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자서전을 선물해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발행일 2018.06.28. 17:03
“국문과를 나온 딸이 둘씩이나 있으면 뭐해, 내 자서전 하나 못 써주는데...”여든이 넘은 아버지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술 김에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평안도에서 태어나 인민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쟁 중 국군에게 포로로 잡혀 포로교환 때 남쪽을 택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아버지가 겪은 인생의 우여곡절은 책으로 쓰면 열 권도 넘을 것이라며, 그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어 했다. 자식 입장에서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지난 인생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께 자서전을 선물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50+재단에서 부모님 자서전을 써드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세대 간의 마음을 잇다’라는 모토 아래 진행되는 캠페인은 50+세대가 기록하는 부모님 이야기, 자녀가 쓰는 50+부모 이야기, 두 가지로 진행된다. 이번 캠페인은 자녀세대부터 부모세대까지 서로 다른 세대가 글쓰기를 통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세대 간 교류와 공감을 넓히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한다.
캠페인을 보자마자 아버지 자서전을 쓰기로 했다. 아버지의 삶은 자서전 한 권을 쓰고도 남을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아마 우리의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실 것이다. 다만 이 구슬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꿰야 할까? 캠페인을 위해 재단이 마련한 부모님 자서전 쓰기 특강에 참석해서 자서전 쓰기 꿀팁을 들어보았다.
자서전 쓰기를 지휘하고 있는 ‘꿈틀’의 박범준 편집장은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해서 60권이 넘는 부모님들의 자서전을 만들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서전 쓰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는 부모님과 충분히 대화를 나눌 것을 강조했다. 충분한 대화 후에 질문을 던질 때도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먼저 꺼내고 그 후에 묻고 싶은 질문을 하면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 때 부모님과 눈을 맞추며 경청하라는 편집장의 이야기는 마음가짐에 크게 도움이 됐다.
자서전 쓰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50개의 질문지를 받아보니 인터뷰 없이, 평소에 내가 알던 것만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 질문보다 그렇지 못한 질문이 더 많이 보였다. 생각보다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자서전을 쓰기 위해선 아버지와 충분한 대화가 선행되어야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막막했는데 질문지에 따라 부모님을 인터뷰 한 후 하나하나 써내려 가면 자서전을 완성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참가자 선착순 1,000명에게는 부모님의 자서전을 출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니 열심히 써서 부모님께 의미 있는 선물을 남기는 것도 효도라는 생각도 든다.
참여방법도 어렵지 않다. 컴퓨터 사용에 익숙한 50+세대라면 50+포털 캠페인 페이지에서 질문지를 내려받아 답변을 작성한 후 사진과 함께 메일로 제출할 수 있으며, 인생樂서 누리집이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자서전 쓰기에 참여할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울 경우 가까운 50플러스 캠퍼스나 센터에 설치된 캠페인 전용 부스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참여하면 된다.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은 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고, 그 속의 지혜와 교훈을 물려받는 일이지요.”
박범준 편집장 말처럼 부모님의 삶을 자서전으로 써서 부모님께는 삶의 의미를, 자서전을 써서 선물하는 자식에게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캠페인은 9월 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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