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또 하나의 서울길, 한강역사탐방 코스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8.05.11. 10:58

수정일 2018.05.11. 18:46

조회 2,415

광나루한강공원에 조성된 버드나무숲

광나루한강공원에 조성된 버드나무숲

북한산 아래를 빙 둘러보는 ‘북한산둘레길’, 조선의 도읍 한양을 지켜주던 ‘한양도성길’ 등 서울에는 걷고 싶은 길이 많다. 각각의 길마다 역사적인 의미와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하나하나 알아보며 걷는 재미도 색다르다. 그런 서울의 이야기길이 또 하나 있다. 다른 길들은 산을 끼고 걸었다면 한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한강역사탐방’ 프로그램이다.

‘한강역사탐방’은 한강 상류 뚝섬나루길부터 하류 겸재정선길까지 12개 코스로 구성된 길을 해설사와 함께 쉽고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탐방하는 도보관광 프로그램이다. 5월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에서 신청 가능하다.

이번에는 내 손안의 서울 시민기자단과 함께 광나루길 코스를 선택해 한강의 역사를 찾는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약속시간에 맞춰 찾아간 지하철 천호역 원형광장에는 ‘한강공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은 조영희 해설사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면서 천호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호라는 것은 천 개의 가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 가구에 다섯 명이 산다고 하면, 천 가구에는 오천 명이 살았다는 의미입니다. 한양 도성 안에 최대 10만 명이 살았다고 하니 오천 명이 살았으면 매우 큰 동네였습니다.”

풍납동 토성에 대한 해설을 듣고 있는 시민기자단(좌), 광진교 입구에 세워진 도미부인상(우)

풍납동 토성에 대한 해설을 듣고 있는 시민기자단(좌), 광진교 입구에 세워진 도미부인상(우)

모두 모여 지상으로 올라간 곳은 천호역 10번 출구. 위로 올라오자 뱅글뱅글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나왔다. 그 뒤로 불룩 솟은 언덕이 ‘풍납토성’이다. “이 성은 규모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아시아에서 평지에 있는 흙으로 된 성 중 가장 크고 멋진 성입니다. 2001년 한신대학교 발굴팀이 이 성을 쌓은 기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계단을 만든 후 실험한 결과, 곡괭이로 찍었을 때 흙이 깨지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가 깨졌다고 합니다. 백제의 토목기술이 아시아 최고를 자랑했음을 보여주는 성입니다.”

광진교의 초입으로 이동한 후 ‘도미부인 동상’과 ‘광진교(옛 교명주)’를 살펴보았다. “예전에는 나루터가 있었고 그 위에 다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곳은 외세의 침입에 가장 먼저 뚫린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가장 먼저 뚫고 들어왔고,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남하할 때 가장 먼저 뚫린 곳이기도 한 가슴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곳입니다.”

광나루한강공원에 펼쳐진 유채꽃밭

광나루한강공원에 펼쳐진 유채꽃밭

‘광나루한강공원’으로 내려가니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제주에서나 만날 수 있는 꽃인가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우리를 반길 줄이야.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이 맑은 하늘 아래 강이 흐르고 꽃이 핀 곳을 걷고 있자니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자연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에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광진교 중간에 자리한 교각하부 전망대 ‘광진교8번가’. 아래로 내려가면 전시·공연장이 나온다.

광진교 중간에 자리한 교각하부 전망대 ‘광진교8번가’. 아래로 내려가면 전시·공연장이 나온다.

다시 광진교를 올라 한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다리 중간쯤에 이르자 계단을 밟고 다리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교각하부 전망대 ‘광진교8번가'이다. 발 아래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기도 한 이곳엔 뜻밖에 전시공간도 있다. 지금은 황원희 개인전 ‘소풍’이 전시되고 있는데 공간 자체가 한강과 하나가 되어 예술작품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광진교 8번가 전시공간. 발 아래로 흐르는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광진교 8번가 전시공간. 발 아래로 흐르는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광진교를 끝까지 건너 ‘광장동 낭만의 거리’를 지나 마지막 목적지인 ‘광나루터 표지석’로 향했다. 서울과 강원지방을 이어주던 나루터였던 곳으로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등지에서 서울로 운송되는 중요한 통로였다고 한다.

해설사는 근처 정자에 앉아 못다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떼돈 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십니까? 떼군들이 강원도에서 목재를 들고 와서 목돈을 벌었던 것을 의미합니다. 이곳이 바로 떼돈을 벌었던 장소지요.”

탐방길에 해설사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가슴 떨린다”였다. “백제시대의 수도였던 서울이 지금도 수도입니다. 서울의 곳곳에는 얼마나 많은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사는 곳부터 먼저 알고 다른 곳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퇴 후 11년간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조영희 해설사는 재미난 역사적 사실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쉼 없이 설명해주었다. 그냥 걷기도 힘든 코스를 해설하며 걷는 모습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했다.

광나루터 표지석으로 향하는 길(좌), 광나루한강공원 내 드론공원(우)

광나루터 표지석으로 향하는 길(좌), 광나루한강공원 내 드론공원(우)

1코스로 시작된 나의 한강탐방은 12코스 모두 돌아보고 싶다는 목표를 하나 더 만들게 했다. 강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이보다 더 좋은 걷기가 어디 있을까.

■ 한강역사탐방 안내
○운영시기 : 2018.5.11.(금)~11.30.(금)

○코스구성 : 12개 코스

- 1코스 : 광나루길(광진교~도미부인 동상~용당산~광나루표석)

- 2코스 : 송파나루길(잠실철교~잠실어도~송파대산놀이~삼학사길)

- 3코스 : 뚝섬나루길(전관원 표석~살곶이정~중랑천~마조단)

- 4코스 : 노들나루길(효사정~한강대교~용양봉저정~사육신공원)

- 5코스 : 서강나루길(광흥창~공민왕사당~밤섬부군당~서강나루표석)

- 6코스 : 양화나루길(양화진 선교사 묘역~절두산 성지~ 양화진 표석)

- 7코스 : 선유도길(선유도 안내센터~시간의 정원~온실)

- 8코스 : 공암나루길(공암나루~광주바위~허가바위~허준박물관)

- 9코스 : 겸재정선길(양천향교~소악루~겸재정선미술관)

- 10코스 : 동작진길(국립현충원~동작나루표석~서래섬~세빛섭)

- 11코스 : 여의나루길(국회의사당~여의도한강공원~밤섬)

- 12코스 : 선유봉길(양화한강공원~공무도하가비~선유도 유래비)

○참가비 : 무료

○예약신청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시스템 참여희망일 10일 전까지 신청

○홈페이지 :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

○문의 : 070-7791-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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