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감성여행 '서울생활사박물관'으로!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19.09.02. 15:44

수정일 2020.06.16. 18:13

조회 1,578

수십 년 전 당시 많은 신혼부부들은 제주도 돌하르방 코를 만지며 사진을 찍었다

수십 년 전 당시 많은 신혼부부들은 제주도 돌하르방 코를 만지며 사진을 찍었다

서울 을지로는 ‘뉴트로’의 성지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뜻한다. 수십 년 전의 옛 과거가 녹아 있는 을지로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그 감성을 느끼는 것이다. 마치 타임머신타고 옛 서울에 가는 듯한 상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 을지로처럼 서울시만의 뉴트로 감성에 취할 수 있는 곳이 문을 열어 이목이 집중된다. 바로 서울생활사박물관이다. 지난 7월 26일, 서울시는 노원구 옛 북부지방법원(노원구 동일로 174길 27) 자리에 9월 정식 개관에 앞서 임시로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임시 개관한 서울생활사박물관

임시 개관한 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노원구에 있던 북부 법조단지가 이전하면서 2010년부터 방치됐던 옛 북부지방법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곳이다. 최근 몇 년간 서울시는 ‘잘생겼다 서울20’과 함께 ‘박물관 도시 서울’이라는 콘셉트로 서울시를 찾는 모든 이들이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마련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 중 하나로 진행된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여러 의미들을 지닌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철거, 신축과 같은 기존 방식이 아닌 도시재생 방식으로 옛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곳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서울시 다른 지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동북권에 또 다른 문화시설을 만듦으로써 문화 인프라를 확충했다. 또,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법조단지 이전으로 침체됐던 이 지역 주변 상권에도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총 3개 동(본관, 별관 1, 2동)에 걸쳐 지상 1층부터 5층까지의 규모로 조성됐다. 생활사전시실, 어린이 체험실 ‘옴팡놀이터’, 기획전시실, 구치감전시실, 교육실 등 다양한 공간들이 마련됐다. 임시 개관 중에는 생활사전시실(1~3층)과 어린이 체험실(1~2층) 두 군데를 개방했다. 이 장소들은 정식 개관과 같은 콘텐츠로 문을 열어 시민들을 맞이한다.

서울시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서울풍경’

서울시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서울풍경’

서울생활사박물관의 메인 콘텐츠인 생활사전시실은 서울 시민들의 옛 생활 모습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을 생활권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민 85명의 생생한 인터뷰와 60명의 기증자가 제공한 생활유물들이 소개됐다.

생활사전시실은 층마다 다른 콘셉트로 꾸며졌다. 우선, 1층에는 서울시의 변화 모습을 시대별 사진과 영상자료로 보여주는 ‘서울풍경’이 자리했다. 이곳은 한국전쟁 직후의 1950년대 서울의 모습과 1960-80년대 안정을 되찾은 서울의 모습을 유명 사진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그 시대를 확실히 재현하기 위해 당시 대표했던 국산 자동차 ‘브리샤 자가용’과 ‘포니 택시’를 실물로 구입해 공개했다. 그리고 남산에서 본 서울의 전경 파노라마 영상을 1950~1990년대로 보여주며 서울의 발전상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

2층은 서울시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들부터 다른 지역에서 올라와 서울에 정착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서울내기’들을 관람하는 ‘서울살이’ 공간이다.

서울 토박이가 기증한 유물들부터 1970~80년대 귀한 혼수품이었던 재봉틀, 시기별 웨딩드레스, 신혼여행 사진 등 당시 서울 시민들의 일상생활들을 인터뷰와 함께 담아냈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때까지 궁녀들의 윷놀이 도구, 금목수화토명 오행윷

조선시대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때까지 궁녀들의 윷놀이 도구, 금목수화토명 오행윷

