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됐던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9.05.20. 17:36

수정일 2019.05.20. 18:01

조회 2,505

제8회 서울 도시농업박람회가 열린 관악구 낙성대 공원 전경

제8회 서울 도시농업박람회가 열린 관악구 낙성대 공원 전경

바쁜 도시생활 중에도 경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농장이나 집 베란다, 옥상 따위를 이용해 농사짓는 도시 사람’을 뜻하는 ‘도시농부’가 국어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될 정도다.

이 사실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해마다 서울 도시농업박람회를 열고 있는데 올해 제8회 서울 도시농업박람회는 강감찬 장군 동상이 있는 관악구 낙성대 공원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도시농부가 일군 관악구 강감찬 장군 텃밭 전경

서울 도시농부가 일군 관악구 강감찬 장군 텃밭 전경

박람회 첫날인 지난 16일, 낙성대공원을 찾았다. 장군의 이름이 들어간 ‘강감찬 텃밭’으로 제일 먼저 가보았다. 낙성대공원 맞은편 산자락 아래 자리한 텃밭에는 시금치, 상추 등 온갖 푸성귀가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아이 손가락만큼 자란 오이와 향이 물씬한 토마토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았다.

수십 개 구획으로 나뉘어져 질서 정연한 텃밭에는 채소들의 이름이 붙은 팻말이 꽂혀 있거나 밭주인의 이름이 있는 팻말도 보였다. 봄 가뭄에 밭에 물을 주고 있던 한 도시농부는 “텃밭에서 사용하는 물은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라면서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비닐 등 3無농법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텃밭을 돌다보니 절로 힐링이 된 듯 마음이 가뿐해진다. 도시텃밭은 도시열섬효과 방지에도 한몫을 할 것이다.

강감찬 텃밭은 작물 재배를 했던 밭을 시대별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강감찬 텃밭은 작물 재배를 했던 밭을 시대별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고려·조선시대 등 작물 재배를 했던 밭을 시대별로 선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불교가 융성했던 삼국시대에는 살생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불교가 식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바, 식물성 식품 요리가 발달해 달래 쑥 취, 부추 아욱 등의 재배가 활발했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에 대비한 구황작물을 많이 재배했다. 고구마, 메밀, 감자 등의 구황작물이 가뭄에도 잘 견뎌 이때 각광받았다고 전한다.

서울도시농업박람회에서 모심기 체험에 나선 아이들

서울도시농업박람회에서 모심기 체험에 나선 아이들

밭 가장 자리 한쪽, 물을 댄 논에는 모심기 체험에 나선 한 무리의 아이들로 왁자하다. 긴 장화를 신고 논으로 들어가 일일농부로 변신해 보려는 순간이 설레는 모양이다. 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울고 있어 흡사 시골 논에 나온 듯하다.

유채꽃이 만발한 낙성대 텃밭의 포토존

유채꽃이 만발한 낙성대 텃밭의 포토존

낙성대공원 일대에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텃밭들이 다수 있어 한 곳을 더 가보았다. 낙성대공원 위쪽에 자리한 낙성대 텃밭이다. 드넓게 펼쳐진 밭가로 유채꽃이 만발해 더욱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익충호텔, 닭집, 허브밭 등이 운집한 이곳 또한 볼 게 많다.

강감찬 텃밭이 작물 위주의 텃밭이었다면 지대가 약간 높은 산등성이에 자리한 낙성대 텃밭은 독특한 볼거리를 갖춘 테마텃밭이라고 할만하다.

닭집이 보이는 텃밭을 재현해 자연 속에서 동식물이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닭집이 보이는 텃밭을 재현해 자연 속에서 동식물이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꽃가루를 나르는 꿀벌과 나비, 진드기의 천적인 무당벌레 등 자연 속에서 식물과 곤충 동물이 함께 돕고 공존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닭집이 보이는 텃밭도 재현했다. 닭집 앞으로 나선형의 텃밭과 암탉이 알을 낳고 품기도 하는, 짚으로 엮은 둥지도 보인다. 닭집 안에서는 어미닭과 병아리가 흙을 파헤치며 모이를 쪼아 먹고 있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풍경은 알고 보면 과학적이다. 닭은 흙 속 벌레를 먹고 흙으로 목욕해 더욱 건강해지고 마침내 똥을 배설하는데 닭똥 또한 양질의 자연 거름이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동식물이 서로 공존하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 또한 도시농부들이 꿈꾸는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닭장을 닭집으로 표기한 데는 아마도 생명체를 존중한 배려일 듯싶다.

오래된 가게로 알려진 불광대장간의 농기구도 서울도시박람회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가게로 알려진 불광대장간의 농기구도 서울도시박람회장에서 만날 수 있다.

농사를 짓는데 농기구는 없어선 안 될 꼭 필요한 것이다. 대를 이어 농기구를 만드는 오래된 가게로 알려진 불광대장간의 명품 농기구도 박람회장에서 만날 수 있다.

호미, 낫 괭이 등 장인이 만들어 낸 농기구는 한 눈에 봐도 단단해 보인다. 요모조모 살피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직접 판매도 하고 있으니 나선 김에 수제 농기구 하나쯤 장만해볼 만도 하다.

도시농부를 위한 이동 전시장으로 팁북과 팜디자인북 등을 열람할 수 있다

도시농부를 위한 이동 전시장으로 팁북과 팜디자인북 등을 열람할 수 있다

도시농업 홍보관과 체험부스도 차례로 돌아보았다. 공원 산책로 따라 부스행렬이 즐비하다.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한 컨테이너도 하나 눈에 띈다. 도시농업 생태와 순환농법에 대해 소개하는 이동형 전시장이다.

이끼볼을 이용한 토피어리 만들기, 새싹 인삼화분 만들기, 몸에 좋은 꽃밥 만들기 등 다양한 무료 체험행사에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각 자치구에서 벌이는 도시농업의 다양한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빗물이 농업에 훌륭한 자원임을 강조하는 노원도시농업 네트워크의 빗물을 활용한 도시농업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낙성대 공원 산책로 따라 서울도시농업박람회 부스행렬이 즐비하다.

낙성대 공원 산책로 따라 서울도시농업박람회 부스행렬이 즐비하다.

따끈한 찰밥 덩이를 떡메로 내려치며 옛날 방식으로 인절미를 만들어 보는 체험은 강서농협이 준비했다. 서울 농부들이 개발한 브랜드 벼품종인 ‘경복궁 쌀’로 만드는 인절미다.

우렁이농법으로 화학비료를 최소화 해 벼를 키워낸, 경복궁쌀로 만든 인절미 맛은 과연 어떨까? 콩가루를 묻히며 함께 인절미를 나누는 모습에 웃음꽃이 핀다.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의 전시부스에서는 아이디어 정원 및 접시 정원을 테마로 한 경진대회작품 전시를 하고 있어 도시농부들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정수초등학교의 생명존중 텃밭, 배재중학교의 자급자족 텃밭, 오류중학교의 협동텃밭 등 학교의 텃밭에 대한 이해와 높은 관심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제8회 서울 도시농업박람회에서는 도시농부들의 텃밭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농사의 즐거움을 맛보고, 이웃과 함께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이제 도시에서도 가능하다. 텃밭에서 만난 도시농부들이 보여주고 있었고 서울 도시농업박람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문의 : 서울도시농업박람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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