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에 취하다! 옛 감성 가득한 서울 명소들

시민기자 김진흥 시민기자 김진흥

Visit822 Date2019.02.19 17:10

회현 지하쇼핑센터에서 LP판을 살펴보는 시민

회현 지하쇼핑센터에서 LP판을 살펴보는 시민

2019년 크게 떠오르는 트렌드 용어가 ‘뉴트로(New-tro)’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옛 것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1970~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세계적 밴드 ‘퀸(Queen)’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한 열광적인 호응,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개화기 열풍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청년들은 뉴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아간다. SNS로 인증 사진을 올리는 등 뜨거운 반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빌딩 숲 사이로 옛 감성이 녹아있는 서울 모습에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젊은 층을 취하게 한 뉴트로 감성,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서울 명소들을 알아본다.

① 서울 ‘뉴트로’의 성지, 을지로

시민들의 발길로 뜨거운 을지로 골목, 옛 가게와 새로운 카페가 공존하고 있다

시민들의 발길로 뜨거운 을지로 골목, 옛 가게와 새로운 카페가 공존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을지로는 명동, 강남 등 기존 번화가에 밀려 인적이 드물었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청년들이 을지로를 ‘힙’한 동네로 손꼽는다.

조선시대 ‘구리개’로 불린 을지로는 1946년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성씨를 따 ‘을지로’로 개명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을지로 일대에는 화교촌(차이나타운)이 있었는데 정부는 그곳을 와해시키면서 옛 중국을 크게 무찌른 영웅인 을지문덕 이름을 붙였다.

6.25 한국전쟁 이후 을지로엔 무너진 도시 재건을 위해 집수리에 필요한 것들(목재, 가구, 페인트, 공구 등)을 다룬 상점들이 자리 잡으며 발전했다. 산업의 밑바탕인 인쇄소들도 점차 늘어나 골목을 형성했다.

요즘 을지로에서 인기 높은 카페 '커피한약방'과 '혜민당'

요즘 을지로에서 인기 높은 카페 ‘커피한약방’과 ‘혜민당’

최근 3년 이내로 을지로에 새로운 가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오래된 건물 안에 카페, 레스토랑, 와인바 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나타나면서 상권을 형성했다. 옛날과 현재가 공존한 셈이다. 간판 없이 운영하는 상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을지로만의 풍경이자 매력이다.

을지로에서 뉴트로 감성을 대변하는 가게들로는 카페 ‘커피한약방’과 ‘혜민당’을 꼽을 수 있다. ‘커피한약방’은 과거 구암 허준이 치료를 하던 혜민서 자리를 사용한다. 내부에는 오래된 전등, 자개장, 약재수납장 등 옛 느낌이 정겹게 나는 소품들로 채워져 방문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커피한약방’의 디저트를 책임지는 ‘혜민당’은 오래된 나무로 만든 테이블로 옛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을지로 와인바 ‘십분의일’ 입구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을지로 와인바 ‘십분의일’ 입구

간판이 없어도 알아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곳들도 있다. 레스토랑 ‘미팅룸’과 와인바 ‘십분의일’이 그렇다. 가게 입구부터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옛 감성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가게 내부는 복고 콘셉트로 깔끔하다. 한편, 두 가게들은 간판이 없다. 그래도 시민들이 알고 찾아오는 건 SNS로 가게와 시민들이 소통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미팅룸’을 방문했다는 대학생 이유정 씨는 “여긴 최근 SNS에서 매우 핫한 곳이다. 처음 오는 거라서 이리저리 헤매서 고생했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곳이니 이 정도는 괜찮다”라고 말했다.

② 100년의 시간을 품은 공간, 종로구 익선동

사람들로 붐비는 익선동 한옥마을

사람들로 붐비는 익선동 한옥마을

종로3가에 위치한 익선동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동네다. 원래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신시가지로 재개발하려고 했던 곳이었다. 당시 서울 북쪽(북촌)은 조선인이, 남쪽(남촌)은 일본인이 주로 거주했는데 조선총독부가 일본인을 위한 주거 정책을 펼치면서 일본인의 북촌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정세권 선생이 익선동 땅을 모두 사들여 한국인들이 살 수 있도록 했다. 정세권 선생은 이후 상공업계 인사들과 함께 조선물산장려운동을 이끌었다. 이때 한옥식으로 지은 집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즉, 익선동 한옥마을은 우리나라 민족 주거권을 일제로부터 수호한 증거물이다.

다른 동네와 달리 익선동은 높은 빌딩이 없다. 익선동은 한옥을 기본으로 하여 한국적 정취를 살린 공간과 개화기풍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 기와를 재활용한 담벼락, 창호 문살을 장식 요소로 활용한 것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자개장과 꽃무늬 벽지, 타일 장식 등은 젊은 층에게 신선함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선물한다.

