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기념관부터 봉제역사관까지…창신동 골목탐방

시민기자 박은영

Visit669 Date2019.06.04 14:35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성장기를 보낸 한옥, ‘백남준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성장기를 보낸 한옥, ‘백남준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창신동에 살았던 시절 얘기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 나오는 골목시장에서 자주 떡볶이를 먹었다. 도시재생으로 새롭게 단장한 창신동을 다시 찾은 마음이 작게 설렌 것도 그 때문이다.

한때 창신동 주민이었지만, 세계적 거장 백남준이 창신동에 살았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창신동 197번지. 이곳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그리운 지역이었다. 1937년부터 1950년까지 창신동에서 성장기를 보낸 그는, 창신동 집을 마당이 넓고 뒤쪽에 동산이 있는 거대한 한옥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중 파괴된 그 자리에 다시 아담한 한옥이 지어졌고, 서울시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한옥을 매입, 2017년 ‘백남준기념관’으로 문을 열었으며 이는 지역 주민과 소통을 통해 이루어졌다.

백남준기념관에 전시된 백남준 책상

백남준기념관에 전시된 백남준 책상

백남준이라는 예술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리모델링한 기념관에 들어서면 백남준의 대표작 ‘다다익선’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작품과 백남준의 어린 시절 영감을 얻었다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백남준의 일대기를 비롯해 ‘백남준의 책상’이 등장하는데, 의자에 앉아 직접 아날로그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면서 시대별로 방영되는 그의 전시와 어록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다른 작가들이 백남준을 기억하며 제작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또한, 기념관 내부에는 백남준 카페도 자리하고 있어 작품 감상 후 이곳에서 쉬어가도 좋다. 비록 그는 창신동을 다시 찾지 못했지만, 도시재생은 그를 이곳에 다시 소환해 사람들의 가슴에 기억하도록 했다.

창신골목시장 입구 안내판

창신골목시장 입구 안내판

백남준 기념관을 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창신골목시장’을 향해 걸었다. 오래된 분식집과 떡집, 족발집과 반찬집 등, 도시재생의 개발에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시장골목에는 여전히 일상이 흐르고 있었다.

반찬과, 떡집, 족발집이 즐비한 창신골목시장

반찬과, 떡집, 족발집이 즐비한 창신골목시장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미생’과 ‘도깨비’, 영화 ‘건축학 개론’ 등의 배경이 되기도 한 창신동은 1970~1980년대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오토바이가 원단을 실어 나르고 골목마다 재봉틀 소리가 들리는 봉제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창신동의 세월은 봉제공장과 함께 흐르고 있다.

창신동의 봉제산업역사를 알 수 있는 이움피움봉제역사관

창신동의 봉제산업역사를 알 수 있는 이움피움봉제역사관

골목을 가로질러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하나 둘 봉제공장의 간판을 만날 수 있으며, 조금 더 걸으면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알리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실로 천을 잇는 봉제 공정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봉제 산업과 지역이 함께 꽃 피우기를 바란다는 뜻의 ‘이움피움 봉제역사관’은 봉제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꿈꾸는 곳이다.

다채로운 단추를 볼 수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3층의 단추가게

다채로운 단추를 볼 수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3층의 단추가게

재봉틀을 형상화한 건물인 역사관의 입구는 지하 1층으로 향한다. 봉제작업실이 있는 그곳에서는 손수건에 원하는 글자를 기계자수로 새겨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2층 봉제 역사관에는 세계 봉제 역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봉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빼곡한 사진들을 전시했다. 창신동 봉제장인을 소개하는 전시를 볼 수 있는 3층엔 갖가지 단추가 전시된 단추가게도 있으며, 4층엔 바느질 카페가 있다.

봉제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2층 전시관

봉제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2층 전시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이 499㎡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주역인 봉제 역사를 살펴보고, 재봉틀 하나로 생계를 책임진 여성들의 노동의 현장을 엿볼 수도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창신동 봉제거리, 골목 전체가 하나의 봉제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창신동 봉제거리, 골목 전체가 하나의 봉제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역사관을 나와 걷는 창신2동 647번지는 그 전체가 봉제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아직 900여 개의 공장이 오랜 세월 봉제 산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거리마다 각 봉제공장의 옷들이 걸려 있어 이 거리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각 봉제공장에서 제작한 의상이 봉제거리마다 전시돼 있다

각 봉제공장에서 제작한 의상이 봉제거리마다 전시돼 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월 4일 도시재생지역 중 하나인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서울도시재생이야기관’을 개관한다. 2012년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변화를 시작한 서울의 모습과 더불어 변하는 시민 삶의 모습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도시재생이야기관에서는 ‘옛 서울의 모습부터 지역별로 도시재생이 진행돼 가고 있는 모습을 사진, 영상, 작품을 이용해 다양한 매체로 볼 수 있다. 또한, 서울의 대표 도시재생 사업인 ‘서울로 7017’, ‘문화비축기지’, ‘세운상가’ 등을 비롯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도시재생은 추억이 담긴 모든 건물이 사라지는 재개발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다. 기존의 인프라를 보존하고, 주민과 더불어 경제, 문화생활 활성을 위해 고민하니 이제 낯설지 않다.

십여 년 전 창신동은 건재했고, 주민들은 여전히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들에게 더 나은 마을을 만들어주고자 고민하는 도시재생, 새로 개관한 도시재생이야기관이 그 긍정적인 의미를 짚으며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백남준기념관 ‘내일,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전시 안내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종로53길 12-1 백남준기념관 1층 전시실
○시간 : ~12월 31일 화~금요일 10~19시
○문의 : 02-2124-8946

■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신4가길 26
○시간 : 화~일요일 10~18시
○문의 : 02-747-6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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