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더라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서울식물원을 다녀오다

시민기자단

발행일 2018.10.17. 17:00

수정일 2018.11.13. 13:12

조회 1,414

서울식물원 온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곡 풍경

서울식물원 온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곡 풍경

‘식물, 문화가 되다’라는 주제를 내건 서울식물원이 10월 11일 임시개장을 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주거지 인근에 자리 잡은 식물원은 어떤 풍경일까? 심지어 면적이 50만 4,000㎡로 여의도공원 면적의 2.2배에 달한다니 그 풍경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마곡나루역에 인접한 이곳은 입지부터 독특했다. 마곡나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최초로 물과 뭍이 만나는 곳에 조성된 식물원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배수펌프장이었던 이곳엔 1928년에 지어진 일본식 목조건물이 남아있다. 등록문화재 제363호인 이 건물은 현재 마곡지역의 역사와 농업자료를 전시하는 마곡문화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식물원 입구 안내 표지(좌), 옛 배수펌프장이었던 마곡문화관(우)

서울식물원 입구 안내 표지(좌), 옛 배수펌프장이었던 마곡문화관(우)

서울식물원은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식물문화와 생물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미래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곳이다. 식물을 전시하고 교육하는 식물원과 시민이 일상 속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공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보타닉 공원, 즉 공원 속 식물원이다. 국내외 기관과의 교환 및 증식을 통해 식물 8,000종 이상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식물, 문화가 되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교육, 연구, 보전을 통해 시민과 함께 가꾸고 성장하는 모두의 식물원이기도 하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울식물원에 올 경우,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가 연결되는 마곡나루역 3번 출구를 이용하면 좋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서울식물원 방문자센터가 보이고, 이어 진입광장, 잔디마당, 숲문화원을 지나, 주제원, 주제정원, 온실, 마곡문화관으로 이어지며 두루두루 구경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의 메인 공간인 식물문화센터(온실)과 주제정원, 식물도서관을 중심으로 둘러보려면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를 이용하는 것이 다 가깝다. 버스 또한 간선·지선·마을·광역 버스 등 다양한 버스가 서울식물원을 지나가니 이를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주차시설은 협소하니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관람객이 몰리는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권한다.

열린숲 잔디마당 전경

열린숲 잔디마당 전경

서울식물원은 크게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문자센터를 지나 광장에 들어서면 열린숲, 그 한가운데 넓은 잔디마당이 있다. 축제와 사계절 다양한 이벤트가 끊이지 않을 이곳을 지나면 주제원이 나온다.

주제원은 야외 주제정원과 세계 12개 도시 식물을 전시한 온실 및 교육문화 공간인 식물문화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참억새, 실새풀 등 벼과식물이 만들어내는 이국적 정취가 멋스러운 ‘바람의 정원’, 한 때 흔했지만 이제는 잊혀져간 식물을 통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추억의 정원’,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통해 사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오늘의 정원’, 한국의 전통정원이 지닌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사색의 정원, 약용식물과 허브식물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주는 ‘치유의 정원’을 비롯하여 ‘숲 정원’, ‘정원사의 정원’, ‘초대의 정원’ 등 다양한 주제에 맞는 식물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온실 전경

온실 전경

지표면을 제외한 사방이 투명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온실은 서울식물원의 상징이었다. 온실은 직경 100m, 아파트 8층 높이(최고 28m), 7,555m2 규모로 오목한 그릇 모양을 하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김찬중 건국대교수의 작품으로, 천장이 꽃잎 모양을 띈 독특한 건축양식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붕은 유리보다 빛 투과율이 우수한 ETFE(특수 비닐)을 적용했다고 한다. 온실의 공기 투과율을 제어하는 이 비닐 필름은 두 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자동 센서가 필름 사이의 일정압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정삼각형 모양의 창문은 3,000여 장인데 크기가 같아 보여도 다 제각각이라고 한다. 얼마만큼 다른 지 살펴보는 것도 작은 재미였다.

