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돌아온 덕수궁 돌담길 직접 걸어보니…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373 Date2018.12.11 13:35

이번에 연결한 덕수궁 돌담길은 세종대로에서 영국대사관으로 향해 난 왼쪽 난간을 따라가면 끝 부분에 출입문이 나온다.

이번에 연결한 덕수궁 돌담길은 세종대로에서 영국대사관으로 향해 난 왼쪽 난간을 따라가면 끝 부분에 출입문이 나온다.

매섭게 추웠던 7일 오전, 대한성공회 뒷마당에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문화재청장, 서울시장, 주한영국·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덕수궁 돌담길 연결 기념행사’가 열렸다. 1959년부터 지금까지 영국대사관 정‧후문에서 길이 막혀 되돌아가야만 했던 ’덕수궁 돌담길‘이 더 이상 막힘없이 산책할 수 있는 길이 되었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그날, 기자는 전 구간 막힘없이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 1,100m를 직접 걸어보았다.

이번에 완전하게 개방한 덕수궁 돌담길 모습, 덕수궁 뒤뜰 담장을 따라 난간을 설치하고 매트를 깔아 70m의 돌담길을 조성했다

이번에 완전하게 개방한 덕수궁 돌담길 모습, 덕수궁 뒤뜰 담장을 따라 난간을 설치하고 매트를 깔아 70m의 돌담길을 조성했다

지하철 시청역 3번 출구를 나와 시청과 마주하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을 향했다. 주한영국대사관 정문을 향해 몇 걸음 들어가니 왼편 덕수궁 담장에 작은 출입문이 있었다. 1959년부터 영국대사관의 점유로 일반인의 통행이 불가능했던 대사관 정문에서부터 후문에 이르는 70m 구간이다. 그 동안 단절되었던 이 구간에 새 보행로를 조성하여 개방한 것이다. 덕수궁과 영국대사관이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맞닿아 있어 덕수궁 안(뒤뜰)으로 길을 이어 완성했다.

덕수궁 돌담길 연결구간(☞ 이미지 클릭 크게보기)

덕수궁 돌담길 연결구간(☞ 이미지 클릭 크게보기)

길바닥에는 매트를 깔고 나무 데크를 설치하여 경사도를 조정했으며 평평한 곳은 흙 포장길로 완성했다. 또한 덕수궁 관람객과 돌담길 탐방객의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목재 난간을 설치했다.

“노인들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게 잘 만들었네요” 개방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는 시민들도 덕수궁 돌담길 완전 개방을 반겼다. 고궁의 담장 기와 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두터운 겨울 채비를 했고, 오랜 역사를 증언이라도 하는 듯 회나무 고목들이 줄을 서있다. 인증샷 찍기에 바쁜 시민들은 새 봄을 기대하는 눈치이다.

지난 7일 개방한 덕수궁 돌담길의 마지막 70미터 구간, 영국대사관과 덕수궁을 나누는 담장을 따라 덕수궁 안쪽으로 새로 길을 만들었다.

지난 7일 개방한 덕수궁 돌담길의 마지막 70미터 구간, 영국대사관과 덕수궁을 나누는 담장을 따라 덕수궁 안쪽으로 새로 길을 만들었다.

이날 개방한 70m 돌담길은 영국대사관 정문에서 덕수궁으로 들어가서 대사관 후문 출입문을 통해 덕수궁 담장 밖 돌담길과 연결된다. 후문 쪽 돌담길 100m는 지난 해 8월에 연결되었다.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을 연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4년 전부터 영국대사관 및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지난 해 영국대사관 후문에서 직원숙소 앞까지 100m 구간을 먼저 개방하였다. 고풍스런 이 골목길에는 쉼터용 의자가 설치되었고, 때마침 골목길을 따라 ‘덕수궁 돌담길 파노라마 사진전’이 시작되었다. 덕수궁 돌담길과 정동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노라면 어느새 60여 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선물 받는다.

덕수궁 돌담길 완전 개방을 기념하여 '덕수궁 돌담길 파노라마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덕수궁 돌담길 완전 개방을 기념하여 ‘덕수궁 돌담길 파노라마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단계 개방 구간을 벗어나니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하비브하우스, (구)미국공사관, 덕수궁 후문(평성문)으로 이어지는 넓은 돌담길이 내려다보인다. 밀어를 속삭이며 데이트를 즐기던 수많은 연인들이 되돌아갔을 막힌 돌담길이다.

돌담길에서 만나는 덕수궁 후문 평성문(우측)과 미국 하비브하우스(좌측). 대한제국 시절 정동은 외교활동의 주 무대였다.

돌담길에서 만나는 덕수궁 후문 평성문(우측)과 미국 하비브하우스(좌측). 대한제국 시절 정동은 외교활동의 주 무대였다.

내리막 돌담길을 지나면 정동로타리 부근에 이환권 작가의 작품 ‘장독대’가 눈길을 끈다. 눈 덮인 장독대에 놓인 항아리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던 가족과 옛 고향집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조각 작품이다. 3대가 함께 사는 납작한 작품에서 시골집 아랫목 같은 온기가 피어난다. 장독대에서 ‘대한문’을 지나 세종대로 성공회주교좌성당 입구에 다다르면 1,100m 덕수궁 돌담길 전 구간 산책은 끝이 난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이환권 작가의 작품 '장독대'을 만날 수 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이환권 작가의 작품 ‘장독대’을 만날 수 있다.

오래 기다렸다. 이날 70m 개방으로 덕수궁 돌담길은 막다른 골목길이 없는 완전체가 되었다. 막힘이 없으니 과거처럼 걷다가 되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겨울의 초입이라 조금은 한적하다.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조용한 산책길을 찾고 있다면 전 구간이 연결된 ‘덕수궁 돌담길’을 추천한다. “그 옛날 덕수궁 담 뒤의 영성문 고개를 사랑의 언덕길이라고 일러왔다. 남의 이목을 꺼리는 젊은 남녀들이 사랑을 속삭였다.”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에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시간 덕수궁 돌담길이 ‘이별하는 길’이었다면 이제는 소설처럼 ‘사랑을 속삭이는 길’로 사랑 받길 기대해본다.

문의 : 다산콜센터 120

덕수궁 돌담길 모습, 고즈넉하여 과거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이 난 길이다.

덕수궁 돌담길 모습, 고즈넉하여 과거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이 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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