커플,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익선동 ‘콤콤오락실’

커플, 가족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익선동 ‘콤콤오락실’

그리고 한옥 사이로 여러 상점들이 개화기 모습으로 꾸미고 있다. 경양식 음식점부터 개화기 옷차림을 대여할 수 있는 옷가게 등 다양한 뉴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몇 개월 전,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영향 때문에 개화기 옷차림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래서인지 익선동에서는 한복보다 개화기 옷을 입은 청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옛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오락실도 있다. 익선동 ‘콤콤오락실’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어 다양한 세대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③ LP판과 필름 카메라가 공존하는 곳, 회현 지하쇼핑센터

회현 지하쇼핑센터는 4호선 명동역과 회현역 사이 지하 공간에 위치한 곳이다. 1979년에 건설된 이곳은 생필품보다 주로 골동품이나 콜렉터들을 위한 물건들을 판매한다. LP판, 옛날 우표, 동전, 그림 등 특색 있는 물건들을 팔고 있다. 가게는 약 200곳 정도다. 예부터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기는 곳인 셈이다.

LP판 가게는 1960년대부터 이 지역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 불법 환전 상인들이 영업을 했던 ‘달러골목’이 명동과 남대문 시장 주변에 있었다. 그때 미군부대에서  ‘달러골목’으로 흘러나온 레코드들을 수집한 사람들이 이 골목에서 장사를 했다. 우표, 동전, 기념화폐 수집 점포들은 주변에 있는 한국은행과 서울중앙우체국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그렇게 해서 이뤄진 상권이 지금의 회현 지하쇼핑센터가 됐다.

회현 지하쇼핑센터는 뉴트로 붐이 일어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향으로 퀸의 LP 음반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필름 카메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카메라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했지만 필름 카메라는 써본 적이 없다. 필름 카메라만의 매력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지 궁금하다. 여기도 필름 카메라가 있어서 구경 겸 왔다”라고 전했다.

④ 시니어들의 감성이 궁금하다면! 허리우드극장 &락희거리

현재는 실버상영관으로 운영 중인 허리우드극장

현재는 실버상영관으로 운영 중인 허리우드극장

낙원상가 4층에 있는 ‘허리우드극장’은 1969년에 개관했다. 한때 서울 시내 10위 개봉관을 유지했지만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 등장하면서 2005년에 폐관했다. 그러나 2008년에 재개관해 현재는 실버상영관(노인 전용 극장)으로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기존 영화관들과 차별화된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다. 1950년대에 개봉한 ‘다이얼 M을 돌려라’, ‘콜디츠 스토리’ 등 노년층이 옛 시절에 봤던 영화들을 볼 수 있다. 노년층을 타깃으로 삼은 극장다운 영화 라인업이다. 55세 이상은 2,000원(일반인은 7,000원)이므로 티켓값이 저렴하다.

시니어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락희거리’

시니어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락희거리’

‘락희거리’도 시니어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17년에 조성된 ‘락희거리’는 100m 남짓 짧은 거리다. 영어 ‘lucky’를 한자로 바꾼 ‘락희(樂喜)로 이름을 지었다. 시니어층이 즐겁고 기쁜 거리라는 의미에서 서울시가 만들었다. 시니어층을 위한 거리인 만큼 1960~197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소재들이 더러 있다. LP 음악을 틀어주는 DJ부터 옛 간판들로 꾸민 식당들, 요새 보기 힘든 회전등이 돌아가는 이발소까지 최근에 보기 힘든 옛 거리 모습을 나타냈다.

⑤ 서울의 80년을 품은 곳에서의 하룻밤, 통의동 보안여관

1930년대부터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보안여관

1930년대부터 자리를 지켜온 보안여관

통의동 ‘보안여관’은 옛것과 새로운 것이 혼합된 장소다. 1930년대부터 영업을 했던 보안여관 건물과 카페, 책방, 게스트하우스 등이 운영 중인 신관, ‘보안 1942’가 존재한다. ‘새로운 세대가 옛것을 경험하는’ 뉴트로의 감성과 맞물린다.

‘보안여관’은 예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거쳐간 곳이다. 1930~40년대 이상, 윤동주 등 이름난 문학가들을 배출하고 이중섭 등 많은 예술가들이 들렀던 여관이다. 통의동 터주대감으로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의미있는 공간이었다. 경영난으로 2004년 영업을 마쳤으나 2007년 최성우 일맥문화재단 이사장이 구입해 옛 보안여관 건물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작년까지 11년 간 수많은 전시들이 ‘보안여관’에서 진행됐다.

옛 보안여관 옆에는 신관인 ‘보안 1942’ 3층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존재한다. 오랫동안 숙박 장소 역할을 했던 ‘보안여관’이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 요즘은 옛날 것들이 수명 위로 올라오고 있다. 다만 이전과 차이가 있는 것은 옛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옛것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세대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그렇다 보니 가족이 함께 방문하는 시민들도 많다. 서울의 옛날과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뉴트로 감성에 젖은 곳들, 당신도 이 장소들에 찾아와 경험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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