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과 함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8.08.16. 15:26

수정일 2018.08.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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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청 지하 활짝라운지에서 '아이 캔 스피크'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서울시민청 지하 활짝라운지에서 '아이 캔 스피크'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지 73년이 되는 해이다. 더운 날씨에도 서울시 곳곳에서 광복절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처음 맞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14)’을 기념하여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무료로 상영됐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청 활짝라운지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폭염을 피해 시민청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된 사람들도 있고, 광복절을 여느 때보다 특별하게 보내기 위해 가족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시원한 실내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향해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이 캔 스피크>의 주인공 옥분(나문희 분)은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면서 구청에 수많은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 불린다. 사람들을 간섭하고 나무라기도 하지만 실은 이웃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인정 많은 할매다. 그녀가 깐깐한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를 만나 겪는 좌충우돌에 어린 아이부터 시니어들까지 깔깔 웃으며 영화를 즐겼다.

극 후반에 가서야 옥분이 일본군 ‘위안부’였음이 세상에 드러난다. 옥분은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아픈 과거를 자신의 입으로 증명하며 미 의회 청문회장에 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영화 속 주인공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시민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영화 속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들

영화 속에서 옥분의 삶 속 깊숙이 드리워진 상처가 드러나자 관객들은 눈물을 찍어내며 영화에 빠져들었다. 옥분이 어렵사리 청문회장에 서기로 결심하고 엄마의 무덤 앞을 찾아가 “왜 그랬어. 왜 그렇게 망신스러워했냐고. 아들 앞길 망칠까 봐?...불쌍한 내 새끼. 욕봤다. 욕 봤어. 한마디만 해 주고 가지”라며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고개를 떨구는 관객도 보였다.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감독 데뷔를 한 이후,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변영주 감독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들이 알까봐 겁내하고 전전긍긍하고 살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 유공자급 대우를 받게 되면서 할머니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라가 존중해 주면 사람들이 존중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피해 할머니들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오랜 세월 자신의 과거를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로 여겼다.

73주년 광복절을 맞아 새단장한 서울광장 꿈새김판

73주년 광복절을 맞아 새단장한 서울광장 꿈새김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첫 정부 기념식이 열린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잡고 기념식장으로 이동하는 사진이 보도 됐다. 이날 대통령 옆에 있던 이용수 할머니가 바로 <아이 캔 스피크>의 옥분 할머니의 실제 모델이다.

27년 전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알린 후, 민간 차원에서만 기려 온 이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도 나라가 그 분들을 존중해 주겠다는 선언이다.

영화가 끝난 후 만난 한 시민은 “영화를 보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며 “일본의 공식사과와 배상이 온전히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이 일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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