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과의 인터뷰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었어!”

시민기자 김석규

발행일 2019.11.05. 10:13

수정일 2019.11.05. 16:58

조회 2,065

이정수 관장님과 서울시 청소년 기자단

이정수 관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은 옛 서울시청을 리모델링한 서울도서관이었다. 시청역 5번 출구로 나오자 고풍스럽고 차분한 옛 청사의 외관이 시선을 끌었다. 화려한 빌딩들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서 보기 힘든 담백한 멋이 있는 건물이었다. 인터뷰를 기다리며 둘러본 서울도서관 내부는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시청광장에서 남대문까지 훤히 보이는 전망대와 옛 서울시장의 집무실까지, 서울도서관은 지루하고 엄숙한 곳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 공간이었다.

서울도서관 내에 보존되어있는 서울시장 집무실

인터뷰는 서울도서관 관장실에서 진행됐다. 30분으로 예정되었던 시간을 약간 넘겨 40여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청소년 기자단은 도서관과 책, 그리고 사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서울도서관에서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해 알려주세요.
서울도서관은 서울의 대표도서관이에요. 일반적인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주요 역할은 지역 도서관의 건립과 운영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아주 많지는 않지요. 그렇지만 평일 저녁에 진행 중인 인문학 강연과 같이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 동아리의 전시를 위해 공간을 지원해주고, 독서와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Q. 인공지능(AI)로 많은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합니다. AI가 사서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사서 업무가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라는 의견도, 대체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둘 다 맞는 말입니다. 사서의 업무에는 책을 대출하고, 서가를 정리하고, 찾아주는 일과 같이 반복적이고 기능적인 업무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을 추천해주는 일과 같이 감정적이고 추상적인 업무는 인공지능에게 입력하기가 어려워요. 책을 통해 누군가를 인도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인공지능의 영역을 넘어선 사람의 영역이라고 봅니다. 사람의 창의력과 판단력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이죠.

늦은 시간에도 친절하게 청소년 기자단을 맞아준 이정수 관장님

Q. 청소년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청소년들은 학업, 진학 문제로 책을 읽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제 아들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점점 책에서 멀어지더라고요. 제가 구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때,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 나오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커서도 계속 나오는데, 학업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 책을 읽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서 스스로 오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서울도서관장이라는 자리가 힘들고 책임감이 큰 자리일 것 같습니다. 도서관장으로 일하시면서 뿌듯했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구립도서관에 있을 때 독서회에 나오시던 학부모님들이 계셨는데, 책을 읽으며 항상 삶의 애환 같은 것을 토로해요. 그런 분들이 오셔서 2~3년간 책을 계속 읽으시다 보면 점점 바뀌어 갑니다. 시야가 넓어지고, 교육관이 달라지면서 아이들에게 책도 많이 읽히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강사가 되신 분도 봤습니다. 책과 함께 사람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며 참 뿌듯함을 느껴 서울도서관장이 되고 나서도 독서 프로그램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힘든 점으로는 기반이 잘 되어 있다면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예산이나 지원이 부족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못할 때가 있어요. 누가 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만 하고 싶은 사업을 하지 못하거나 진행하던 사업이 중단되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Q. 도서관에서 여러 사람들이 일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직업들에 대해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보통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보통 사서를 떠올리죠. 물론 사서가 중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사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을 따오고, 행정 업무를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도서관의 전산-통신 업무를 맡는 분도 계십니다. 또, 도서관 건축물, 시설의 관리를 담당하시는 분들이나 수많은 자원봉사자 분들도 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사서 선생님들이 가장 많은데, 1년 내내 구입할 책의 목록을 만드시는 분이나, 전자책과 원문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시는 분도 계시죠. 강의와 전시, 축제, 포럼을 기획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서 도서관이라는 기관이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장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수첩에 적는 청소년기자단   

Q. 관장님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셨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에 읽은 도서 중 특별히 기억나거나,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환경이 됐습니다. 그림책으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학급문고와 도서관이 잘 되어있는 학교를 다녀서 청소년기부터 이 방향으로 진로를 잡았습니다. 그 때 읽은 책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고전으로 일컫는 러시아 문학이나 장편 소설들을 많이 읽었어요. 이런 책들이 너무 무겁고 읽기 힘들다면 ‘어린왕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책도 좋습니다. 굳이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하기 보다는 쉽더라도 읽으면서 성찰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곳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관장님께서 생각하는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요?
도서관의 역사를 살펴보면, 옛날의 도서관은 '권력'이였습니다. 왕실과 수도원 등에서 귀족과 성직자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그걸 권력으로 이용했죠. 15세기 중반, 학문의 발달로 대학과 더불어 대학 도서관이 등장했고, 인쇄술의 발달로 18세기 들어 대량 출판이 가능케 되었을 때 시민혁명과의 연계로 공공 도서관이 등장했습니다. 상류층이 독점하던 정보가 점점 내려오며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된거죠. 덕분에 누구나 역사와 지식에 접근하는 게 가능해졌고,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며 다시 지식을 재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도서관의 본질적인 의미는 책을 통해 과거와 오늘날을 연결하고, 당대의 정보를 제공하여 새로운 지식을 다시 만들어내는 '지식 발전소'라고 생각합니다.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유명작가의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었다. 질문 하나하나에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것도 관장님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간이 된다면 관장님과 오랜 시간 책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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