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서울 도심 속 ‘긴고랑계곡’

시민기자 이현정

Visit5,218 Date2019.07.30 13:53

울 도심 속 긴고랑계곡

서울 도심 속 긴고랑계곡

장마 끝, 본격적인 무더위와 열대야가 시작됐다. 폭염주의보에 경보까지 전국이 뜨겁다. 더위를 피해 어디로든 떠나고 싶지만, 교통체증에 바가지요금으로 고생길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일까? 도심 속 피서가 인기다. 홈캉스 혹은 집캉스, 북캉스(책+바캉스), 문화캉스, 한캉스(한나절+바캉스), 몰캉스(쇼핑몰+바캉스), 맛캉스(맛집+바캉스) 혹은 먹캉스, 뷰캉스(뷰티+바캉스), 호캉스(호텔+바캉스), 베터파크 (베란다 테마파크)​ 등 신조어도 덩달아 유행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피서 하면 역시 계곡이다. ‘서울에 무슨 계곡이 있겠나?’ 싶다면 오산. 서울에도 생각보다 많은 계곡이 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 일대뿐 아니라, 서울 도심 가까이에도 있다. 그중 한 곳, 비밀스레 간직하고픈 서울 속 숨은 계곡을 찾아가 보았다.

긴고랑계곡 초입,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긴고랑계곡 초입,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요맘때 아이들이 놀기 딱 좋은 긴고랑계곡

녹음이 우거진 산을 따라 내려오는 물줄기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찬 공기가 한여름 더위를 식힌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청량감이 더하는 곳, 긴고랑계곡은 도심 속 피서지로 손색이 없었다.

지하철 군자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왔을 뿐인데, 이런 멋진 계곡이 있다니 새삼 놀랍다. 마을버스 종점에서 내려 체육공원으로 깔끔하게 조성된 길을 따라 몇 걸음만 오르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라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다.

물장구를 치며 뛰노는 아이들, 풍덩 뛰어들어 헤엄치는 아이들, 물가에 앉아 발만 담근 채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 사이사이 호기롭게 다이빙을 하는 아이도 보인다. 계곡 옆 정자에선 어른들이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계곡은 늘 즐겁다.

등산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등산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면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지각 장마’다, ‘마른장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막바지 내린 비 덕에 계곡물도 맑고, 아이들이 놀기 적당한 깊이였다. 이곳 긴고랑은 물 많은 계곡이 아니라, 장마 끝 찜통더위 시작인 요맘때가 물놀이를 하기 딱 좋은 시기라고 한다.

긴고랑계곡은 아차산과 용마산 사이 골짜기로 흐르는 물줄기다. 긴고랑이란 이름은 용마봉에서 내려오는 골짜기가 길어서 ‘긴골·진골’이라 부른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용마봉은 아차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야영 및 취사는 금지돼 있다

야영 및 취사는 금지돼 있다

아차산 정상으로 갈까, 둘레길로 갈까? 아니면, 맛캉스로 마무리?

긴고랑 계곡 초입은 체육공원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바람막이 시설을 한 배드민턴장, 작은 정자도 있고, 쉼터나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운동기구가 있는 공터를 가로지르면 유아숲체험장도 보인다.

좀 더 자연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계곡 옆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보자. 긴고랑 계곡 초입은 사방댐을 쌓아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상류로 올라갈수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다. 바위 사이사이 쏟아지는 하얀 물줄기가 시원스레 이어진다.

내친김에 아차산 정상까지 올라가도 좋겠다. 야트막한 산, 험하지 않은 등산로로 1시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이 무리라면 아차산 둘레길을 따라 걸어봐도 좋겠다.

긴고랑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 만난 벽화

긴고랑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 만난 벽화

돌아가는 길은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가도 좋지만, 여유가 있다면 긴고랑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 보자. 긴고랑길을 따라 중곡사거리까지 군데군데 벽화가 숨겨져 있다. 유명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담벼락이나 전봇대, 계단 등에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

출출하다면 인근에 있는 골목시장에서 시장 맛집을 들러도 좋겠고, 곱창거리로 유명한 군자역 먹자골목을 찾아가도 괜찮다. 아예 유명 떡볶이집이 있는 아차산역 방향으로 내려가도 좋겠다. 아차산역으로 내려왔다면, 어린이대공원까지 들려봐도 좋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피해 피서를 즐겼다. 무더위에 시달리면 식욕이 떨어지고, 기력이 쇠약해져 질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옛 선조들에게도 계곡은 최고의 피서지였다. 깊은 산 속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약수를 마시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 즐기고 목욕을 즐겼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음력 6월 서울 풍속으로 남산과 북악 골짜기에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꼽는다.

남은 여름은 옛 선비들처럼 서울의 계곡에서 탁족을 즐겨보면 어떨까? 서울에는 긴고랑계곡뿐 아니라, 백사실계곡, 수성동계곡, 무수골계곡, 도봉계곡, 우이동계곡, 진관사계곡, 수락산 백운계곡, 관악산 계곡 등 여러 계곡이 있다. 대부분 서울의 계곡은 야영 및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간편하게 간식이나 도시락을 챙겨가거나 인근 맛집을 들르는 게 좋겠다.

■ 긴고랑계곡
○위치 : 서울시 광진구 중곡4동 143-130
○찾아가는 길 : 지하철 5·7호선 군자역 3번 출구 앞 버스 정거장에서 광진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긴고랑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는 25분 간격 운행, 약 10~15분 소요)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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