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궁산서 발견된 땅굴, 역사전시관으로 개관

시민기자 최용수

Visit2,512 Date2018.05.30 15:28

10년 전 궁산 자락에서 발견된 땅굴을 최근 ‘궁산 땅굴 전시관’으로 개방하였다.

10년 전 궁산 자락에서 발견된 땅굴을 최근 ‘궁산 땅굴 전시관’으로 개방하였다.

2008년 4월 어느 날, 가양동 궁산(宮山) 기슭 지하 3m 아래 두터운 화강암 석층에서 거대한 땅굴이 발견되었다. ‘혹시 북에서 파내려온 땅굴 아닐까?’ 주민들의 걱정이 앞섰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에 군사용으로 굴착 중 해방과 더불어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강서구의 조사결과 발표로 걱정은 사라지고, 마침내 궁산 땅굴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궁산은 강서구 가양1동의 한강변에 위치한 해발 70m의 작은 산이다. 공자(孔子)의 위패를 모시는 양천향교(陽川鄕校)가 동쪽 산자락에 있어 이를 궁(宮)으로 여겨 궁산(宮山)이라 불리며 명명되었다. 임진왜란 때는 궁산 산성에 관군과 의병이 진을 치고 한강 건너편 행주산성에 주둔하는 권율(權慄) 장군과 협공으로 왜적을 물리쳤던 곳이다. 이처럼 궁산은 조선의 도성을 방비하는 전략적인 요충지였다.

바로 이곳을 일제는 태평양전쟁의 중요한 군사거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인근 지역 주민들을 보국대(保國隊)로 강제 동원하여 땅굴을 굴착했다. 각종 무기와 탄약 등 군수 물자를 저장하고 적의 공습 시에는 지하 부대 본부로 사용하기 위해 큰 규모로 만들었다. 높이 2.7m, 폭 2.2m 갱차가 충분히 지나 갈 정도의 크기로 ‘ㄱ자’ 형태인 길이 68m의 땅굴이다. 계속되던 굴착공사는 일제의 패망으로 중단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제강점기였던 1937년부터 궁산 옆에 있던 선유봉을 폭파해 거기서 나온 돌로 김포비행장을 닦았고, 이를 가미카제 특공대의 훈련장으로 사용했다. 김포공항과는 불과 3.1km 정도 떨어져 있어 군사비행장인 김포비행장을 방어하고 감시할 수 있는 중요한 감제고지로서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 35년의 비극적인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조선인 강제동원 인원 782만7,355명은 조선총독부 총계연보에서 밝힌 ‘1942년 총 인구가 2,63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숫자이다.

궁산 땅굴 전시관 내부

궁산 땅굴 전시관 내부

땅굴이 발견된 후 안전문제로 출입을 통제하던 강서구는 2010년 2월부터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정밀안전진단 및 학술조사,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등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궁산 땅굴을 역사와 문화 그리고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키로 최종 결정하였다. 최근까지 안전시설을 보강하고 숨겨진 땅굴 이야기와 궁산 일대의 역사를 담은 전시물로 새롭게 단장하여 5월 시민들에게 활짝 개방하였다.

궁산 남서쪽 기슭을 바라보면 벌집형태의 땅굴입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달팽이처럼 휘감아 돌아가는 계단을 따라 입구를 내려가면 ‘궁산 땅굴 전시관’이 나타난다. 땅굴에 대한 설명과 전시배치도, 일제강점기 35년의 역사, 태평양 전쟁, 김포비행장, 궁산 주변의 근대역사 문화지 소개 등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높이 2.7m, 폭 2.2m로 소형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군사용 땅굴 내부 모습

높이 2.7m, 폭 2.2m로 소형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군사용 땅굴 내부 모습

그리고 맨 안쪽으로 들어가면 궁산 땅굴이 나타난다. ‘ㄱ자’ 형태의 꺾어지는 지점까지 길게 뻗어있어 땅굴 내부를 상세히 조감할 수 있다. 그 규모가 소형 승용차는 거뜬히 지나갈 것 같다. 또한 철제 안전빔 뒤로 보이는 울퉁불퉁한 화강암석은 당시 강제 동원되어 고통 받던 주민들의 한(恨)서린 얼굴 모습으로 다가온다.

궁산근린공원, 어린이들이 자신의 소원을 직접 새긴 수 백 개의 소원우산들

궁산근린공원, 어린이들이 자신의 소원을 직접 새긴 수 백 개의 소원우산들

땅굴 외에도 궁산 일대에는 다른 볼거리가 풍성하다. 궁산 꼭대기로 향하는 탐방로에는 수백 개의 우산 숲길이 인상적이다.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실시한 ‘우산 속 소원담기’ 행사 때 만든 형형색색의 ‘소원우산’이다. 궁산의 푸른 하늘을 수놓은 우산들,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우산 속에 새겨놓은 아이들의 소원을 하나씩 챙겨보면 우리 아이의 속마음도 읽혀진다.

이 외에도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한강의 풍광에 취해 작품 활동을 했던 소악루(小岳樓)와 양천고성지, 서울의 유일한 향교인 양천향교, 겸재정선미술관 등이 궁산을 중심으로 한 곳에 모여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서 안성맞춤이다.

궁산 꼭대기에 있는 소악루(좌), 서울 유일의 향교인 양천향교(우)

궁산 꼭대기에 있는 소악루(좌), 서울 유일의 향교인 양천향교(우)

밋밋한 나들이가 식상하다면 궁산(宮山)으로의 나들이를 추천하고 싶다. 새롭게 개방된 ‘궁산 땅굴 역사 전시관’은 물론 다른 볼거리 또한 알토란이기 때문이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2번 출구에서 도보 7~8분 거리, 대중교통까지 편리하니 더욱 좋다. ‘봉인된 시간과 공간의 터널’인 궁산 땅굴, 숨겨진 땅굴 이야기를 들으며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면 그 의미가 더할 것 같다.

■ 궁산 땅굴 전시관
○위치 :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235번지(궁산 기슭)(지도 보기)
○교통 :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2번 출구에서 400m(도보 7~8분)
○관람시간 :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무료
○문의 : 강서구청 문화체육과(02-2600-6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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