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행복하게! ‘비전화카페’가 주목 받는 이유

시민기자 최용수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315 Date2019.05.14 16:12

‘비전화카페’에선 전기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전화카페’에선 전기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오두막 같은 건물이 하나 있다. 비전화생수기, 사이폰 커피추출기, 태양열식품건조기, 널빤지 지붕, 흙과 볏짚, 왕겨를 단열재로 사용한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건물 ‘비전화카페’이다.

‘숨 고르며 머물다 가세요’ 라고 적힌 카페 입간판이 인상적이다.

‘숨 고르며 머물다 가세요’ 라고 적힌 카페 입간판이 인상적이다.

‘비전화카페’는 ‘비전화공방서울’에서 1년간의 수행과정을 마친 ‘비전화제작자’들이 직접 운용한다. ‘비전화공방(非電化工房,NoPlug)’은 전기와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40여 년 전 일본의 친환경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이 시작했다. 서울시는 일본 ‘비전화공방’과 MOU을 체결, 2017년 혁신파크에 ‘비전화공방서울’이 둥지를 틀었다.

전기가 없는 ‘비전화카페’에는 전등이 없다. 자연채광으로 카페를 밝힌다.

전기가 없는 ‘비전화카페’에는 전등이 없다. 자연채광으로 카페를 밝힌다.

커피 준비에 한창인 비전화제작자

커피 준비에 한창인 비전화제작자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전등이 매달린 여느 카페와 달리 자연채광이라 약간 어두웠다. 볏짚과 흙을 섞은 벽에는 석유등이 졸고 있고, 서까래 사이 둥근 창은 자연을 불러들인다. 구석진 코너에는 화목난로가, 재활용 테이블에 놓인 소담한 꽃병이 색다른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다.

카페에서 ‘비전화제작자’는 커피 준비에 한창이고, 아들과 함께 카페를 찾은 중년여성은 카페 안 이곳저곳을 찍으며 기다림을 채운다. 주문한 ‘비전화커피’는 족히 20여 분은 지나야 손님 앞으로 나온다.

주문한 ‘비전화커피’는 족히 20여 분은 지나야 손님 앞으로 나온다.

주문한 ‘비전화커피’는 족히 20여 분은 지나야 손님 앞으로 나온다.

커피는 로스팅(Roasting, 생두에 열을 가해 볶아냄), 그라인딩(Grinding, 원두를 분쇄함), 추출(Brewing, 뜨거운 물을 분쇄된 커피가루에 우려냄)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곳 ‘비전화커피’는 흔치 않은 추출방식으로 탄생한다. 플라스크에 채운 물을 가열하여 생긴 증기압력이 상단 로드에 담은 커피를 적시게 되면 추출이 일어난다.

일정 시간 후 불을 끄면 추출된 커피가 중간 필터를 거쳐 플라스크로 모이는 원리인 ‘사이폰(Syphon)방식’을 사용한다. 본래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 커피지만, 사이폰 방식은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커피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1827년 독일에서 최초 고안된 방식이라 한다.

카페 앞 화덕에서 피자를 만드는 사람들

카페 앞 화덕에서 피자를 만드는 사람들

피자 반죽을 하고 피자에 넣을 단호박을 써는 모습

피자 반죽을 하고 피자에 넣을 단호박을 써는 모습

어느 덧 주방에서는 사이폰 방식으로 추출된 ‘비전화커피’가 완성되고, 뜰 앞 화덕에서는 손수 만든 피자가 냄새를 날리며 익어간다.

‘비전화공방서울’에서는 1년 동안 삶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드는 경험을 하고 지출을 줄이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동료와 함께 실험하는 ‘비전화제작자’ 인증과정, 자급자족자립기술과 작은 일 만들기 등의 ‘시민교육’, 태양열식품건조기·돌가마·정수기 등 비전화기술을 익히는 ‘시민제작워크숍’,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단체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식을 공유하는 ‘적당포럼’ 및 지원과 교류 등의 활동을 한다. 이곳 ‘비전화카페’는 비전화공방의 철학, 기술, 운영 원리를 담아낸 상징적 공간이다.

카페 앞 텃밭에 허브류를 심어서 키우고 있다.

카페 앞 텃밭에 허브류를 심어서 키우고 있다.

비전화제작자 과정에 참여했던 김현성(가명)군은 “비전화제작자가 되기 전엔 혼자서도 잘 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시너지가 생기고 동료들과 작업하면 부족한 점이 채워진다는 것을 체감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비전화카페’는 ‘비전화공방서울’에서 1년간의 수행과정을 마친 ‘비전화제작자’들이 직접 운용한다.

‘비전화카페’는 ‘비전화공방서울’에서 1년간의 수행과정을 마친 ‘비전화제작자’들이 직접 운용한다.

“죄송해요. 여긴 신용카드나 제로페이로도 결재 못해요. 전기가 없거든요”
“잠시만요. 현금을 안가지고 다녀서…”
전기가 없어도 행복한 삶이 가능할까? 지갑을 통통 털어 커피 값을 지불하는 모녀의 모습이 행복하게 다가온다.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사는 ‘비일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비전화카페’를 찾으라. 자연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의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 비전화공방서울(카폐)
○ 비전화공방서울
– 주소 :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 제21동 1층(서울혁신파크 내)
– 홈페이지 : http://noplug.kr, 페이스북 : www.facebook.com/noplug2017
– 전화 : 02-6365-6838

○ 비전화카페
– 위치 : 서울혁신파크 정문 통과 후 오른쪽 10미터
– 운영 : 매주 수~토요일 11:00~17:00
* 전기가 없어 전화도 없다. 문의는 ‘비전화공방서울’로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동일조건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