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입장에서 '제로페이 서울'이 반가운 이유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8.11.30. 17:02

수정일 2019.12.02. 13:13

조회 4,859

제로페이 BI

제로페이 BI

함께 서울 착한 경제 (113) 첨단기술과 금융서비스의 착한 만남 '제로페이 서울'​​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백화점이나 식당은 물론, 길거리 노점에서도 휴대폰으로 결제하고, 송금이나 각종 금융거래, 환전, 주식이나 펀드 및 금융 투자, 신용관리나 자산 관리, 대출까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렇듯 금융산업에 핀테크(Finance+Technology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열풍을 불러왔다. 덴마크 인구의 60% 이상이 이용한다는 모바일페이 Dankort, 스웨덴의 Swish, 중국의 QR 간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인도의 PayTM, 케냐와 남아공의 엠페사 같은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런데 간편결제 시스템이 서울에선 카드 수수료 문제 해결사로 나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되었던 카드 수수료를 0%대로 낮춘 것. 소상공인들도 소비자도 함께 웃는 착한 결제 시스템 ‘제로페이 서울(이하 제로페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현금, 카드, 지갑도 필요 없다? 간편하게 소상공인 부담 덜어주는 착한 결제 ‘제로페이 서울’​

알리페이 라운지의 알리페이 QR코드

알리페이 라운지의 알리페이 QR코드

‘제로페이’는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와 정부, 은행, 민간 간편 결제 사업자가 함께 협력해 도입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다. ​토스나 페이코, 네이버페이, SSG페이, 인스타페이, 머니트리, 하나멤버스, 18개 시중 은행 등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스마트폰 간편결제 앱을 이용하면 되는데, 계산대에 있는 QR코드를 찍은 후 금액을 입력하면 결제된다.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방식이라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명동 상점에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명동 상점에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곳이 많다

이와 같은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에선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면세점이나 백화점은 물론, 웬만한 상점 입구엔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실제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10월 1∼7일) 전 세계 주요 상권 중 알리페이 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이 바로 서울 명동이었다. 2위인 홍콩 몽콕, 3위인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보다 결제액과 결제 건수 모두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국인 관광객 1인당 명동에서만 평균 56만 원 정도 사용했다고 한다.

제로페이는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QR코드로 인식해 결제하는 모양새는 같지만, 위 · 변조 및 해킹에 대비한 ​보안 기능을 높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모바일 간편 결제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것이다. 번거롭게 지갑을 열어 현금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다. 결제 방식 또한 공인인증서나 OTP와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다. 포스나 카드 단말기도 필요 없다.

또 다른 장점은 수수료 발생 요인을 낮췄다는 것. 기존의 카드 결제 방식과 달리 카드사, 밴사, 전자지급결제대행사 등 중간 업체를 거치지 않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은행 계좌로 돈을 주고받는 앱투앱결제 방식이라 수수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

1명동에 있는 알리페이 라운지

1명동에 있는 알리페이 라운지

실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의 수수료는 0.5%, 0.6%선. 서울페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이마저도 낮췄다. 연 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들에겐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8억 원 이상은 0.3, 12억 원 초과 업소는 0.5%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현재 국내 카드 결제 수수료는 0.8~2.3%선이다). 서울 시내 카드 가맹업체 90% 이상이 연매출 8억 원 이하 영세업체인 만큼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결제를 바꾸니 세상이 바뀌네? 핀테크 혁신의 시작 모바일 간편 결제​

이처럼 간편하게 수수료 부담을 낮췄다는 건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가져온 작은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동안 대형 금융기관이 독점해온 금융산업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의 기업 가치는 1,500억 달러 수준으로, 150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멀찍이 따돌리고 글로벌 금융계 거물이 됐다(골드만 삭스의 기업 가치는 990억 달러다).

하지만 한국의 핀테크 기업 성적은 초라하다.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이름을 올린 곳은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28위), 데일리금융그룹(74위) 단 두 곳뿐이다. 반면 중국 기업은 앤트파이낸셜(1위), 징동 파이낸스(2위), 두샤오만 금융(4위)를 비롯해 11곳에 이른다.

까다로운 금융 규제 탓도 있지만, 진입 장벽 자체가 워낙 높아 국내에는 혁신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들어설 틈이 없다. 금융 정보와 데이터 공유를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는데, 신생기업들에겐 접근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제로페이는 신생 핀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R 결제 코드 표준을 개발하고, QR 결제 코드판과 안내문, 가맹점 스티커를 제작 배포하는 등 기본 인프라를 서울시와 관련 기관이 구축한 덕이다. 무엇보다 신생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 모집과 홍보 부담을 덜어준 것도 의미가 크다.

​해외 유명 핀테크 기업 대부분은 간편 결제 서비스에서 시작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P2P대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제로페이를 발판으로 도약할 새로운 핀테크 기업들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명동의 한 상점 계산대에 있는 알리페이 QR코드판

명동의 한 상점 계산대에 있는 알리페이 QR코드판

소비자 입장에서 제로페이 서울이 반가운 건, 각각의 간편결제 사업자별 QR결제 코드판을 찾아 결제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는 것이다. 기존의 알리페이, 위챗페이, 카카오페이 등을 사용하려면, 각각 알리페이 QR코드​나 위챗페이 QR코드​, 카카오페이 QR코드를 찾아 결제해야 한다.

반면 제로페이 QR코드 하나만 있으면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18개 은행과 10개 민간 간편 결제 사업자 앱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과 민간 전문가가 함께 QR 결제 표준을 개발해, 소비자가 어떤 간편결제 앱을 이용하든 호환될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다면 오는 12월 17일부터 서울에서 시범 운영되는 제로페이를 적극 이용해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세계적인 핀테크 기업을 꿈꾸며 도전하는 전자금융 벤처 기업들의 간편결제 앱을 이용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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