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운 날, 익선동 골목을 걷다

시민기자 문청야

발행일 2018.12.18. 15:56

수정일 2018.12.18. 17:01

조회 4,062

나풀나풀 우산이 걸려있는 카페거리

나풀나풀 우산이 걸려있는 카페거리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어울리는 곳을 생각하다 떠오른 곳이 익선동이었다. 종로 3가 6번 출구로 나와 골목으로 들어서니 바로 익선동 먹자골목이었다. 무술년도 10여일 남기고 있다. 이래저래 모임이 많은 시기이다. 어슴푸레한 저녁시간, 사람들은 고기집이 몰려있는 허름한 가게로 하나 둘 들어서고 있었다.

빌딩 숲 사이에 꼭꼭 숨어있는 도시형 한옥 주거단지 익선동은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작은 동네이다. 익선동은 1920년대 초에 만들어진 삶의 터전이다. ‘예전보다 더 좋은’이란 뜻을 지닌 이곳은 낡고 허름하지만 고즈넉한 멋이 담겨있다. 한옥의 전통적 특성을 살리고, 생활공간을 보다 편리하게 재구성해 만든 서민 주택단지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로 유명하다. 한발 들어서면 좁은 골목 사이로 작은 한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사이사이 예쁜 가게들이 익선동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낡고 허름하지만 고즈넉한 맛이 있는 익선동 골목길

낡고 허름하지만 고즈넉한 맛이 있는 익선동 골목길

도심 속에 자리 잡은 키 작은 한옥 너머로 높은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삶의 향기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겨진 익선동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은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들로 낮보다 밤에 그 운치가 더했다. 나풀나풀 우산이 걸려있는 카페거리는 구경 나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추운 날 찾아도 포근함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성 넘치는 상점이 많이 들어서면서 요즘 익선동에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익선동 골목에는 조그맣게 달아놓은 소품들도 멋스럽다

익선동 골목에는 조그맣게 달아놓은 소품들도 멋스럽다

익선동 골목을 걷다보면 향수에 젖어들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 속 세트를 재현한 듯 옛 풍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대부분 한옥의 틀을 그대로 살려 아날로그 감성을 끄집어내는 다양한 풍경들이 모여 있다. 이곳 사람들은 예술이 몸에 밴 사람들 같았다.

조그맣게 달아놓은 소품들도 멋스러워 사진으로 담아왔다. 오래된 한옥은 리모델링하여 문화공간과 카페, 식당, 옷가게 등으로 바뀌고 있었다. 과거를 지키되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특별한 익선동을 만들어가는 듯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예쁜 카페와 운치 있는 식당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왠지 끌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예쁜 카페와 운치 있는 식당들이 화려하진 않지만, 왠지 끌렸다

꽃향기도 강한 것보다는 은은한 것이 더 오래 여운이 남는 것처럼 익선동이 그랬다. 거리는 짧지만 작은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예쁜 카페랑 가게랑 운치 있는 식당들이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왠지 끌렸다. 익선동에는 작은 동네 규모만큼 작은 가게들도 즐비하다.

미로처럼 이어져있는 골목길을 몇 바퀴를 돌며 구경을 해도 누구하나 물건을 사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미로처럼 이어져있는 골목길을 몇 바퀴를 돌며 구경을 해도 누구하나 물건을 사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보통 명소들이 그렇듯 대개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갈만한 곳들이지만, 잘 찾아보면 혼자 가도 좋을, 혼자라서 더 좋은 소박한 밥집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저녁을 먹으러 칼만두 집에 가서 혼자 왔다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더니 문 앞에 1인석이 따로 있어서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익선동이 왜 핫플레이스인지 알 것 같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적절히 어우러져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익선동이 왜 핫플레이스인지 알 것 같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적절히 어우러져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이 보이는가 하면 옛것의 소중함도 찾을 수 있는 마을이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다보면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예쁘게 놓여 있는 가게들이 손짓한다. 미로처럼 이어져있는 골목길을 몇 바퀴를 돌며 구경을 해도 누구하나 물건을 사라고 재촉하거나, 눈치주지 않는다.

한옥의 벽을 허물고 오픈 창을 달고 문을 달아 옷가게로 변신한 곳은 드레스에 복고풍 모자까지 있고, 꽃과 우산으로 장식해 사진 찍는 명소로 만든 카페도 있다. 요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괜스레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날이나 지극히 서민적인 아날로그가 그리운 날, 익선동을 걸어보자

괜스레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날이나 지극히 서민적인 아날로그가 그리운 날, 익선동을 걸어보자

괜스레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날이나 지극히 서민적인 아날로그가 그리운 날이면 숨어있는 낭만을 찾아 익선동을 걸어보자. 세월의 때가 묻은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함께 만나보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포근하고 독특한 매력이 감성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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