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말고도 볼거리 많아요" 이태원 골목 산책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19.03.11. 16:58

수정일 2019.04.10. 16:04

조회 5,320

‘서울은 미술관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새롭게 변신 중인 녹사평역.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 이태원 골목투어에 나서보았다.

‘서울은 미술관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새롭게 변신 중인 녹사평역.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 이태원 골목투어에 나서보았다.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고 왠지 기분 좋은 봄이 오고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불청객이지만 파란 하늘이 유난히 돋보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진기 하나 들고 도보여행을 떠난다.

서울시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예술적인 공간으로 변신한 녹사평역에서 출발해 이태원의 이색거리를 거닐며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녹사평역을 나오면 ‘푸른 풀이 무성한 들판’이란 뜻의 녹사평과는 달리 용산미군기지와 다양한 건물이 공존하는 이태원이 보인다.

녹사평역을 나와 육교를 오르면 탁 트인 서울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녹사평역을 나와 육교를 오르면 탁 트인 서울의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용산미군기지는 이전을 하고 있어 용산시민공원으로 변신할 것이고, 언제나 서울 속 외국을 느끼게 해주는 이태원은 젊은이와 외국인들로 늘 북적인다. 육교를 건너다 보면 남산타워와 서울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아름다운 서울의 정경을 담아본다.

이태원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 보면 이정표 하나에 눈길이 모아진다. 녹사평대로와 숫자로 쓰인 익숙한 이정표가 아닌 ‘유관순 길’이라 쓰여 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이곳이 유관순 열사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해 하며 길을 따라 올라갔다.

경사진 길의 끝에 다다르니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이 나왔다. 이태원을 무수히 많이 와봤지만 역 근처의 맛집과 볼거리 위주로 다녔던 터라 언덕 위에 펼쳐진 역사공원은 생경스럽기만 했다. 역사공원 안에서 유관순 길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에는 유관순 열사 추모비가 마련되어 있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에는 유관순 열사 추모비가 마련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유관순 열사 추모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에 직접 참여한 유관순 열사는 같은 해 4월 1일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되었고,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옥중 독립만세 운동을 전개했다.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독립운동의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1920년 9월 28일 순국한 유관순 열사는 용산구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그 이후 이태원 공동묘지가 일제하에서 군용기지로 전환됨에 따라 이장되는 과정에서 없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유관순 열사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기고 나라사랑의 정신과 숭고한 넋을 기리고자 당시 시신이 안장된 이태원 공동묘지가 바라다 보이는 이곳에 용산구민의 뜻을 모아 추모비가 세워지게 되었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유관순 열사 추모비를 찾아 그 의미와 뜻을 기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태원 부군당은 일년에 두 번 제례를 지낸다

이태원 부군당은 일년에 두 번 제례를 지낸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에는 ‘이태원 부군당’이 있다. 부군당이란 말이 생소하게 들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부군당은 조선시대 지방 관아 인근에 설치된 제당 또는 현재 서울 한강 유역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제당이다. 이태원 부군당의 건립 시기는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비석의 비문에는 단기 3952년인 조선조 광해군 11년으로 표기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남산 중턱에 있었으나 일제가 훈련소를 세우면서 1917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매년 음력 4월 1일과 10월 1일 제례를 올리고 시민에게 개방되진 않는다.

이태원 길을 걷다보면 길바닥에 외국어로 쓰여진 인사말을 볼 수 있다

이태원 길을 걷다보면 길바닥에 외국어로 쓰여진 인사말을 볼 수 있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을 나와 이태원역 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이태원이 나온다. 이태원은 이태원1동과 2동으로, 4개의 외국 공관이 있다. 또한 베트남 퀴논시와 자매도시를 맺어 만들어진 ‘퀴논길’엔 유난히 쌀국수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진 이태원 길을 걸을 때 바닥을 쳐다 보면 여러 종류의 외국어 인사말을 볼 수 있다.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이태원을 이국적으로 만들어준다. 신도가 아닌 일반인들도 입장이 가능하다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신도가 아닌 일반인들도 입장이 가능하다

이태원을 더욱 이국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다. 우사단로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은 1967년에 세워졌다. 한국 최초의 이슬람 성원으로 둥근 지붕과 뾰족한 첨탑으로 된 비잔틴 양식을 수용한 모스크와 아라베스크 양식으로 꾸며졌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오래된 우사단 골목길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오래된 우사단 골목길

이슬람 사원에서 나오면 우사단 길이 나온다. ‘우사단’은 조선시대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을 일컫던 말로, 이곳에 우사단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되어 우사단 길로 불리게 되었다. 예전엔 공동묘지였던 이곳은 현재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주거지와 상업지구로 변모했다. 우사단 길은 보광초등학교부터 도깨비시장에 이르는 한남동 우사단로 10길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수십 년 전 골목길의 풍경이 펼쳐진다.

보광동교회는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오래된 교회다

보광동교회는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오래된 교회다

극장판은 독립영화관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독립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극장판은 독립영화관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독립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 기독교의 산증인과도 같은 100년 된 ‘보광동교회’는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독립영화만을 상영하는 독립영화관인 ‘극장판’은 작은 집을 개조해 극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외관은 전혀 극장스럽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독립영화를 운치 있게 즐길 수 있다.

이태원은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다양한 모습의 거리들이 조성되어 있다

이태원은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다양한 모습의 거리들이 조성되어 있다

이 외에도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게 되어 생겨난 ‘아프리카 거리’에서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아프리카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이밖에도 청소년은 해가 지고 나서 출입이 금지되는 게이거리도 있다. 예전엔 영화관이었는데 지금은 찜질방으로 변신한 이태원랜드도 이태원의 특별한 공간이다.

이태원이 재개발로 지정되어 곧 우리 곁에서 사라질 풍경들이 많다는 것은 아쉬운 사실이다. 오래된 골목길이 주는 정겨움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기에 재개발이 되기 전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 여러 풍경들을 사진으로 기록해보고 싶다.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이태원은 골목길마다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고 이채로웠던 시간을 꾸며준 이태원 도보여행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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