‘서울살이’ 입구에는 뜻밖의 역사적인 유품을 볼 수 있다. 서울 토박이 이원임 씨가 기증한 ‘금목수화토명 오행윷’이다. 이것은 궁녀들이 궁에서 윷놀이를 펼쳤던 도구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증자 말로는 일반 윷놀이 도구는 너무 시끄러울 수 있어서 궁녀들이 직접 이같이 작은 도구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3층은 서울의 직업 변화, 자녀 교육 등 서울 사람들의 바쁜 일상에 대해 소개하는 ‘서울의 꿈’으로 이루어졌다. 내 집을 꿈꾸는 청년들, 배우고 경쟁하는 학생들, 가족을 위해 일하는 시민들 등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생활했던 서울 시민들의 시대상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소소한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다. 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뺑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배정이 될 때 주로 듣는다. 그런데 ‘뺑뺑이’라는 단어가 언제, 어디서, 왜 유래가 되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서 그러한 궁금함을 해결할 수 있다. 추첨기와 함께 그것이 어떻게 유래가 됐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사라진 추억 속 생활유산들도 전시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기억 속 장소들이 노후화, 재개발 사업 등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사라졌다.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시민들이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몇몇 기억 속 자료들이 실물로 박물관에서 전시중이다. 형제상회, 화양극장, ABC 뉴욕제과 등의 자료들을 통해 수십 년간 서울시를 대표했던 옛 장소의 흔적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 전용시설 ‘옴팡놀이터’

어린이 전용시설 ‘옴팡놀이터’

서울생활사박물관 다른 한켠에는 어린이 체험실 ‘옴팡놀이터’가 운영됐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주요 대상으로 한 어린이 전용 체험실인 이곳은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체험형 놀이와 콘텐츠들로 구성했다.

개미가 되어 맛있는 냄새를 따라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어보고 곤충의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동네 자연탐구’, 이 지역의 옛 이야기를 듣거나 다양한 직업 체험 공간으로 마련된 ‘우리동네 놀이터’ 등 다채로운 시설들로 시민들을 맞이한다.

타 박물관들에 비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을 정도로 어린이 전용시설이 꽤 넓었다. 임시 개관한 첫 날부터 자녀들과 함께 온 부모들이 이곳에 대해 호평했다. 자녀를 데리고 온 이미영(가명) 씨는 “이 주변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문화 시설이 부족한데 좋은 시설이 마련돼 좋다. 아이도 많이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어린이 전용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영미 학예연구사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곳과 함께 옛 법원의 다양한 시설들을 이용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박물관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시민들

박물관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시민들

서울생활사박물관을 담당하는 이영미 학예연구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졌다.

Q. 타 박물관들과 다른 서울생활사박물관만이 지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이곳은 서울에서 거주한 시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물품들로 이루어진 곳이에요. 다른 박물관 전시품들과 겹칠 수 있지만 대부분 서울시라는 큰 틀에서 시민들을 바라본다면 우리 박물관은 서울 시민들의 삶을 통해 서울시를 바라보고 있지요. 거시적 관점이 아닌 미시적 관점에서 서울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서울 시민들의 이야기들로 꾸며진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다른 시민들의 이야기나 삶도 추가할 건가요?

A. 네, 아직은 정확한 프로세스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이야기가 정기적으로 바뀔 겁니다. 지금 전시하고 있는 시대보다 더 이전일 수 있고 더 이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할 거예요.

Q. 서울생활사박물관 ‘옴팡놀이터’가 잘 조성돼 있습니다. 실내 어린이 전용시설인 만큼 위생과 안전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요?

A. 이 주변에 문화 시설이나 어린이 전용 시설들이 별로 없어서 시민들이 더 많이 찾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더욱 그 점에 대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금 임시 개관에는 계속 열려 있지만 정식 개관 이후에는 예약제로 운영할 방침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논의중이에요.

Q. 서울생활사박물관을 방문할 시민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요?

A. 40대 이상인 분들에게는 옛 기억을 추억하면서 얻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겪었던 생활과 오버랩되면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고 말이죠. 한편, 청년들에게는 서울시의 옛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요즘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곳에서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서울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이루어지는 박물관입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계속 경청하고 있으니 의견 있다면 언제든지 해주세요.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을지로처럼 서울의 ‘뉴트로’ 감성을 건드리는 곳이다. 그만큼 수십 년 전의 서울이 시민들의 생활 속 물품들과 그들의 이야기들로 꾸며 있어 더욱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는 서울 속 옛 추억을 소환하고 그때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는 듯한 상상에 취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 전용시설이 잘 조성됐고 기존 법원 건물들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계획되고 있어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크다.

서울 시민들의 삶이 서울의 역사가 되는 현장이 되는 이곳,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서울의 진정한 감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 서울생활사박물관
○ 주소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74길 서울생활사박물관(구 서울북부지방법원)
○ 전화 : 02-3399-2900
○ 홈페이지 : https://www.museum.seoul.kr/sulm/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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