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수련' 필 무렵…서울식물원 나들이 갈까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9.10.04. 10:39

수정일 2019.10.07. 10:39

조회 1,513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어수선한 마음으로 가을맞이를 한 때문일까? 문득 푸르름이 가득한 서울식물원이 눈앞에 선해 며칠 전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한 국내 최초의 보타닉(botanic) 공원인 서울식물원의 식물들은 얼마만큼 자랐을까?

평일 오전에 찾아간 서울식물원은 주말에 비해 비교적 한산했다. 몇몇 관람객들이 온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발길은 절로 서울식물원 주제원의 온실로 향한다. 몇 차례 관람을 했던 터라 온실 풍경이 대충 그려지지만 발걸음은 빨라만 진다.

서울식물원 온실 열대관 초입의 바위터널 ⓒ박분

서울식물원 온실은 지중해관과 열대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지형과 기후에 따라 발전해 온 세계 6대륙 12개 도시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온실(열대관)에 들어서니 남국 특유의 열기와 향기가 온몸으로 와 닿는다. 열대관 초입의 동굴 같은 커다란 바위터널을 지나자 보리수, 고무나무, 커피나무 등 이국적 정취가 물씬한 식물들이 제 각각 고유의 향을 가득 뿜어내고 있었다. 뜨겁고 강수량이 많은 열대우림 기후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인만큼 우선 크기부터가 어마어마한 모습들이다. 

수생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온실 중앙 연못 ⓒ박분

온실 중앙 연못에도 수생식물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수련이 활짝 꽃을 피웠고 여왕의 이름이 붙여져 더욱 돋보이는 빅토리아수련도 꽃봉오리를 맺어 머잖아 꽃 피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꽃봉오리가 맺힌 빅토리아수련 ⓒ박분

‘큰가시연꽃’으로도 불리는 빅토리아수련을 가까이서 관찰하니 잎과 줄기, 꽃봉오리에까지도 촘촘히 가시에 덮여 있다.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못할 정도의 철옹성 같은 방어전략이 아닐 수 없다. 흰 꽃으로 피어나 하루 지나면 분홍색으로 변한 뒤,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신비스런 존재인 이 수련이야말로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식물이 아닐까 싶다.

스카이워크가 설치되어 있어 편히 관람할 수 있는 열대관 ⓒ박분

키 큰 식물이 많은 열대관은 스카이워크가 설치돼 있어 좀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고개가 아프도록 키 큰 나무를 바라보는 수고를 덜 수 있을뿐만 아니라 스카이워크를 따라 거닐며 온실을 내려다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는 온실 모습은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기하학적 무늬의 온실 천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부시지만 연못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또 한 번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개성 있는 식물들이 모여 있는 지중해관 ⓒ박분

지중해관 역시 개성 강한 식물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와 아프리카 물병나무(케이바초다티) 앞은 관람객들의 포토존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아프리카 물병나무(케이바초다티)의 볼록한 모습 아래에는 “살찐 게 아니에요, 물찐 거라구요”라고 쓰인 팻말이 걸려있어 관람객들을 웃음을 짓게 만든다.

돌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다육식물, 리톱스 ⓒ박분

지중해관의 동선 끝자락에는 리톱스가 심어져 있다. 리톱스는 남아프리카 사막지대에서 자라는 다육식물로 바위틈이나 자갈에 묻혀 자생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돌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쉬운 식물이다. 한 무리의 관람객들이 고개를 숙인 채 자갈밭에서 리톱스를 찾고 있다. “리톱스도 꽃을 피울까요?” 누군가 묻기도 한다. 아직 꽃이 필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리톱스는 흰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화려한 꽃을 피우며 별천지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식물들 ⓒ박분

다양한 허브 식물들이 군집을 이룬 길목을 지나면서 꽃향기에 취해본다. 한국 토양에서는 생육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이국적 풍모의 다양한 식물들이 여기저기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며 별천지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머나먼 땅에서 데려온 식물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이곳에 잘 적응해 튼튼히 뿌리내리고 있음이다.

온실관람을 마치고 식물문화센터 1층에 자리한 선물가게(기프트숍)와 씨앗도서관에도 들러봤다. 선물가게에는 다양한 화분과 머그컵, 티셔층 등 기념품이 구비돼 있다. 요즘에는 반려식물도 인기가 있다고 하니 이곳에서 꽃 한포기를 구입해 정성껏 키워보면 어떨까?

500여 종의 씨앗이 전시된 씨앗도서관 ⓒ박분

씨앗도서관은 책이 아닌 500여 종의 씨앗들이 전시된 도서관이다. 토종씨앗에 대한 설명을 듣고 씨앗도 관찰해 볼 수 있다. 도서관이 책을 대출해 주듯 이곳에서는 책처럼 씨앗을 대출해 준다. 무료로 씨앗을 대출받아 흙에 심어 재배한 뒤 수확한 씨앗을 다시 반납하는 방식이니 절로 솔깃해진다.

가울꽃이 풍성하게 핀 서울식물원 야외 주제정원 ⓒ박분

온실 밖, 야외 주제정원은 가을꽃이 풍성하다. 다양한 국화꽃들이 물결을 이루며 발길을 붙든다. 곳곳에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에도 좋다. 아담한 한옥 한 채가 보이는 정원 언덕에 오르면 식물원을 감싸고 있는 열린숲과 시원한 호수원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한옥 툇마루에 걸터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는 시민들도 보인다.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인 마곡문화관 ⓒ박분

서울식물원의 또 다른 볼거리로 마곡문화관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은 마곡 주변 평야에 물을 대던 옛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이었다. 1928년에 지어진 일본식 목조건물로 고증을 통해 옛 형태와 구조를 복원해 ‘마곡문화관’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마곡문화관에 견학 온 아이들 모습 ⓒ박분

마곡문화관에 들어서니 견학을 온 아이들이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었다. 마곡지역의 역사, 근대 농업 자료가 전시된 마곡문화관은 아이들에게 옛 농경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견학장소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식물 변화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서울식물원에서 식물문화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 서울식물원

- 위치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 운영 시간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연중무휴. 주제원 09:00~18:00(월요일 휴관)

- 문의 120

- 홈페이지 botanicpark.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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