꽃잎 모양의 온실 지붕(좌), 삼각형 모양의 온실 옆면 유리(우)

꽃잎 모양의 온실 지붕(좌), 삼각형 모양의 온실 옆면 유리(우)

온실 안에는 온대 기후대인 우리나라에선 구경할 수 없는 열대 및 지중해 식물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식물들은 우리나라와 위도와 경도가 일치하고 물과 뭍이 만나는 12개 국가의 도시를 선정해서 가져왔다고 한다.

온실 내 스카이워크를 걷는 시민기자들

온실 내 스카이워크를 걷는 시민기자들

해외에서 온 식물들은 잎과 꽃이 없는 상태로 상자에 들어와서 이곳에 이식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울창하게 자라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느리더라도 식물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온실 위에는 전망대가 있다. 마곡주거단지와 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북한산도 조망할 수 있고 식물원에 생명수가 될 넉넉한 한강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니 온실 지붕은 예쁜 꽃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파손의 위험과 보안상의 문제로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호수원 수변다리 풍경

호수원 수변다리 풍경

주제원을 지나 호수원쪽으로 들어서면 수변가로가 나온다. 수변가로 물놀이터에서 사색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수변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물 위를 걸으며 사색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물가쉼터 및 물가 가로수길에서 보는 호수원은 서울식물원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코스모스와 어우러진 투명하게 푸ㅎ른 하늘을 서울 식물원의 숨은 비경이기도 했다.

마곡나루역 서울식물원 출구

마곡나루역 서울식물원 출구

마곡나루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방문자센터

마곡나루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방문자센터

서울식물원이 있는 마곡에는 다른 볼거리도 많다. 9월 29일 개통한 마곡나루역사 지하 1층에는 ‘썬큰 광장’이라는 공연 공간이 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공간을 계단형 의자로 만들어 관람석이 되도록 했다.

마곡나루역 썬큰 광장

마곡나루역 썬큰 광장

또 하나 마곡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R&D산업단지다. LG 사이언스파크와 다른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선 이곳은 기업의 연구개발 핵심 역할을 하는 과학도시로 개발되고 있으며, 연구인력들이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다. 기업들은 조경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수변공간이 아름다운 서울식물원과의 상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 외 강서세무서, 강서구청, 강서경찰서,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관공서 이전이 예정되어 있고, 이화여자대학교부속병원과 백화점, 호텔 등 각종 편의시설과 업무용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니 서울 개발의 한 축 안에 서울식물원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서울식물원은 화장실도 독특하다. 세포 모양으로 디자인했다(좌), 다양한 티문화를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우)

서울식물원은 화장실도 독특하다. 세포 모양으로 디자인했다(좌), 다양한 티문화를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우)

서울식물원이 임시 개방에 즈음하여 다양한 문화 행사도 이어진다. 10월 25일과 26일에는 국내·외 식물 전문가와 시민이 한 자리에 모여 서울식물원의 역할과 운영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제3회 서울 식물원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전 세계 식물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국제 무대에도 첫 선을 보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온실에서 만난 바오밥 나무(좌)와 각종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우)

온실에서 만난 바오밥 나무(좌)와 각종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식물들(우)

푸르름이 넘실대는 식물원을 기대하고 갔다가 적잖이 실망해 돌아오는 시민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서울식물원은 화려한 식물의 모습뿐만 아니라 아픈 식물이 서서히 치유되는 모습도 보여주려고 한다. 말 그대로 식물에 대한 모든 것이 있는 곳, 식물원에 새 둥지를 튼 식물들이 아무쪼록 잘 적응해 느리지만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대물림될 수 있는 식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윤혜숙, 김영희, 박미선, 이난희, 손현아, 박분, 김창일, 이성식

■ 서울식물원 안내

○위치 :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

○교통 : 공항철도선 마곡나루역 3번 출구,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

○홈페이지 : http://botanicpark.seoul.go.kr/

○문의 : 02-2104-9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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