 짜여진 코스를 따라 관광객에게 만족스러운 관광이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민이라도 내가 살던 곳, 서울 안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보해설 안내는 기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더불어 신설된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태국어까지 가능하며 상설 운영 코스와 시청각 장애인, 교통 약자를 위한 코스도 운영되고 있으니 더 많이 이용해 서울을 즐기고 누리자.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알 수 있다.


서울도보해설관광

- 홈페이지 : korean.visitseoul.net/walking-tour

- 운영시간 : 평일 10, 14/ 주말 10, 14, 15

- 이용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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