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천혜의 설경, 근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해!

시민기자 김종성

Visit948 Date2019.02.20 16:18

순하고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라 겨울에도 부담 없는 북한산 둘레길

순하고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라 겨울에도 부담 없는 북한산 둘레길

예년과 달리 겨울 가뭄이 심했던 올겨울. 고대하던 눈이 서울에 그것도 펑펑 내려 주었다. 오랜만에 눈 내린 겨울산을 보고파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둘레길로 향했다. 주말 느지막이 일어나 찾아가도 겨울 산행의 즐거움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좋다.

북한산의 허리를 에둘러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다 보니, 겨울산행의 기본 장비인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산책 같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둘레길의 미덕은 산과 숲을 지나면서도 험하지 않다는 거다. 오르막길도 있지만 경사가 순하고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라 눈 내린 산이지만 걸음걸음이 부담스럽지 않다.

눈 내린 겨울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길

눈 내린 겨울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길

운치 있는 겨울 산속을 걷는 시민들

운치 있는 겨울 산속을 걷는 시민들

지하철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 몇 분 걸어가면 북한산 생태공원이 나온다. 북한산 둘레길 8코스 ‘구름정원길’이 시작되는 공원이다. 구름정원길이라니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북한산 생태공원 뒤로 눈 내린 북한산의 멋들어진 능선이 드러난다.

숲·산·마을을 지나는 북한산 둘레길

눈 내린 북한산은 언제 어디서 봐도 운치 있고 좋지만, 이 코스는 특히 아름답다. 하얀 눈이 산길과 나무 위에 쌓이면서 정말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나뭇가지 위에 집을 지은 까치들도 눈이 반가운가보다. 겨울 산에서 들려오는 까치소리, 까마귀 울음이 무척 생생하게 다가온다.

북한산 자락 마을에 있는 정자 쉼터

북한산 자락 마을에 있는 정자 쉼터

‘뽀드득 뽀드득’ 발걸음을 뗄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걷다 보니 북한산의 풍모를 감상할 수 있는 포토존을 만난다. 눈 내린 산봉우리 풍경이 아름다워 절로 발길을 머물게 한다.

신나게 눈을 즐기는 아이들

신나게 눈을 즐기는 아이들

북한산 둘레길은 산기슭에 기대어 사는 동네를 스치듯 지나가기도 한다. 누구보다 눈을 좋아라하는 동네 아이들이 조잘거리며 조막만한 손으로 열심히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이 참새마냥 귀엽다. 추운 겨울날 귀한 햇볕을 쬐며 영양가가 높아지는 시래기, 단층의 낮은 집 지붕 위에서 해바라기 하는 고양이들도 정답다.

눈 내린 겨울날 유난히 하얘보이는 낮달

눈 내린 겨울날 유난히 하얘 보이는 낮달

숲길을 걷다가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더니 사람은 없고 나뭇가지 사이로 흰 달이 떠 있다. 태양빛이 약해지는 겨울날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 낮달이다.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달이구나 싶어 눈길이 절로 머물렀다. 달에도 눈이 내렸는지 낮달의 낯빛도 유난히 하얗다.

북한산 둘레길에서 만난 한옥마을, 진관사

북한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은평한옥마을

북한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은평 한옥마을

구름정원길이 끝나는 곳에 진관사 이정표가 여행자를 맞는다. 동네이름 진관동을 낳은 고찰로, ‘좋은 산은 좋은 절을 품는다’는 말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진관사 가는 길,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두 그루의 나무가 발길을 붙잡는다. 북한산 아래 자리한 은평 한옥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나무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눈 내린 한옥마을 풍경은 운치 있고 근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진관사 가는 멋진 계곡길

진관사 가는 계곡길

절 입구 ‘삼각산 진관사’(三角山 津寬寺)라고 새겨져 있는 현판은 북한산의 옛 이름이 삼각산임을 알게 해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삼각산은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세 개의 뿔과 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졌다’고 나와 있다.

진관사는 10여 명의 비구니들이 운영하는 절이라 그런지 더욱 정갈하고 평온한 분위기다. 불전이 있는 절 마당으로 들어서자 바깥 세상과 다른 질감의 공기가 느껴졌다. 대웅전이 보이는 댓돌에 앉아 고즈넉한 산사 풍경을 즐겼다. 평소보다 시간이 몇 배나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대웅전 안에 홀로 앉아 기도하는 불자의 뒷모습은 경건하면서 왠지 뭉클하다.

옛 태극기와 독립운동자료들이 발견된 진관사 칠성각

옛 태극기와 독립운동자료들이 발견된 진관사 칠성각

경내에 있는 불전 가운데 옛 산신, 무신 등 다양한 민간신앙의 신들을 모시고 있는 칠성각은 좀 특별한 곳이다. 지난 2009년 5월 칠성각을 해체 보수하던 중 낡은 태극기와 독립운동사료들이 발견된 곳이다. 독립신문과 독립운동 사료들이 태극기에 싸여 있는 상태로 불단 안쪽 기둥 사이에 수십 년 간 숨겨져 있었던 거다. 정부는 총 6종 20점에 이르는 사료들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칠성각으로 들어가면 칠성신 그림 옆에 작게 축소된 옛 태극기가 숨겨진 것처럼 놓여 있다. 칠성신들이 태극기를 보호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더 놀라운 건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덧그려졌다는 점이다. 일장기를 거부하는 마음, 일제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이 느껴졌다. 다가오는 3.1절에 잠시 들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페이지 : 서울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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