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 만나! 감성충전 서점 나들이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9.01.10. 16:21

수정일 2019.01.10. 16:21

조회 3,531

종로타워 지하에 2016년 새로 문 연 ‘종로서적’

종로타워 지하에 2016년 새로 문 연 ‘종로서적’

“종로서적에서 만나” 90년대 얘기다. 종각역 10번 출구 앞 종로서적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약속의 장소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추운 날이면 더더욱 그랬다. 따뜻한 실내의 아늑함을 느끼며 6층 가득 빼곡한 책들 사이를 걷다보면, 가만히 깔리는 음악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20여 년 전 독서 문화를 주도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던 종로서적이 2016년 다시 부활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서점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후 14년 만이다. 예전의 그 장소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추억 속 역사적인 명성을 되살려 이름을 보존했다.

젊은 층과 더불어 기성세대 모두에게 익숙한 공간이었던 대형서점. 전자책과 인터넷 서점이 자리한 문화적 변화 속에서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2019년의 서울의 대형서점 3곳을 둘러봤다.

카페, 음식점, 서점의 경계 허문 북카페 스타일, 종로서적

'종로서적'은 천장이 높은 유럽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종로서적'은 천장이 높은 유럽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종로타워 지하, 구 반디엔루니스 자리에서 바톤을 이어받은 종로서적은 종각역 3-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천장이 높은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그 우아한 분위기를 즐기며 주제가 있는 책들 사이를 걷다보니, 다채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언뜻 보면 제법 규모가 큰 북 카페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책을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했다. 서점과 카페, 음식점의 경계가 없는 종로서적은 트렌드에 맞춰 공간을 재해석한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곳곳에 책 읽는 공간이 인상적, 교보문고

지하철 광화문역 출구와 이어져 있는 ‘교보문고’는 책 읽는 공간을 곳곳에 제공한다

지하철 광화문역 출구와 이어져 있는 ‘교보문고’는 책 읽는 공간을 곳곳에 제공한다

19살 아들은 책을 구입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전자책은 뭔가 책 읽는 기분이 안 나고, 인터넷 주문은 며칠을 기다려야 하니, 직접 가서 구입을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다던 녀석다웠다.

리모델링을 통해 식음료 공간을 대거 확보한 교보문고는 지하의 광화문 4번 출구와 연결돼 있다. 교보문고 입구를 통과한 순간, 먼저 보이는 것은 디지털 기기들이었다. 규모가 무척이나 큰 교보문고의 내부는 아기자기한 문구부터, 음식점, 카페까지 다양한 쇼핑거리라 가득했으며, 그 중심에 책이 있었다.

교보문고는 무엇보다 진열장 사이사이 곳곳에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인상적이다.

의류·인테리어소품 매장 입점, 영풍문고

‘영풍문고’ 입구, 지난 12월 의류·인테리어소품 등을 판매하는 ‘무지 영풍종로점’이 서점 내 개장했다

‘영풍문고’ 입구, 지난 12월 의류·인테리어소품 등을 판매하는 ‘무지 영풍종로점’이 서점 내 개장했다

종각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영풍문고는 45만 권의 책을 구비한, 서적이 주력 상품인 서점이다. 입구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를 먼저 만나는데, 벽을 장식한 책과 카페를 이루는 소소한 인테리어만으로도 서점이 주는 아늑한 정서를 한껏 풍긴다.

책들이 가득한 진열장 사이로 한참을 지나니 2019년의 새해 다이어리도 눈에 띈다. 여느 서점과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와 신간 코너가 크게 자리하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단정하고 가지런하게 진열된 옷이나 소품들이 즐비하다.

지난 12월, 서울 영풍문고 종로본점 지하 1~2층에 입점한 무지코리아다. 국내에서 가장 영업면적이 넓다고 하니 그 규모가 일반 매장만 했다.

무지가 서점 안에 매장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영풍문고가 자체적으로 문구와 사무용품을 팔던 자리에 들어섰다. 옆에서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옷을 구경하고, 카페에서 쉬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거다.

대형서점은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식당, 카페, 쇼핑 공간 등을 제공해 나들이로도 제격이다

대형서점은 세련된 분위기와 함께 식당, 카페, 쇼핑 공간 등을 제공해 나들이로도 제격이다

마음이 지친 당신을 위한 처방, 서점으로 가자

1997년 인터넷 서점이 처음 등장하고,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지만, 주말 오후 서울 시내의 대형서점은 어디에나 사람들로 넘쳐났다.

서점은 근사했고, 사람들은 기대할 것이 있는 표정이었다. 독서인들은 안다. 베스트셀러나 아는 작가의 신간, 혹은 서점에서 새롭게 알게 된 작가의 책을 보는 쏠쏠한 재미를 말이다.

예전에는 오래 서서 책을 고르다 배가 고프면 밖으로 나가 음식점을 또 찾아야 했지만, 이젠 아니다. 긴 시간 책을 읽다 힘들면 의자에 앉아 쉬고, 아이쇼핑을 즐기다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즐길 수 있다. 이제 대형서점은 친구나 애인,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기에 최적화 된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아울러, 도서구입비는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에 포함된다. 그간 읽고 싶었던 책을 죄다 구입하며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사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아도 좋다. 2019년의 대형서점은 충분히 낭만적이고 세련됐으며, 실용적이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메마른 정서로 마음이 지친 당신이라면, 집을 나서 서점으로 향해 보자.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서점이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때로 독서는 기발한 위로의 수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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