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에서 열대식물과 따뜻한 겨울나기

시민기자 이선미 시민기자 이선미

Visit153 Date2018.12.27 10:38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온실 풍경. 온실 안 통행로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불편하지 않게 다닐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온실 풍경. 온실 안 통행로는 휠체어와 유모차도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지난 10월 임시개장한 서울식물원을 찾았다. 무채색 겨울의 한복판 식물원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식물문화센터(온실)에 들어서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먼저 반긴다. 트리 맞은편에는 식물 채집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셉 뱅크스 경의 식물탐험대 여정이 소개되어 있다. 그는 1768년 3년 동안 식물탐험에 나서, 새로운 종만 해도 무려 1,300여 종에 이르는 새로운 식물 표본을 채집했다. 뱅크스 경 이후 식물탐험대는 식물 채집에 큰 공헌을 해왔다고 한다. 탐험대가 긴 항해에도 식물들을 무사히 채집해올 수 있게 만든 ‘워디안 케이스’라고 불리는 미니 온실도 조성되어 있다.

체험 프로그램 ‘식물탐험대’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

체험 프로그램 ‘식물탐험대’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들

열대관을 관람하려면 조금 가벼운 차림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열대가 와락 달려든다. 한겨울의 열대라니 참 즐거운 체험이다.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인 열대관에 들어서면 초록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 인공폭포에서는 햇빛이 들어올 때 근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빅토리아 수련이 피어 있는 연못은 이미 연인들의 포토존이다. 온갖 근사한 포즈들이 연못 주변을 달콤하게 만든다. 이 정원에서 놓치면 아쉬운 식물들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보리수가 있고, 아프리카야자와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도 있다. 동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독특한 모양의 아프리카 물병나무도 보인다.

로마의 정원, 정원사의 비밀의 방도 있다

로마의 정원, 정원사의 비밀의 방도 있다

지중해관으로 들어서면 금세 쾌적해진다. 낭만이 넘실거리는 지중해관에는 알함브라 궁전 미니어처 같은 비밀의 정원이 있는가 하면(여긴 자칫하면 지나치기 쉬우므로 잘 찾아봐야 한다), 로마의 휴일에서 갓 돌아온 오드리 햅번이 들어설 것 같은 정원도 있다. ‘정원사의 비밀의 방’은 정원사의 일상을 보여주는 곳으로, 실제로 서울식물원을 조성하는 정원사들의 장화와 장갑과 메모 등이 그득해서 그들의 땀냄새 흙냄새가 자못 감동이다.

마른 나뭇가지와 말린 과일 등으로 만든 트리

마른 나뭇가지와 말린 과일 등으로 만든 트리

지금까지 식물들을 가까이 살펴보았다면 스카이워크를 걸어보자. 숲을 내려다보며 걷는 호젓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2층으로 올라가 프로젝트홀에서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식물, 일상이 되다’, ‘식물, 문화가 되다’라는 슬로건으로 내년 4월 14일까지 이어지는 이 기획전은 서울식물원이 조성되기까지의 과정과 조경과 건축에 담긴 철학 등을 조명한다. 서울식물원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잠시 편안한 의자에 자리 잡고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도 좋겠다.

카페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모종도 구입할 수 있다.

카페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모종도 구입할 수 있다.

지금 식물원은 추위를 잊을 만큼 열기로 가득하다. 아이들과 친구들과 삼삼오오 식물원을 찾은 방문자들은 곳곳에 조성된 트리는 물론이고 여기저기 포진한 조형물들 사이에서 또 한 장의 인생샷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싱그러운 초목 아래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에선 저렴한 가격에 모종 구입도 가능하고, 기프트샵 상품들도 상큼한 매력으로 눈길을 잡아당긴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임시개장 직후부터 ‘식물탐험대’, ‘꼬마정원사’, ‘식물을 통해 떠나는 세계여행’ 등 어린이를 위한 교육이 진행돼 왔고 내년에는 더욱 확충할 계획이다. 성인들을 위한 요가와 자수 등의 강의도 진행된다. 시민들이 좀 더 식물원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식물도서관과 씨앗도서관, 식물연구소 등의 문도 활짝 열려 있다.

식물원 초입부터 시작되는 체리로드

식물원 초입부터 시작되는 체리로드

밖으로 나서면 강바람이 차지만 식물원 주변에는 온기가 돈다. 산책로를 따라 따뜻한 불빛들이 이어진다. 주목나무가 체리빛 조명을 밝힌다. 아모리 갈롱의 로맨틱한 빛의 터널도 연인들의 필수코스다. 마곡나루역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눈처럼 새하얀 조명이 시베리아 들판을 걷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준다. 윈터가든의 조명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눈처럼 새하얀 조명 뒤로 석양이 번지고 있다

눈처럼 새하얀 조명 뒤로 석양이 번지고 있다

식물원은 내년 5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멀리서 온 식물들이 서울에서 터 잡는 첫 겨울이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줄 식물원을 만날 설렘을 핑계로 조만간 다시 찾아와야겠다. 낯선 곳에서 온 식물들의 건투를 빈다.

Creative Commons 저작자 표시 비영리 사용 동일조건변경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