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멈춘 시간’과 현재 ‘흐르는 시간’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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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492 Date2018.12.06 15:38

종로에 문을 연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종로에 문을 연 공평도시유적전시관

호호의 유쾌한 여행 (118)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종로’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징처럼 떠오르던 좁은 골목길이 생각나는데요. 서울 시내의 중심가이긴 하지만 오래된 건물이 더 인상적인 대로와 그 사잇길을 통하면 작은 골목 안 더 오래된 건물 안에 수많은 음식점과 찻집, 주점 그리고 삶의 흔적들이 있었던 골목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오랜 삶의 흔적들이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많이 사라져버릴 때는 너무도 아쉬웠는데요.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전시관이 종로에 드디어 생겼습니다. 최근 종로의 과거를 담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선시대 종로의 위를 바로 걷게 된다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선시대 종로의 위를 바로 걷게 된다

문화재를 가능한 온전하게 원위치에 보전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문화재를 가능한 온전하게 원위치에 보전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조계사 맞은편 인사동 가기 전 공평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근데 경성에 이르는 600여년이 역사를 가진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가 온전하게 발굴되었고 서울시에서 이를 보존하기 위한 전시관을 조성하였습니다.

사실 언론 등에 소개된 내용을 볼 때는 큰 기대감이 없었는데 실제 전시관은 기대 이상 크고 많은 이야기와 볼거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길어야 30분이면 다 보고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리더군요. 사진 찍느라 좀 더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약 1시간 30분 가량 머물면서 공기처럼 그냥 지나다녀온 서울의 중심부 종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만든 곳이었습니다.

16-17세기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굴된 당시 가옥과 골목 구조를 볼 수 있다

16-17세기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굴된 당시 가옥과 골목 구조를 볼 수 있다

사실 발견된 돌무더기들을 가지런히 배치한 게 전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돌들이 만들어내는 그림과 여백들이 상상력을 일깨움입니다. 전시관 내에서 상영되는 VR 영상처럼 전시관 내부를 돌아보는 동안 저 또한 어느덧 조선과 현대를 오가며 종로의 뒷골목을 탐방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평동 일대는 도심재개발지구로 1978년 지정되었고 2014~15년 시행에 앞서 문화재 발굴조사가 먼저 이뤄졌는데요. 조사결과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4개의 시대별 문화층에서 건물지와 도로 등에 관한 유구와 유물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중 유구 상태가 가장 온천히 남아있는 네 번째 문화층(16-17세기) 유구를 전시관 내부로 이전하여 복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무엇보다 환경정비사업 현장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최대한 원위치 전면 보존한다는 ‘공평동 룰’을 적용한 첫 사례로 꼽힙니다. 앞으로 역사도시로서 서울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도시정책의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발굴된 문화재 위를 투명한 강화 유리 위를 걸어 돌아볼 수 있게 해 생생한 감동을 준다

발굴된 문화재 위를 투명한 강화 유리 위를 걸어 돌아볼 수 있게 해 생생한 감동을 준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발굴된 문화재 위를 직접 걸어서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치 하늘에 떠 있듯이 투명한 유리막 아래 문화재 발굴 흔적들이 펼쳐져 놀랐습니다. 마치 공중에 떠 있듯 강화유리 위를 걸으며 흔적들을 쫓아갑니다.

조선시대 종로의 골목을 짐작케 하는 흔적들

조선시대 종로의 골목을 짐작케 하는 흔적들

직접 문화재 위에 서 보게 되면서 당시의 시대를 걷는 듯한 생생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훨씬 문화재에 집중하기 쉬웠습니다. 해설 프로그램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곳곳에 쉽게 설명해놓은 안내문 덕에 이해가 그리 어렵지 만은 않았습니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당시 종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당시 종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공평동의 유적인 견평방에 속합니다. 견평방은 조선시대 최고의 번화가이자 시전의 중심지였습니다. 왕실 가족의 사가와 궁가 또한 다수 자리하던 곳입니다. 이곳에는 의금부(사법기관)와 전의감(의료와 약재를 관장하던 기관) 등의 관청이 있었습니다.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어울렸던 곳으로 전시관에서 보여주는 전동 큰 집, 골목길 ㅁ자집, 이문안길 작은 집, 전동 골목길 등의 흔적과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 등은 이러한 종로의 과거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발굴 당시 발견된 유물들은 당시 종로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발굴 당시 발견된 유물들은 당시 종로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함께 종로의 과거로 떠나는 VR 영상 자료

함께 종로의 과거로 떠나는 VR 영상 자료

공평동 시전거리의 사람들을 소개할 때는 청각자료를, 조선시대 집을 소개하는 코너와 종로에 대한 개요를 소개하는 부분에선 영상 자료를 활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 주사거배는 당시 선술집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종로 뒷골목 풍경 중의 하나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그림 주사거배는 당시 선술집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종로 뒷골목 풍경 중의 하나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종로가 조금은 더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쉬워 주변을 보니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건물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시관 앞에 위치한 동헌필방(좌)과 농협 종로금융센터(우) 건물은 서울미래유산으로 현대 진행되고 있는 종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관 앞에 위치한 동헌필방(좌)과 농협 종로금융센터(우) 건물은 서울미래유산으로 현대 진행되고 있는 종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관에서 조계사로 이어지는 길 우정국로에는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건물과 상점들이 하나둘 보입니다. 일제강점기 3대 언론사로 꼽히던 조선중앙일보사옥으로사용되던농협의종로금융센터건물, 1966년 개업하여 같은 장소에서 문구점(필방)을 운영하는 동헌필방 등이 보입니다.

종로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계속됩니다.

■ 여행정보
○ 공평도시유적전시관 :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
– 가는법 :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 도보 2분.
– 운영시간 : 09:00-18:00(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 724 0135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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