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반갑다! 재탄생한 체부동 교회

시민기자 문청야

Visit585 Date2018.03.26 10:20

생활예술단체들에게 연습실 및 공연장으로 대관되는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의 체부홀

생활예술단체들에게 연습실 및 공연장으로 대관되는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의 체부홀

여기저기서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려 서촌의 체부동 골목으로 향했다. 한옥과 골목길에 관심이 많은 기자에게 꽃소식보다 반가운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종각역 1번 출구로 나와 종로1가 정류장에서 7212번 버스를 타고 경복궁역 정류장에 하차했다. 바로 앞에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보인다. 버스정류장에서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까지 가는데 4분 걸렸다. 서촌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고 경복궁은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지인 만큼 체부동 골목의 아름다움도 같이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지바른 툇마루에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시며 웃음꽃 만발이다. 박선태(72세) 어르신은 “나는 성지순례하는 기분으로 일주일에 한번은 찾아와. 매동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해 64년을 다닌 교회인데 얼마나 애틋하겠어. 감회가 새롭지. 1950년에 6.25전쟁이 나고 피난 갔다가 와서 다시 다녔어”라고 하신다.

또 다른 한정임(71세) 어르신은 “40년을 다닌 교회야. 마음의 고향 같아서 지나치지 않고 꼭 들르지. 와서 기도도 하고 예배드리고 가”라며 저마다 체부동 교회에 얽힌 이야기를 꺼내신다. 지금의 모습은 세 번의 증축을 거쳐서 마련된 공간이라고 한다. 이전 체부동 교회는 없어졌는지 물으니 등촌동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이태인(68세) 어르신은 “철거될 뻔 한 체부동 교회를 서울시가 매입해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로 조성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옛날 교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도 훌륭한 문화공간이 되었잖아”라며 연신 감탄하신다.

체부동 성결교회는 1931년에 지어진 건물로 프랑스와 영국의 근대 건축양식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건축물 중 하나다. 인터뷰에 응한 어르신들은 초기에는 이곳이 빵집이었다고 기억하신다. 빵집을 교회에서 사가지고 조금씩 증축해서 탑도 세우고 교회로 사용했단다. 사무실 2층이 찬양대 연습실이었고, 밑에는 교육관과 예배실이었고, 한옥은 식당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져 87년 역사를 가진 체부동 성결교회는 2017년 서울시가 지정한 우수건축자산 1호로 선정된 바 있는 서울미래유산이다. 건축학적 보존 가치가 높은 만큼 옛 교회의 외관은 유지한 상태에서 내부 공간을 생활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개축하였다.

87년 역사의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에서는 근대 서양건축 양식뿐 아니라 한옥의 아름다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87년 역사의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에서는 근대 서양건축 양식뿐 아니라 한옥의 아름다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한옥의 밝은 색감은 마음을 환하게 해주고, 빛이 잘 들어오는 창호지 문과 출입문에 쳐진 천으로 된 발은 한없이 따스하고 아름답다. 이 편안한 공간이 주민들이 마실 오듯 아무때나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니 참 좋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의 본당 공간은 교회 공간이 갖는 특유의 집음성을 살려 오케스트라 연습에 특화된 공간으로 조성했다. 건물의 트러스(truss) 구조를 그대로 노출시킨 높은 천장이 풍부한 사운드를 선사하고, 벽체엔 음향설계를 반영해 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조성했다.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악기를 보유한 이 공간은 연습공간과 이에 수반되는 대관비용을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민간 생활예술오케스트라에게 무료로 대관된다. 해마다 4~5회의 콘서트와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누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자가 취재를 간 날도 한국대학생 연합 오케스트라가 연습 중이었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는 국내 생활예술오케스트라 단체들의 ‘거점형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문화생활을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생활권형 공간’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지역주민이나 방문자들이 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마실 공간

지역주민이나 방문자들이 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마실 공간

체부홀 입구 반대편 통로를 따라가면 아담한 한옥이 나온다. 이곳은 ‘금오재’로 불리는데 ‘마실(마을카페)’과 ‘사랑(세미나실)’ 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실’은 차를 마시고 책을 볼 수 있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지역주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개방형 북카페로 운영된다. 차를 마실 때는 1,000원(원두커피)과 500원(믹스커피, 녹차)을 기부금 형식으로 통에 넣고 차를 마실 수 있다. 이 돈들은 다시 지역의 어려운 분들과 생활문화 동아리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세미나 공간인 ‘사랑’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생활문화강좌, 그리고 다양한 동아리의 세미나와 창작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상반기 ‘금오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캘리그라피(매주 화요일 오전), 생활자수(매주 수요일 오전), 전통악기 소금 배우기(매주 목요일 오전)이 준비되어 있다. 또 전문 연주자들의 눈높이 악기강습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음악교실도 열린다. 플롯(매주 화요일 오후), 바이올린(매주 수요일 오후), 트럼펫(매주 수요일 저녁) 악기마다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체부홀은 반기별, 세미나실은 분기별로 대관신청 할 수 있고, 시범운영기간인 올 상반기에 한해 무료로 대관할 수 있다. 접수 등 자세한 내용은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홈페이지블로그를 참조하면 된다.

근현대사의 역사·문화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한 때 없어질 위기에 놓였었지만, 도시재생을 통해 주민들을 위한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한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가 모두가 아끼는 소중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 나길 3-2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2번 출구에서 도보 약 3분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 내 위치
○ 운영시간 : 화 ~ 일요일 오전 10시 ~ 오후 10시 (매주 월요일 휴관)
○ 마을카페 마실 운영시간 : 하절기 오전 10시~ 오후 7시, 동절기 오전 10시 ~ 오후 6시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관)
○ 문의 : 블로그, 페이스북, 전화(02-627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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