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재 하늘다리가 열어준 안산-인왕산 탐방

시민기자단 최용수

Visit2,752 Date2019.06.18 15:23

안산과 인왕산을 연결하는 '무악재 하늘다리' 야생동물 이동을 돕고 생물종 다양성을 증진해 준다.

안산과 인왕산을 연결하는 ‘무악재 하늘다리’ 야생동물 이동을 돕고 생물종 다양성을 증진해 준다.

‘생태다리’란 단절된 자연을 생태적으로 연결하여 야생동물 이동을 돕고 생물종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건설된 다리를 말한다. 서울도심에서 볼 수 있는 생태다리 중 하나로 ‘무악재 하늘다리’가 있다. 안산(서대문구 현저동)과 인왕산(종로구 무악동) 사이 고개, 1972년 3월 통일로가 개통되면서 단절됐던 ‘무악재 고개’가 45년 만에 하늘다리를 통해 이어졌다.

지난 주말 독립문역 4번 출구 앞 독립공원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시민들로 가득했다. 에코 트레킹 행사에 나온 학생들, 안산 탐방을 나선 등산객, 인근 주민 등 다양하다. ‘무악재 하늘다리’를 오롯이 느껴보기 위해 안산과 인왕산 연계 탐방을 계획했다.

안산자락길은 총길이 7km로서 동서남북 어디서나 들머리 날머리가 된다.

안산자락길은 총길이 7km로서 동서남북 어디서나 들머리 날머리가 된다.

안산자락길 탐방의 들머리는 서대문형무소 옆길이다. 가파른 오르막을 몇 걸음 올라가니 이내 나무데크 무장애길이 이어진다. 편안해서 ‘안산(安山)’인가? 멀리서 보면 능선 모양이 말 안장을 닮았다하여 ‘안산(鞍山)’이란다. 조선시대에는 모악산(어머니의 산)이라 불리었던 고도 295.9m의 산이다.

안산자락길은 총 길이 7km의 순환형 산책길이다. 어디에서 시작하건 노랑과 파랑 중 하나를 골라 걷다보면 어느새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적당한 거리마다 쉼터, 북카페, 정자, 약수터가 있고 봉수대에 오르면 도심 풍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아카시아, 메타세콰이아, 가문비나무 등 울창한 숲은 넉넉한 힐링을 선물한다.

봉수대에서 조망을 즐기고 하산하면 무악재 하늘다리와 연결된다. 333개의 나무계단, 63m의 데크 로드, 황토와 마사토가 깔린 산책로, 쉼터와 정자가 있다. 하늘다리 중간에 서서 무악재 고개를 오가는 차량 행렬을 내려다보면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안산 전망데크에 오르면 발 아래 서대문형무소는 물론 멀리 남산까지 도심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안산 전망데크에 오르면 발 아래 서대문형무소는 물론 멀리 남산까지 도심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하늘다리를 건너면 ‘무악동(毋岳洞)’이다. 1975년 10월 1일은 서대문구 현저동 일부가 종로구로 이관되어 새로 생겨난 동이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무학대사(無學大師)와 함께 답사한 무악동, 인왕곡성 아래 인왕정에 오르니 서대문형무소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옥고를 치렀고, 수감자들의 ‘옥바라지골목’으로 유명했던 애잔한 마을이다.

예로부터 기자암으로 이름난 선바위. 해괴한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내며 뒤쪽으로는 인왕산 성곽이 그림처럼 펼쳐 있다.

예로부터 기자암으로 이름난 선바위. 해괴한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내며 뒤쪽으로는 인왕산 성곽이 그림처럼 펼쳐 있다.

인왕정에서 잠시 쉬었다가 5분쯤 걸었을까, 해괴한 바위군이 나타난다. 무속신앙인 사이에서 기도발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해골바위’와 장삼을 입고 기도하는 형상의 ‘선바위(禪巖,선암)’이다. 거무스름한 바위 위에 수십 개 구멍이 박힌 6.7m 높이의 선바위, 거대한 바위 위에는 비둘기가 떼를 지어 선회비행을 한다. 예부터 자식을 원하는 장안 아낙들 사이에서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져 ‘기자암(祈子岩)’이라 불린다. 이날도 눈을 감고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4호로 지정되어 있다.

남산에 있던 국사당(목면신사)를 그대로 옮겨와서 당시의 건축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남산에 있던 국사당(목면신사)를 그대로 옮겨와서 당시의 건축형태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선바위 아래에는 ‘국사당(國師堂)’이 있다. 조선왕실에서 제사를 모셨던 ‘목멱신사(木覓神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원래 목면산(남산) 꼭대기에 있었으나 남산에 조선신궁을 세운 일제의 강압으로 1925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당시의 국사당 원형이 잘 보존되어 중요민속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어 있다. 국사당 아래에는 이성계가 창건한 호국도량(護國道場) ‘인왕사(仁王寺)가 있다. 1912년 선암정사(현 본원정사)를 시작으로 대원암, 안일암, 극락전, 치성당 등 1930년경까지 10여 개의 암자가 차례로 들어섰다. 이곳 암자를 통칭하여 ‘인왕사’라 부른다. 일제강점기 애국지사의 은신처와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당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었던 암울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한양도성길 인왕산 성곽길을 찾아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모습, 성곽길은 사계절 좋은 탐방코스이다.

한양도성길 인왕산 성곽길을 찾아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모습, 성곽길은 사계절 좋은 탐방코스이다.

인왕사에서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하산한다. 20여 분 내려오면 거대한 은행나무마을 ‘행촌동’이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을 이룬 권율 장군 집터의 은행나무와 미국인 독립운동가의 집 ‘딜쿠샤’가 마주하고 있다. 딜큐샤는 1919년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앨버트 테일러(1875년∼1948년)의 가옥으로, 현재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교남동 월암근린공원에 있는 홍난파의 옛 집,독일인 선교사가 지은 서양식 벽돌가옥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교남동 월암근린공원에 있는 홍난파의 옛 집,독일인 선교사가 지은 서양식 벽돌가옥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행촌동 마을길을 따라 몇 걸음 내려오면 ‘홍난파의 집’을 만난다. 담쟁이가 외벽을 감싼 아담한 서양식 벽돌집, 창틈 사이에선 귀에 익은 동요가 흘러나온다. 뒤편 성곽 위에는 계절 측정의 표준목인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서있는 ‘서울기상관측소’가 있다. 달빛이 머문다는 월암근린공원, 산책길 옆에는 영국 언론인 ‘베델의 집터’ 표석이 있다. 양기탁과 함께 ‘매일신보’를 창간하고, 을사조약 무효를 주장한 파란 눈의 독립운동가이다. 현재 양화진 외국인선교 묘역에 잠들어 있다.

무악재하늘길이 건너는 이날 탐방은 서대문역에서 끝이 났다. 약 4시간 전후의 탐방코스, 편안하고 조망이 좋아 가족나들이 코스로는 아만한 곳도 흔치 않다. 이른 더위가 찾아 왔다. 하지만 아직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실내에 머물러서 갑갑하다면 가볍게 옷을 입고 안산-인왕산을 걸어보자. 멀리 가지 않고도 걷고 사색하며 서울풍경과 역사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이곳만의 ‘소확행’ 아닐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돈의문박물관과 경교장’을 구경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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