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낮에만 즐기란 법 있나요?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9.05.31. 09:59

수정일 2020.06.17. 10:22

조회 16,797

서울식물원 야경을 즐기면서 산책하는 시민들 모습

서울식물원 야경을 즐기면서 산책하는 시민들 모습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여름의 초입이다. 이럴 때는 야간 산책이 더욱 색다른 맛을 준다. 물, 바람, 야경이 어우러지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아닐까. 지난 5월 1일 정식 개관한 ‘서울식물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서울식물원은 국내 최초로 식물원과 공원의 결합형태인 ‘보타닉 공원(Botanic Park)’이다. 2018년 10월 임시개장 이후 올해 4월까지 250만 명이 방문했을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축구장 70개 50만4000㎡ 규모로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4개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복잡한 도심 일상을 벗어나 잠시나마 여유로워질 수 있는 녹색의 복합 힐링 공간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서울식물원 호수원 서쪽 산책로에서 건너다 본 서울식물원 주제원(온실)의 야경

서울식물원 호수원 서쪽 산책로에서 건너다 본 서울식물원 주제원(온실)의 야경

야간의 서울식물원은 어떤 모습일까? 저녁 9시 마곡나루역에 도착했다. 3번 출구를 나서자 잘 가꾸진 화단과 조명 불빛이 굽이 흐르는 물길이 ‘열린숲’으로 안내한다. 몇 걸음을 걸었을까, 저만치에 서울식물원 안내센터가 있다. 야간이라 이용할 수는 없지만 야간 안전도우미들이 안내를 대신해준다.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서울식물원 열린숲의 야간 모습, 마곡나루역 3번 출구를 나오면 열린숲과 연결된다.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서울식물원 열린숲의 야간 모습, 마곡나루역 3번 출구를 나오면 열린숲과 연결된다.

‘열린숲’은 ‘호수원’과 이어진다. 탐방객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밝기를 조절하는 지능형 가로등 사이를 넘어오는 바람은 결이 참 포근하다. 호수원 잔물결 위로 반사된 조명이 춤을 추면 산책하는 시민들은 콧노래로 흥을 즐긴다.

“몇 년 전만 해도 메뚜기 뛰놀던 농촌벌판이었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마곡동 토박이 일가족은 공원을 걸으며 상전벽해로 변한 과거를 회상한다.

서울식물원 호수원 모습, 밤에 식물원을 찾으면 몽환적인 호수원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서울식물원 호수원 모습, 밤에 식물원을 찾으면 몽환적인 호수원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열린숲, 호수원을 지나면 습지원이 나타난다. 호수원보다 조명이 약하니 은은하고, 산책의 호젓함을 두텁게 해준다. 시멘트로 포장된 동쪽과는 달리 서쪽 산책로는 편안한 ‘나무데크 무장애길’이다. 특히 허리 높이 아래를 비추는 측방조명은 눈부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안전보행 길잡이가 되어준다. 습지원을 관통하는 공항열차는 습지원 물속에 또 하나의 열차를 만들며 달린다.

서울식물원 전망데크를 찾은 아빠와 딸, 둘이서 하는 산책으로 소원했던 부녀사이가 아주 친밀해졌다고 했다

서울식물원 전망데크를 찾은 아빠와 딸, 둘이서 하는 산책으로 소원했던 부녀사이가 아주 친밀해졌다고 했다

습지원의 북쪽 끝자락으로 ‘한강보행연결로’가 뻗어 있다. 서울식물원과 한강시민공원을 하나로 만드는 연결다리이다. 올림픽도로를 건너 하늘 높은 곳에 ‘전망데크’가 있다. 하류방향으로는 아라뱃길 김포갑문과 행주대교, 방화대교, 행주산성이 파노라마가 되고, 상류로는 마곡철교, 가양대교, 노을공원은 물론 멀리 여의도까지 황홀한 야경이 한 눈에 담긴다. ‘전망데크’의 시원한 강바람은 덤이다.

호수원에서 습지원, 한강으로 나가는 연결통로(좌), 습지원 주변 나무데크 무장애 산책로(우)

호수원에서 습지원, 한강으로 나가는 연결통로(좌), 습지원 주변 나무데크 무장애 산책로(우)

전망데크 아래 한강 벤치에서 휴식하는 사람, 속도감을 즐기는 라이딩족, 도란도란 산책하는 시민들... 모두는 서울식물원과 한강공원 연결이 선물한 새로운 풍광이다.

“아빠, 식물원에서 곧바로 한강으로 나올 수 있으니 좋지 않아요?” 인증샷을 하는 아빠와 딸은 “야간 산책을 하면서부터 소원했던 부녀관계가 회복되었다”며 기뻐했다.

서울식물원 한강 전망데크와 방화대교 일대 한강 하류 야경

서울식물원 한강 전망데크와 방화대교 일대 한강 하류 야경

서울식물원에서 산책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망데크에서 야경을 즐기고 원점인 마곡나루역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전망데크에서 마곡철교 방향 한강변을 따라 20여 분 산책을 하며 ‘양천향교역’으로 나오는 방법이다. 마곡나루역에서 한강 전망데크까지 2km정도이니 쉬엄쉬엄 걸으면 왕복 2~3시간이면 넉넉하다.

복잡한 낮과 달리 몽환적 야경을 선물하는 서울식물원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호수와 강, 바람, 조명이 조화를 이루고 생물종 다양성을 실현하는 서울식물원, 낮에만 즐기란 법 있나요? 밤이 깊어갈수록 맹꽁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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