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사색하기 좋은 무악동, 가볼 만한 3곳 추천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8.12.12. 16:23

수정일 2018.12.12. 17:51

조회 3,565

인왕산 자락의 성곽마을 무악동, 선바위

인왕산 자락의 성곽마을 무악동, 선바위

대설을 지나니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따스한 정이 오가는 고향 마을이 생각난다. 서울에도 아직 이런 마을이 있을까, 옛 정취가 남아있는 곳을 찾는다면 한양도성 주변 성곽마을을 추천한다. 장수마을, 북정마을, 부암동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왕산 자락의 성곽마을 ‘무악동’은 그러하지 못하다.

특히 무악동은 생각을 깊게 하는 볼거리들이 모여 있는 특별한 성곽마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12월, 스스로의 내면을 성찰하며 사색하기 좋은 마을이라 기자가 찾아 나섰다.

인왕산 안내도

인왕산 안내도

‘무악동(毋岳洞, Muak-dong)’은 1975년 10월 1일은 서대문구 현저동 일부가 종로구로 이관되어 생겨난 동이다. 홍제동으로 넘어가는 무악재(무악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온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할 때 무학대사(無學大師)와 함께 답사하여 ‘무학재’라 불리던 것이 변했다는 설과 험준한 고개를 넘을 때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여러 사람을 모아’ 넘어가곤 했다하여 ‘모아재’라 불리던 것이 무악재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무악동은 한양도성을 베게 삼아 인왕산 남서쪽에 누워있는 종로구의 작은 마을이다. 최근까지도 ‘달동네’라 불리던 곳이었으나 재개발되어 독립문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하고 있는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 과거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의 ‘옥바라지골목’이 있던 마을로도 유명하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2번 출구를 나와 마을길을 따라 올라간다. 겸재의 ‘인왕제색도’가 풍기는 정겨움이 느껴진다. 탐방에서 얻은 무악동의 특별한 볼거리를 소개한다.

‘인왕사’ 입구

‘인왕사’ 입구

① 호국도량 ‘인왕사(仁王寺)’

인왕산 성곽을 바라보며 10여분 올라가니 ‘인왕사(仁王寺)’ 입구가 나타났다. 홍살문 형태의 ‘仁王山仁王寺(인왕산인왕사)’라는 문을 통과하니 크고 작은 암자들이 촘촘하다.

경복궁을 수호하는 호국도량(護國道場)으로서 태조 이성계가 인왕사를 창건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소실된 것을 일제강점기에 하나씩 중창된다. 1912년 선암정사(현 본원정사)를 시작으로 대원암, 안일암, 극락전, 치성당 등 1930년경까지 10여 개의 암자가 차례로 건축된다. 이곳의 여러 암자를 통칭하여 ‘인왕사’라 부르며, 1942년에 봉은사(奉恩寺)의 말사로 등록된다. 일제강점기 애국지사의 은신처와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당한 사람들의 명복을 비는 특별한 사찰로서, 암울했던 한국근대사를 펼쳐보는 듯 한권의 현장 역사책 같았다.

국사당

국사당

② 일제 강압으로 남산에서 옮겨온 ‘국사당(國師堂)’

인왕사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맨 위에 ‘국사당(國師堂)’이 있다. 국사당은 조선 태조 4년(1395) 목멱산(남산)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봉하여 ‘호국의 신’으로 삼고 왕실에서 제사를 모셨던 ‘목멱신사(木覓神祠)’의 다른 이름이다.

원래 남산 팔각정 부근에 있었으나 일제가 남산에 조선신궁을 세우면서 ‘신궁보다 높은 곳에 국사당을 둘 수 없다’며 강압하여 1925년 이곳으로 이전하게 된다. 당시 국사당을 그대로 옮겨 지은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중요민속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었다.

‘국사당(國師堂)’에는 태조·무학대사·최영 장군 등 여러 무신(巫神)을 모시고 있다. 무신을 따르는 당시 무속인들이 국사당을 따라 하나둘 굿당을 옮겨오면서 서울 최대 토속신앙 중심이 되었고, 지금도 무속신앙의 맥을 잇는 굿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 태조와 강씨부인, 무학대사 등 국사당의 무신도(巫神圖)는 중요민속자료 제17호로 지정되어 있다.

남산 팔각정 옆에 위치한 ‘국사당 터’ 표지석

남산 팔각정 옆에 위치한 ‘국사당 터’ 표지석

③ 장안의 으뜸 기도처 ‘선바위(禪巖,선암)’

국사당 위쪽 계단을 올라가면 해괴한 형태의 거대한 바위가 내려보고 있다. 크고 작은 구멍이 박힌 거무스름한 바위, 높이 6.7m 넓이 7m의 우뚝 선 바위 위에는 이따금 비둘기 떼가 선회 비행을 하고 앞마당 기도터에는 눈을 감은 사람들이 간절히 치성을 드린다. 신통력이 뿜어나는 것 같다.

해괴한 모양의 거대한 바위, 선바위 기도처

해괴한 모양의 거대한 바위, 선바위 기도처

예부터 자식을 바라는 아낙들 사이에서는 영험한 기도처(祈子岩, 기자암)로 장안에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선바위를 ‘기자암(祈子岩)’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삼 입고 기도하는 모습을 닮아 ‘선바위(禪巖,선암)’라 하였으며, 현재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제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인왕곡성 인근 바위틈과 약수터 등에는 기도의 흔적이 많다

인왕곡성 인근 바위틈과 약수터 등에는 기도의 흔적이 많다

인왕곡성 인근 바위틈과 약수터 등에는 향, 양초 등 기도의 흔적들이 많다. ‘해골바위’도 대표적인 기도 장소의 하나이다.

또한 뒷산 무악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풍경은 파노라마가 된다. 서대문형무소 독립공원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고개를 들면 제2롯데, 남산타워, 관악산이 품 안에 안긴다. 호국도량 인왕사, 왕실 주관 제사를 지내던 국사당과 장안의 서민들이 치성을 드리는 선바위 등 토속신앙의 메카로서 전통을 이어온 무악동이다.

뒷산 무악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풍경은 파노라마가 된다

뒷산 무악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도심풍경은 파노라마가 된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저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곤 한다. 이럴 때 무악동 나들이를 통해 자신을 성찰해보고 2019년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좋지 않을까. 종교가 무엇이든 선바위에서 치성을 드리면 소원이 이루어 질 것 같았다. 기자의 무악동 나들이는 묘한 울림을 선물 받은 특별한 탐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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