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못지않은 지하철역 3곳서 ‘봄을 타다’

시민기자 김진흥

Visit626 Date2019.03.27 15:30

여느 지하철역과 다르게 광고 대신 예술작품들로 채워진 신설동역

여느 지하철역과 다르게 광고 대신 예술작품들로 채워진 신설동역

최근 미술관처럼 변신한 지하철역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메트로 6호선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이 개장했다. 녹사평역 전체가 정원과 미술 작품들로 채워져 마치 하나의 미술관 같은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바뀌었다.

녹사평역뿐 아니라 미술관 같은 서울 지하철역들이 또 있다. 예술작품들이 천장에도, 벽면에도 전시되고 있는 역들, 혹은 아예 미술관이 따로 있는 지하철역까지 존재한다. 예술작품들로 채워진 서울 지하철역 세 곳을 꼽아 소개한다.

① 광고 대신 과일 사진들로 채워진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지난 2017년에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국내 최초의 문화예술철도다. 숱한 광고들 대신 예술작품들로 역사를 채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개통 1년을 맞이해 지역예술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우이신설 예술 페스티벌’을 열며 문화철도의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이신설선과 1호선, 2호선이 있는 신설동역은 환승 통로를 중심으로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우이신설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신설동역에선 노세환 작가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전을 만날 수 있다.

신설동역 환승 통로에 전시된, 노세환 작가의 ‘콩밭’ 사진작품들

신설동역 환승 통로에 전시된, 노세환 작가의 ‘콩밭’ 사진작품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전은 크게 두 가지 테마로 꾸몄다. 먼저 ‘콩밭’ 사진이다. 1호선과 2호선에서 우이신설선으로 걸음을 옮기면 가장 먼저 양쪽 벽면에 콩밭 사진들이 보인다. 작가는 하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는 뜻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는 속담이 ‘현재 사회에서도 어울리는가’라는 생각에서 콩을 심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콩의 모습이 지나가는 시민의 눈을 훔쳤다.

노세환 작가는 “지하철역 전시가 이루어지는 동안 내 마음이 전시장, 그 ‘콩밭’에 가 있었다. 우이신설 미술관에서는 콩밭 사진 기록들을 전시해 내가 가졌던 생각과 질문을 공유하고자 전시한다”라고 전했다.

승강장에서 볼 수 있는 노세환 작가의 ‘멜트다운(Meltdown)’ 시리즈 작품

승강장에서 볼 수 있는 노세환 작가의 ‘멜트다운(Meltdown)’ 시리즈 작품

콩밭 사진들을 지나면 환승 개찰구 주변에 과일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진 속 과일들이 단순한 사진이 아닌 녹아내린 모습이다. 빨간 사과, 초록 사과, 연두색 오렌지, 노란 바나나, 분홍 바나나 등 각양각색 녹은 과일의 사진들이 존재했다. 이 사진들은 신설동역 벽면, 승강장 안 등 역 전체를 채웠다.

개찰구 옆에 있는 노세환 작가의 멜트다운 작품

개찰구 옆에 있는 노세환 작가의 멜트다운 작품

이 사진들은 노세환 작가의 ‘멜트다운(Meltdown)’ 시리즈다. ‘흘러내린다’라는 뜻의 시리즈는 사실의 기록이라고 알려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것과 보이는 것의 괴리감을 만들어 보이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사진 속 과일과 채소들이 과연 우리가 믿고 있고 알고 있다고 하는 것들이 맞는지에 대해 녹아내리는 사진으로 작가가 메시지를 던진 작품들이다.

문의 : 우이신설 미술관 관련 사이트

② 환승 에스컬레이터 구간을 주목하라!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

우이신설선 또 다른 환승역인 성신여대입구역도 다양한 예술 작품들로 시민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우이신설선과 4호선이 있는 성신여대입구역은 환승 에스컬레이터 구간이 다른 지하철역들보다 화려하다. 강은혜 작가와 코리아나 미술관이 협업한 ‘커넥션’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신여대입구역 환승 에스컬레이터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커넥션’ 작품

성신여대입구역 환승 에스컬레이터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커넥션’ 작품

<커넥션>전은 공간 전체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선들로 이루어졌다. 이 선들은 지하철 노선이 서로 교차하는 모습과 열차의 속도감을 시각화했다. 또한, 전면에 설치된 거울은 좁고 긴 지하철 통로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함께 존재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신여대입구역을 이용한 한 시민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주위가 화려하고 다른 장소들과 달라서 두리번두리번 하고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성신여대입구역 예술작품과 시민

성신여대입구역 예술작품과 시민

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은 나가는 길에도 여러 예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정지현, 이영은, 유영진 작가 등의 사진들과 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광고들로 도배된 같은 역 4호선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문의 : 우이신설 미술관 관련 사이트

③ 진짜 미술관이 있는 유일한 서울 지하철역, 3호선 경복궁역

3호선 경복궁역은 예술적인 지하철역들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경복궁역은 화강암으로 마감한 바닥과 둥근 아치형 터널 형태의 천장으로 꾸며 웅장함을 겸비한 곳이다. 벽면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상감행차도>’와 ‘십장생도’가 길게 펼쳐져 있어, 화강석의 수려함과 더불어 한국적 전통미를 드러냈다. 이것은 한국건축가협회로부터 우수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복궁역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돼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3호선 경복궁역에 진짜 미술관이 존재한다. 서울 지하철역들 중 유일하게 공간 전체가 미술관이다. 바로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미술관이다.

경복궁역사 내에 있는 서울메트로미술관

경복궁역사 내에 있는 서울메트로미술관

경복궁역 내 1층 공간에 자리하는 서울메트로미술관은 1, 2관으로 운영 중이다. 1986년 지하철 3호선 개통과 함께 ‘경복궁역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20년 후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메트로미술관은 세 차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서울메트로미술관’으로 명칭을 바꾸며 대표적인 시민친화형 지하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시민 누구나 접근이 편리하고 무료로 이용 가능한 도심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서울메트로미술관 전시는 시민의 대관으로 펼쳐진다. 대관은 정기대관과 수시대관이 있는데, 정기대관은 매년 10월에 신청 가능하고 수시 대관은 말 그대로 수시로 접수하면 된다. 대여 신청은 서울메트로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전시기간은 최소 1일부터 최대 30일까지다. 보다 자세한 전시 일정은 서울메트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미술관 전시 모습

서울메트로미술관 전시 모습

서울 지하철역에서 예술 작품들을 보는 것은 흔치 않다. 대부분 지하철역들이 광고로 도배돼 눈살을 찌푸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몇몇 역들을 중심으로 시민의 문화생활을 장려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을 벌이고 있다. 위 3개 역들이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지하철역들이 시민들의 문화 공간, 예술 공간으로 변모되길 바란다.
위의 지하철역들을 마주한다면 스마트폰 대신 작품들에 눈길을 주는 건 어떨까.

문의 : 서울메트로미술관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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