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한땀 수놓듯 더디게 걸으면 좋은 길, 창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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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898 Date2018.07.12 14:01

봉제의 역사

봉제의 역사

호호의 유쾌한 여행 (98) 창신동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동대문 하면 화려한 쇼윈도와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쇼핑백, 흥정하는 사람들, 외국인 관광객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유행을 선도하는 화려한 동대문 패션시장 뒤에는 창신동의 봉제공장들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봉제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곳에 대한 기록입니다. 먼지 자욱한 공간, 들들들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원단을 옮기는 오토바이의 바쁜 몸짓이 있는 곳입니다.

봉제 거리 박물관

봉제 거리 박물관

봉제산업의 과거를 찾아 동대문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골목 전체가 서울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신동 봉제 거리 박물관입니다. 창문이 열린 작업장 안으로 수북이 쌓여 있는 옷감들과 미싱으로 빼곡히 늘어선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의류 산업이 발전하게 된 결정적 계기인 창신동 골목의 모습입니다. 70년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봉제공장들이 창신동으로 이전하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봉제공장 밀집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봉제 거리 박물관은 봉제 용어와 의류 생산 공정 작업 등과 관련된 내용이 곳곳에 표지판으로 놓여 있습니다. ‘최상의 서비스’, ‘소통왕’ 등의 문구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합니다. 봉제인 기억의 벽에는 창신동 봉제공장들의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성실한 땀과 수고로 메이드 인 창신동 제품을 만들고 있는 봉제인의 경의를 표하고자 남긴 역사의 일부입니다. 창문 밖 너머로 열악한 작업 환경을 보자 괜스레 숙연해집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봉제 거리 박물관 끝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봉제를 테마로 만들어진 역사관입니다. 2018년 4월에 개관한 곳이라 그런지 건물이 번듯합니다. 봉제역사관 건물은 재봉틀을 형상화해서 만들었고, 앞에 있는 전봇대는 바늘을 형상화했습니다. 봉제 테마에 걸맞은 건물 양식이죠?

이름이 무척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음은 ’잇다‘는 뜻이고, 피움은 ’피다‘는 뜻입니다. 창신동을 중심으로 봉제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새로운 미래를 피워내고자 하는 뜻을 담았습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안내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안내판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에 들어가자 앙증맞은 안내판이 맞이합니다. 봉제라는 역사관 테마에 맞게 층별 안내도를 봉제로 만들었습니다. 안내판 모서리에는 앙증맞은 나무 단추를 달아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층별 화장실 정보도 함께 담아 유용합니다. 안내도의 안내에 따라 지하 1층으로 먼저 내려갔더니, 날씨가 무더우니 4층 바느질 카페에서 먼저 땀을 식히며 쉬었다가 한 층 한 층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해주십니다. 동대문역에서 골목길을 따라 걷느라 조금 더웠던 차에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창신동 풍경

창신동 풍경

4층에 있는 바느질 카페는 창신동 절벽마을(돌산마을)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공간이었습니다. 카페라고 되어 있어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무료로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도록 커피 머신과 정수기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편하게 쉬었다 가라는 배려가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봉제 마스터의 가위

봉제 마스터의 가위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3층에 있었던 봉제 마스터 10분의 가위를 모아둔 전시였습니다. 재봉틀과 기계들은 세월과 함께 새로운 장비들로 바뀌었지만, 가위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봉제 마스터들이 매일매일 사용하며 노력과 열정과 시간이 가위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낡고, 닳아버린 마스터들의 가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에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가위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에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냈을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2층에 있는 전시장의 액자는 자를 형상화해 만들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본 듯한 자가 액자 틀로 되어 있어서인지 정겹게 느껴집니다. 전시는 산업혁명을 거쳐 한국의 봉제 산업, 봉제 노동자의 삶을 시대별로 정리했습니다. 특히 봉제산업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견뎌야 하는 양면성을 지니게 했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습니다. 20년간 봉제인들의 작업 단가가 멈춰 있는 점도 지적합니다. 가격 경쟁에만 정체되어 있는 동대문 패션 산업의 한계일 텐데요. 이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2층에 있는 단추 가게에서는 작업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디자인은 봉제역사관에서 하고, 다른 공정은 창신동의 마스터들에게 맡겼는데요. 제작 단가를 높여 현재의 문제를 바꿔나가려는 시도도 함께 하는 부분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단추 가게에서는 기념품으로 예쁜 단추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입장 시 받는 줄자 모양의 종이밴드와 기념 스탬프

입장 시 받는 줄자 모양의 종이밴드와 기념 스탬프

입장료는 무료지만, 입장 시 종이 밴드를 붙여주는 부분도 재밌습니다. 자세히 보자 입장하는 밴드의 모양이 줄자의 형태입니다. 기념으로 찍어갈 수 있게 만든 스탬프도 무척 정교합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본 듯한 다림질과 재봉틀질 하던 엄마의 뒷모습과 뾰족한 바늘이 가득 꽂혀 있는 바늘쌈까지. 기억 끝자락에 자리한 봉제와 관련된 추억들을 되새기는 오브제들입니다.

■ 봉제역사관 100배 즐기기 Tip
○하나, 5명 이상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40분간 도슨트투어가 이루어집니다. 주 중에는 오후 2시, 3시, 4시에, 토요일에는 오후 1시, 2시, 3시, 4시에 진행됩니다.
○둘, 손수건이나 얇은 에코백을 미리 챙겨 가면 1층에 있는 컴퓨터 자수 기계에서 이니셜 자수를 새길 수 있어요.
○셋, 공책이나 다이어리를 미리 준비하면 2층에 있는 봉제 관련 스탬프를 담아 갈 수 있어요.
○넷, 에코백, 강아지옷, 나만의 원피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인하세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에서 동대문역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창신 골목시장에 둘러보세요. 맛깔나 보이는 반찬, 신선한 과일과 싱싱한 야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동대문을 끼고 있는 유서 깊은 지역에 위치한데다가 다른 시장에 비해 수 십 년씩 장사를 하고, 지역 주민 비중이 높아서인지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상점은 좁은 골목 사이로 오밀조밀 모여 있어 구경하는 즐거움도 더해집니다.

점심시간이면 골목 시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에서 흥겨운 노랫소리도 함께 해 흥이 절로 납니다. 창신동의 명물 매운 족발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입맛을 당깁니다. 봉제거리와 역사를 함께한 시장으로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어우러져 활기찬 곳입니다. 골목시장인데도 정리도 잘되어 있고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어 믿음이 갑니다.

■ 여행정보
○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 주소 : 종로구 창신4가길 26
– 문의 : 02-747-6471
– 이용시간 : 10:00~18:00 1월 1일, 설, 추석 휴무, 매주 월요일 휴무)
-가는법 : 동대문역 1번 출구, 도보 7분
○ 창신골목시장
– 주소 : 종로구 창신51길 36-3
-문의 : 02-3675-3533
-가는법 : 동대문역 3번 출구, 도보 3분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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