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만한 후손들', 남산예술센터의 현재를 묻다

시민기자 염윤경

발행일 2019.09.23. 15:13

수정일 2019.09.23. 17:27

조회 1,592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국의 극작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명대사다.

1962년 4월, 예장동 8-19번지의 극장은 바로 이 <햄릿>을 최초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며 그 시작을 알렸다. 울려 퍼지는 햄릿의 대사와 함께 한국 연극의 앞날을 희망한 드라마센터로 현재는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지난 9월 18일 연극 공연장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진 바로 그 남산예술센터에서 극단 산수유의 연극 <오만한 후손들>의 막이 올랐다. 남산예술센터의 소유권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오만한 후손들>은 햄릿의 명대사처럼 공공극장으로서 존폐 여부에 놓여 있는 남산예술센터의 이야기를 전한다.

남산예술센터의 모습 ©염윤경

드라마센터(현 남산예술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본래 조선 총독부 건물이 있었던 자리였다. 1926년 조선 총독부가 광화문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은사과학기념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깊은 연관이 있는 예장동 8-19번지에는 친일연극인 유치진에 의해 드라마센터가 세워지게 된다. 본래의 기획은 한국 연극의 발전을 위한 공공극장이었지만, 허위공증을받아 한국연극연구원(현 동랑예술원)의 사유재산으로 둔갑해버린 남산예술센터는, 그 설립 배경 또한 유치진이라는 친일연극인에 의해 수많은 탈법과 부정부패가 있었다.

본래 국유지였던 예장동 8-19번지는 유치진의 청탁에 의해 유치진 개인에게 매각되었고, 유치진은 록펠러 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드라마센터를 설립하게 된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권 시절 토지매각대금의 납부기한 또한 10년이 연장되는 등 어마어마한 특혜를 받는다. 이처럼 그릇된 역사로 얼룩진 드라마센터는 2009년 서울시와의 임대계약을 통해 비로소 공공극장으로 운영되며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남산예술센터 내부의 모습 ©염윤경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산예술센터는 공공극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2018년 동랑예술원이 임대계약 파기를 요구하면서 현재 남산예술센터는 소유권의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연극 <오만한 후손들>은 이러한 남산예술센터의 논쟁에 대해 다루고 있는 연극이다.

<오만한 후손들>은 지난 10년 동안 남산예술센터의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더 뜨겁게 열정을 불태우고,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해왔을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다. 잘 알지 못했던, 혹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 남산예술센터의 상황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연국 <오만한 후손들>이 공연되고 있는 남산예술센터의 밤 모습 ©염윤경

<오만한 후손들>에서말하는 남산예술센터는 단순한 극장이 아니었다. 10년간 수많은 연극인들이 땀 흘리며 가꾸어 놓은 그들의 터전이었으며, 한국 연극의 역사였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은 남산예술센터의 이야기를 말하고, 남산예술센터가 공공극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부르짖는다. <오만한 후손들>은 말하고 있다. '남산예술센터는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닌 연극인들의 땀과 눈물이 섞인 모두의 무대'라고. 

그 목소리를 담은 연극 <오만한 후손들>은 오는 9월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평일은 19시 30분,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된다.

남산예술센터를 방문해 남산예술센터의 이야기를, 그리고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주길 바란다.

■ 남산예술센터

– 위치 서울 중구 소파로 138(지번 예장동 8-19)
– 문의 02-758-2150
– 홈페이지 http://www.nsac.or.kr

■ 연극 <오만한 후손들>

– 일정 ~ 9.29. 평일 19:30, 토일요일 15시(월요일 공연 없음)
– 예매 http://www.nsac.or.kr/Home/Main.as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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