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에 나도 한 마디! 실시간 시민의견 집계 현장

시민기자 조주호

Visit438 Date2019.09.24 14:17

미세먼지 없는 파란 서울 하늘, 9월 23일 오전 9시 송파구 모습  ©조주호

지난 9월 21일, 서울시가 ‘미세먼지 시즌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미세먼지 시즌제 시민 대토론회’를 마련했다. ‘미세먼지 시즌제’란 미세먼지가 빈번히 발생하는 12~3월(4개월)에 평상시보다 강력한 미세먼지 감축정책을 추진해 기저농도(base)를 낮춤으로써 고농도 발생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집중관리 대책을 말한다.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즌제 시민 대토론회’에는 시민 1,000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는 서울시와 서울특별시교육청, 서울특별시의회, ‘미세먼지 줄이기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 (사)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한국대기환경학회,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한국공기청정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살고 싶은 마음’은 모든 시민들의 소망 아닐까. 토론회장에는 나이든 어르신을 비롯해 외국인, 학생, 환경 동아리, 환경미화원, 주부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100개의 각 원탁 테이블마다 토론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 1명과 시민 9명이 둘러앉았다. 

테이블별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시민들 ©조주호 

서울시가 시민에게 제시한 ‘미세먼지 시즌제’ 주요 추진 정책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상시 운행 제한 △공공기관과 행정기관 주차장 출입 차량 2부제 시행 △서울시 공공기관 주차장 주차요금 인상과 서울 전 지역 주차장의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대상 주차요금 할증 △대기오염 배출사업장 관리 강화 △각 가정 난방에너지 절감 등이다. 

토론은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심층 토론이 이루어진 주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이었다. 이어 두 번째 주제로는 공공기관 주차장 출입 차량 2부제 시행 등 4가지 과제 중 무엇을 우선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은 테이블별로 개별의견 말하기 → 상호토론 → 전체토론 → 총평 순으로 진행됐다. 개인의견 및 상호토론 내용은 퍼실리테이터의 휴대폰을 통해 전광판에 표시돼 모든 참가자가 공유할 수 있었고 투표 결과는 자동집계가 이루어졌다. IT 강국에 걸 맞는 토론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 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투표에서 미세먼지 시즌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95.97%에 달했다. 그러나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올해 12월부터 실시하는 것보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거쳐서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이 다소 우세했다. 평일만 운행제한 하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토·일요일 및 국경일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50%에 육박했다. 제한시간은 24시간 강력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수였다. 강력한 제한조치를 통해 건강권을 찾고 싶은 시민들의 소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방안’ 현장 투표 결과가 실시간 전광판에 표시된 장면 ©조주호

토론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빅데이터를 통해 추출한 결과도 전광판에 게시됐다. ‘건강권’과 ‘자영업자’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어찌 보면 상충될 것도 같은 단어가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는 무엇일까.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5등급 차량을 운행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권리뿐 아니라 소외된 이웃까지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다.

토론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들을 빅데이터로 추출해 게시하고 있다 ©조주호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영업자 배려를 충분히 한 다음 시즌제를 도입할 것이다”라며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에서 차량 교체나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을 위한 비용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낸 이날의 토론회는 ‘시민민주주의’의 시험장과 다름아니다. 시민이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문제점과 대안을 제안하고, 정책을 결정하고, 평가하는 직접 민주주의 형태의 ‘시민민주주의’말이다. 시민민주주의의 시행을 두고 혹자는 ‘인기영합주의’, ‘중우정치’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대의민주주의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열정적인 참여의식과 깨어있는 시민의식은 시민들이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닌 진정한 주권자로 참여하고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시민민주주의의 정착 또한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토론회에서 나온 시민 의견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오는 10월까지 ‘미세먼지 시즌제’에 관한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다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시즌제의 수도권 공동 시행이 필요하므로 환경부와 경기, 인천시와도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다양한 정책 시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서울시에서 사시사철 미세먼지 없이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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