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은 돌고 도네 돌아가네...봉제역사관 '이음피움'

시민기자 전은미

발행일 2018.05.02. 18:04

수정일 2020.06.22. 10:17

조회 1,563

얼마 전 창신동과 숭인동의 가파른 언덕 끝의 조망과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들을 오르고 내린 적이 있다.

가파른 골목을 내려가다 보이는 수많은 주택들. 주택입구에 써 붙여진 오바사, 미싱사 등의 모집 문구가 이곳이 봉제공장임을 말해주고 있다. 골목은 묵은 원단이 주는 특유의 냄새와 함께 빵빵거리는 오토바이들이 실어 나르는 부자재 및 설비기계들이 세월의 모습을 옮겨 거리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든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입구. 돌돌 감긴 실타래와 가위로 형상화한 간판이 눈에 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입구. 돌돌 감긴 실타래와 가위로 형상화한 간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봉제산업의 1번지인 동대문구 창신동에 봉제역사관 ‘이음피움’이 개관했다. 봉제공장이 밀집한 창신동 골목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색다른 문화공간이다.

‘이음피움’이라는 이름은 실과 바늘이 천을 이어서 옷을 탄생시키듯 서로를 잇는다는 의미의 ‘이음’과 꽃이 피어나듯 소통과 공감이 피어난다는 뜻의 ‘피움’을 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봉제산업뿐 아니라 동대문구 창신동, 나아가 도시의 어제와 오늘과 미래의 삶을 보여주는 박물관인 것이다.

봉제업 관련 영상·서적 등을 볼 수 있는 1층 자료실

봉제업 관련 영상·서적 등을 볼 수 있는 1층 자료실

지하에 마련된 봉제작업실부터 시작하여 봉제업 관련 영상·서적 등을 볼 수 있는 1층 ‘자료실’, 과거의 기억으로 시작하여 손으로 완성되는 봉제의 매력을 전시해 놓은 2층 ‘봉제역사관’등의 투어는 이움피움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서울 봉제산업 현장의 한가운데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30~40년 한 길을 보낸 봉제장인들을 만날 수 있는 ‘봉제마스터 기념관’

30~40년 한 길을 보낸 봉제장인들을 만날 수 있는 ‘봉제마스터 기념관’

3층의 ‘봉제마스터 기념관’은 창신동 좁은 봉제공장에서 30~40년 한 길을 보낸 봉제장인들, 이들이 만든 제품과 현장 이야기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봉제장인들의 가위도 전시되고, 실제 작업현장 사진과 인터뷰 영상 등도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디자인의 단추를 전시·판매하는 ‘단추가게’(2층)와 ‘봉제 체험공간’(지하1층)이 마련되어 있다. 봉제 체험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수업을 들으면서 직접 옷을 제작해보는 장기과정과 봉제 과정 일부분에 참여할 수 있는 단기과정으로 운영되며, 이음피움 홈페이지 사전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향후 별도 신청 없이 현장에서 바로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몬 창신동 골목길(좌), 전망대에 설치된 조형물(우)

전망대에서 바라몬 창신동 골목길(좌), 전망대에 설치된 조형물(우)

직접 돌아본 이움피움은 전태일 열사부터 시작해 창신동 봉제거리에서 젊음을 보낸 많은 사람들의 시대의 목소리가 들리는 공간이었다.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의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골목길과 한양도성을 조망해볼 수 있는 ‘야외전망대’와 ‘바느질카페’(4층)를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을 둘러 본 소회를 나누어 볼 만한 곳이다.

이음피움은 화~금요일(월요일, 공휴일 제외) 오전 10시 ~ 오후 6시에 문을 열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모든 시설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 디자인이 적용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어르신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봉제역사관의 개관은 서울의 대표적인 제조업인 봉제산업에 몸 담고 있는 장인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관람객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둘러보면, 과거의 창신동과 오늘의 창신동의 반가운 만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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