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세요!” 푸드트럭 이어 ‘플라워트럭’이 왔어요!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8.12.26. 11:19

수정일 2018.12.26. 16:19

조회 1,798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플라워트럭' 참여자로 선정된 한 청년이 소외된 이웃에게 꽃을 나눠주기 위해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플라워트럭' 참여자로 선정된 한 청년이 소외된 이웃에게 꽃을 나눠주기 위해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졸업식, 입학식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꽃다발. 사무실을 개업하거나 집들이 선물로 전하는 화분. 장례식장에 늘어 서 있는 근조화환. 꽃은 삶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하지만, 삶이 팍팍해지면서 꽃을 주고받는 일들도 줄어들었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 농가와 취업·창업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청년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생겼다. 푸드트럭을 이은 플라워트럭!

이동식 플라워마켓 ‘플라워트럭’. 현재 DDP 서울크리스마스마켓에서 만날 수 있다.

이동식 플라워마켓 ‘플라워트럭’. 현재 DDP 서울크리스마스마켓에서 만날 수 있다.

플라워트럭의 시작은 2018년 행정안전부 청년일자리 공모사업에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제안한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 창업지원사업’이 선정되면서부터다. 만 18세부터 39세 미만의 미취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참여자를 모집하고, 10팀 20명의 창업자를 꾸렸다. 이들에게는 플라워트럭 1대와 차량 운영비 및 창업 운영비가 지원된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사업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청년들에게 창업과 마케팅 교육을 진행했다. 드디어 12월 22일 DDP에서 플라워트럭의 첫 장사가 시작됐다.

2018년 12월 24일, 20명의 청년창업자들이 도심권50플러스센터로 모였다.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 발대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첫 장사는 시작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취약계층을 위한 꽃나눔 행사로 그들의 시작을 뜻깊게 알렸다. 발대식이 진행된 장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넓은 공원이 아니라 서울시 종로구의 좁은 골목에 위치한 도심권50플러스센터. 발대식 이후 근처 쪽방촌 이웃에 꽃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발대식은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님의 인사말과 축하 화환 전달식에 이어 청년들이 앞으로의 각오를 다짐했다. 케이크 커팅식을 끝으로 발대식은 마무리되었다.

플라워트럭 청년들이 쪽방촌을 찾아 꽃과 쌀 등을 나누었다

플라워트럭 청년들이 쪽방촌을 찾아 꽃과 쌀 등을 나누었다

발대식이 끝나자마자 산타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청년 창업자들. 산타로 변신한 창업자들은 밖으로 나와 쪽방촌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꽃병소화기, 쌀과 떡 등을 운반했다.

한 손에 꽃병소화기를 들고 한 손에는 떡을 든 청년창업자들을 따라 쪽방촌으로 향했다.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몇 발짝 가지 않았는데 비좁은 골목에 한 칸짜리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극장가와 인사동 등 번화가 주위에 이런 골목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질 않아 한 사람 한 사람씩 돌아가며 전달해야 했다. 2층과 3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작은 공간이 3층짜리 건물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오르고 내릴 수 없을 것 같은 비좁고 가파른 계단을 어르신들이 매일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평소에는 꽃병으로, 화재 시에는 소화기로 사용할 수 있는 꽃병 소화기

평소에는 꽃병으로, 화재 시에는 소화기로 사용할 수 있는 꽃병 소화기

추운 날씨 고생스러울 법도 한데 웃는 얼굴로 진짜 산타가 된 양 어르신들에게 꽃병소화기 사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꽃병소화기는 삼성화재에서 협찬해준 것으로 평소에는 꽃병으로 쓰다가 불이 나면 던져서 초기 진화할 수 있는 투척식 액체 소화용구이다. 불이 난 곳을 향해 꽃병소화기를 던지면 소화액이 터져 나와 급속 냉각반응을 일으켜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끄게 된다.

“꽃을 사는 데 어느 순간부터 소득 격차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꽃을 즐기고 나눌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오늘 저희가 나눠드린 꽃이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도시청년 이동식 플라워마켓 사업도 빨리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원생활문화연구소 이상민 팀장의 소감이다.

앞으로 대학로, 밤도깨비야시장 등에서도 플라워트럭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학로, 밤도깨비야시장 등에서도 플라워트럭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크리스마스마켓에서 31일까지 플라워트럭을 만날 수 있다. 새해에는 졸업과 입학 시즌에 맞춰 대학가 일대에서도 운영될 예정이다. 향후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푸드트럭과 함께 정기적으로 만나볼 수도 있다. 분홍빛 예쁜 트럭에서 꽃을 파는 청년들이 있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자. 예쁜 꽃 한 송이가 화훼농장과 청년창업자들에게 꿈과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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