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부터 누에 실 뽑기까지 성북 ‘생생 어린이체험’

시민기자 김미선 시민기자 김미선

Visit408 Date2019.05.15 15:00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에 탐방객들로 북적인다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에 탐방객들로 북적인다

토요일 오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어린이들이 역사해설을 듣고, 체험을 할 수 있는 ‘생생 어린이체험’ 탐방투어를 함께 다녀보았다.

지난 5월 11일 오전 10시 탐방에 참여하기 위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 모였다. 해설사 선생님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최순우 옛집’에서 탁본체험을 하고, ‘선잠박물관’에서 누에고치 체험을 하고, ‘심우장’에서 엽서를 쓰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동하는 길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대화하는 어린이의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주말에 쉬고 싶었겠지만, 아이와 탐방투어를 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부녀의 뒷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는 한중 소녀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예술가가 2015년 10월 28일 공동으로 제작하였다. 혼자 외롭게 앉아 있는 소녀상을 보다가 친구가 있으니 더 든든해 보인다.

소녀상들 옆으로 빈 의자가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희생자들을 위한 자리라고 한다. 소녀상 뒤에 할머니의 그림자가 있고, 의자로 걸어온 발자국이 있다. 친구를 따라 아픔과 상처를 함께 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찾아왔다고 한다. 이십만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최순우 옛집에서 아이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최순우 옛집에서 아이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성북동에는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혜곡 최순우 옛집이 있다. 시민들의 힘으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하여 지켜낸 소중한 공간이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산실이기도 하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선생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탁본 체험을 하는 아이들

탁본 체험을 하는 아이들

어린이들은 옛 현판의 글씨를 탁본하면서 글자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과 ‘낮잠 자는 방’인 ‘오수당(午睡堂)’을 탁본 체험했다.

‘낮잠 자는 방’인 ‘오수당(午睡堂)’ 앞에서 아이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낮잠 자는 방’인 ‘오수당(午睡堂)’ 앞에서 아이들이 해설을 듣고 있다.

성북동은 한양도성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후기 백성들이 이주하여 살게 되었지만, 농사를 지을 땅이 적고, 시장도 멀어서 생활이 곤란했다. 그들에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울 각 시장에서 파는 포목의 표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옷이나 옷감을 빨았던 빨래터인 마전터(麻田址)가 있었던 자리를 지나간다. 지금도 주변의 음식점에서 ‘마전터’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누에의 일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보았다.

누에의 일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보았다.

선잠단지는 조선시대 때 한해의 풍요를 기원하며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향을 지냈던 공간이다. 선잠제는 제향뿐만 아니라 음악, 노래, 무용이 결합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아쉽지만 선잠단지는 공사 중으로 관람할 수 없었다.

선잠단과 선잠제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2018년 4월 성북선잠박물관이 개관하였다. 선잠박물관 관람 후 어린이들은 누에의 일생을 알아보고, 누에고치에서 비단실을 뽑으며 의생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북동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심우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심우장은 승려이자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곳이다. 남향에는 조선총독부를 마주보게 된다고 하여 북향으로 지어진 집이다.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한 한용운은 1944년 6월 입적하였다.

탐방투어를 마무리하면서 투어에 참여한 한 아버지가 ‘님의 침묵’을 낭독했다. 모두가 눈을 감고 감상하였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심우장에 울려 퍼졌다. ‘생생 어린이체험’ 투어를 마친 어린이들은 느낀 점, 하고 싶은 말을 엽서에 적기 시작했다.

역사를 배우고, 체험을 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생생 어린이체험’ 탐방투어는 매월 진행된다. 생생 어린이체험 탐방을 비롯해 다양한 ‘해설사가 함께 하는 즐거운 탐방’ 프로그램은 성북 역사문화해설 전문 사이트(http://www.성아들.kr)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2019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 안내, 5월 18일부터 31일까지 시민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2019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 안내, 5월 18일부터 31일까지 시민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번 탐방 코스에 포함되었던 최순우 옛집에서는 ‘2019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가 펼쳐진다. 5월 18일~31일 10시~16시 동안 강연, 답사, 음악회,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특히 30일에는 영어도슨트 프로그램이 11시와 12시 2회 운영된다고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 안내 : http://www.choisun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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