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있는 걸까?’ 인생 물음표가 생길 때...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8.05.23. 13:51

수정일 2018.05.23. 17:37

조회 1,688

‘안도북스’ 책방에서 열린 '실전 내 속도 찾기!' 워크숍 현장

‘안도북스’ 책방에서 열린 '실전 내 속도 찾기!' 워크숍 현장

함께서울 착한경제 (100) 서울시민청 시민기획단의 '내 속도로 캠페인'

때가 되면 입학을 하고, 진학하고 졸업하고, 제때 제대로 취업해서, 결혼하고, 애 낳고...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대로 공식 같은 삶을 살아야만 하는 걸까? '남들 다 하는 건데 왜 너만?'라고들 되묻겠지만, 마냥 행복하지 않다. 이 악물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그 안엔 진정한 내가 없다. 사회의 속도 대신 내 속도로 살아가면 안 될까?

함께서울 착한경제 연재 100회를 맞아, 내 인생은 내 속도로 살자는 <내 속도로 캠페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작고 뜻깊은 결혼식' 확산에 큰 역할을 했던 서울시민청의 또 다른 캠페인이라는데, 무엇보다 시민이 기획하고 만든 시민주도형 캠페인이라 더욱 의미 있다.​​

"뱃속에서부터 속도에 맞게 20주면 태동을 시작하고, 생후 4개월에서 6개월이면 뒤집고, 기어 다니다, 돌이 되면 걸어야 하고... 그런데 애를 키우며 깨달았죠. 사람마다 속도가 다 다르구나. 표준발달단계는 있겠지만 애들은 정말 속도가 다 다르거든요."​

"나만의 속도를 찾고 싶은데, '나의 속도로 살아도 되는 걸까? 그러다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수없이 흔들리고, 그렇게 모호한 시간을 견디며 나의 속도를 찾아간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맞아요. 속도! 진짜 답이 없는 질문인데, 다른 분들 얘기도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지난 20일, 마포구 서교동의 작은 책방 '안도북스'에서는 '실전 내 속도 찾기!'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워크숍은 다양한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책방을 가득 메웠다. 조금씩 구체적인 이유는 다를지 몰라도, 자신의 속도를 찾고 지키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한결같았다. 내심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공감하고 싶다는 마음도 이곳까지 발길을 하게 만들었을 듯싶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모두 빠르게 스스로를 소진하며 성공을 외칠 때, 나의 속도로 내 삶을 고수한다는 건 그만큼 외롭고 힘겹단 얘기가 아닐까?

작가 수리안군이 책 중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나의 속도로 산다> 작가 수리안군이 책 중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사회에서 빠져나왔던 경우에요. 새로운 걸 시작하는 두려움이 컸는데, 뭐 별 것 아니네 하는 걸 느꼈죠. 그런데 '빠져나오니 살만한데?' 하는 경험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생각만 하면 고민만 하면 변하는 건 없거든요."​이날 워크숍은 <나의 속도로 산다> 작가 수리안군의 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나의 속도로 산다>는 쫓기듯 살다 무너져 버린 주인공이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책이다. 특히, 직장에서 사회에서 성실하게 ‘사육’당하다 마침내 애쓰지 말았어야 했음을 깨닫게 되는 여정을 그린 그림과 글들이 무척 공감되었다.

참가자들에게 선물한 수리안군 작가가 직접 그린 엽서

참가자들에게 선물한 수리안군 작가가 직접 그린 엽서

이어 시민기획단이 직접 제작했다는 '시도 때도 없이'와 '내 속도 모르고' 키트를 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시도 때도 없이' 키트는 '내 속도 측정기', '내 속도 그려보기+스티커', '동서남북', '내속도로 산다는건+메시지 카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나의 속도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보며 덤으로 나의 속마음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내 속도 모르고' 키트는 '행운의 엽서', '어른이 학습지', '동서남북', '시도냥의 모험+스티커', '무언가 결정하고 시도한다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의미 없는 시도라는 것은 없으며 시도를 통해 비로소 성장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속도 모르고’ 키트를 직접 써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참가자

‘내 속도 모르고’ 키트를 직접 써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참가자

'실전 내 속도로 찾기' 위크숍은 시민기획단이 2017년 10월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키트 제작부터 원고 작성과 검수, 워크숍 기획, 강사 섭외, 워크숍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시민이 주체적으로 도맡아 해왔다. 2015년부터 놀이키트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책자를 만들고, 전시와 체험을 기획해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온 <내 속도로 캠페인>의 하나로 준비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속도로 캠페인> 자체부터가 꽤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시민기획단 개개인도 '시도 때도 없이' 이직, 취업, 유학 준비 등을 시도해서 스스로가 만족하는 나의 삶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 속도로 캠페인>은 가장 만족도가 높은 시민기획단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한다.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만 선호하는 사회에서, 동네 작은 책방을 고수하는 독립 서점들, 그리고 내 속도로 스스로 원하는 걸 시도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내 속도로 캠페인은 지금 당신의 속마음에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속도에 맞게 가고 있는 게 맞는지, 당신이 소비되는 삶이 아닌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안도북스’(좌), ‘대륙서점’(우) 책방에서 ‘실전 내 속도 찾기’ 워크숍이 진행된다.

‘안도북스’(좌), ‘대륙서점’(우) 책방에서 ‘실전 내 속도 찾기’ 워크숍이 진행된다.

'실전 내 속도 찾기!' 워크숍은 23일과 30일 동작구 ‘대륙서점’에서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작가 도대체의 북토크와 함께, 오는 27일에는 마포구 ‘안도북스’에서 <나의 속도로 산다> 작가 수리안군의 북토크와 함께 진행된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와 '내 속도 모르고' 키트는 오는 5월 30일까지, 대륙서점, 안도북스, 책방연희, 별책부록, 프렌테, 보옴밤, 아무책방 등 서울시내 독립서점 7곳과 대구 더폴락, 고스트북스, 경주 신촌서당, 춘천 굳라이프 등 기타 지역 독립서점 5곳에서 배포된다.

또한, 키트 체험 내용을 나누는 SNS 해시태그 이벤트를 6월 22일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키트 결과 사진이나 후기를 개인 SNS에서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해 준 참여자 중 총 30명을 선정하여 시도·속도 관련 도서 및 음료 준다고 하니, 내 속도도 찾고 덤으로 선물도 받는 기회로 만들어보자. 보다 자세한 내용은 시민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안내 포스터

<내 속도로 캠페인> 안내 포스터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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