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의 숨은 보물 ‘마곡문화관’을 아시나요?

시민기자 최용수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650 Date2019.03.13 15:44

옛 양천배수펌프장이 마곡문화관으로 개장했다

옛 양천배수펌프장이 마곡문화관으로 개장했다

6일 경칩(驚蟄)을 지났다. 동지 이후 74번째 되는 날 경칩,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에 놀란(驚) 벌레(蟄)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날마다 기온이 상승하여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는 24 절기 중 세 번째 날이기도 하다.

바쁜 도심 일상에서 절기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아닐까.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와 경칩까지 지났으니 봄기운이 완연하다. 농촌에서는 산이나 논의 물이 괸 곳을 찾아 개구리(또는 도롱뇽) 알을 건져다 먹으며 건강을 빌었다. 고도로 산업화된 서울에서 농촌 풍경을 상상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황금벌판을 자랑하던 농촌들녘이 서울에도 있었다. 바로 서울식물원이 들어선 마곡리 일대이다.

마곡리 일대는 얼마 전까지 가을이면 황금벌판을 자랑하던 들녘이었다

마곡리 일대는 얼마 전까지 가을이면 황금벌판을 자랑하던 들녘이었다

마곡리 일대는 일제강점기 김포군 양천현의 농촌벌판이었다. 이곳은 한강과 가깝고 표고가 낮아 자주 홍수 피해를 입었다. ‘조선은 일본을 위한 쌀 공급지’라 생각한 일제는 농경지 개발과 수리조합 설립을 적극 부추겼다.

이에 마곡리 지역에도 ‘양천수리조합’이 결성되었고. 1928년 마침내 ‘양천배수펌프장’까지 건축하게 된다. 그 후 1980년대까지 마곡리 등 김포평야 일대의 배수펌프장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의 근대산업유산 중 현재까지 확인된 농업용 배수펌프장으로는 유일하며, 2007년 등록문화재 제363호로 지정되었다. 2018년 임시 개방한 서울식물원과 함께 양천배수펌프장은 ‘마곡문화관’으로 되살아났다.

마곡문화관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얼굴과 흙냄새 짙게 밴 농부들의 삶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이색 문화공간이다

마곡문화관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얼굴과 흙냄새 짙게 밴 농부들의 삶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이색 문화공간이다

마곡문화관은 서울식물원 온실에서 한강 방향으로 내려다보면 호수공원 곁에 서있다. 옹기종기 현대식 건물로 채워진 서울식물원에서 독특한 외관으로 세월을 머금은 건물은 문화관이 유일하다. 묵직하게 보이는 출입문을 여니 ‘마곡이야기’가 환영을 한다. 마곡리 일대 땅의 역사와 그 땅 위에 살았던 사람들을 주목한 내용들로 속이 알토란이다.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 전경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 전경

복잡한 도심의 일상만큼이나 이곳에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도 무척 다채롭다. 대형 목조건물로서 건축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배수펌프장 건물구조는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얼굴과 흙냄새 짙게 밴 농부들의 삶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이다.

배수펌프장은 대형 목조건물로서 건축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배수펌프장은 대형 목조건물로서 건축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시간을 맞추어 문화관에서 운영하는 투어에 참여하면 더욱 알차다. 마곡문화관 근대 건축 및 전시 투어 프로그램은 오는 3월 31일까지 매일 2회(10:30, 15:00, 월요일 휴무) 30분간 운영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무료이다. 다만 1회당 15명으로 인원제한이 있어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하는 게 좋다. 시작시간 정문에서 집결한다.

마곡문화관에서 바라보이는 서울식물원 온실

마곡문화관에서 바라본 서울식물원 온실

곡우 절기가 되면 풍년을 위해 물을 가두던 농부들처럼, 마곡문화관을 찾아 옛 농촌 이야기로 겨우내 메말랐던 마음을 채워보면 어떨까. 마곡리 토박이들의 증언과 모니터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추억으로의 시간여행을 허락해준다. 각박한 도심일상에서 벗어나 풋풋한 농부의 감성을 넉넉히 맛볼 수 있는 곳, ‘마곡문화관’은 숨겨진 보물 서울의 색다른 문화공간이다.

■ 마곡문화관
○ 위치 :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282(마곡동 25-4, 서울식물원 내에 있음)
○ 연락처 : 전화번호 02-2104-9791,9792
○ 오시는길
– 지하철 :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서울식물원 주제원(서울식물원 7번 진입구)→마곡문화관(도보 5~10분)
– 버스 : 간선 672 / 지선6631, 6642, 6712 ‘겸재정선미술관’정류소 하차 (도보 약 10분)
※ 주차공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 권장
○ 예약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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